외부 기고문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 포스트 코로나 해법의 핵심 과제는 ‘불평등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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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적자재정 모두 필요하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한국경제는 민주화 이후 여야 간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적인 지향과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성장과 효율의 가치가 많은 것을 결정했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과제는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무관심 속에 사실상 미루어져 왔다. 세입의 예상되는 범위 내로 세출을 제한하는 ‘양입계출(量入計出)’의 관행 덕에 국내총생산(GDP)의 10%를 국방비로 쓰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재정 건전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마땅히 국가 재정이 시민에게 제공했어야 하는 기초적인 사회적 보호를 최소화하고 복지를 개인과 가족에, 그리고 과당경쟁 상태의 가장 효율적인 시장에 떠넘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은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맨 끝에서 4등으로, 가장 아껴 쓴 나라 중 하나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기준으로 올해 3월 17일까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교해보면 OECD 38개국은 평균적으로 GDP의 8.1%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했던 데 반해, 한국은 그 비율이 4.5%에 그쳤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이 경제와 보건의 위기를 증폭시켰다

국가가 해야 할 일마저 민간에 맡기며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영해온 대가라고 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는 취약 계층을 경제적으로 무너뜨리는 길을 너무도 쉽게 찾아냈다. 감염 확산에 따른 보건 위기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것은 소득과 자산의 심각한 불평등, 너무나 많은 가난한 사람들, 미약하기만 한 사회안전망, 부족한 공공의료 체계, 돌봄 공백, 고용형태와 노동시장 지위에 따른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 산업예비군 역할을 하는 자영업 부문의 열악함 등이다. 이번 위기가 닥쳐오기 전에도 이미 우리 사회에 존재해온 익숙한 문제들이다.

시장원리주의와 재정 보수주의가 키워온 그 구조적 취약성은 마치 크레바스(빙하의 균열)라도 된 것처럼 바이러스의 위협을 전달하며 이번 위기를 증폭시켰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다. 다른 어떤 촉매제에 의해서도 일단 불씨가 옮겨 붙으면 큰 불로 번져가게 할 구조적 요인이 우리 경제 내에 잠복해 있었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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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21.04.14. 기사 바로가기)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산적한 문제의 대안을 들여다보는 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을 마련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300만 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를 죽음으로 몰아간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스페인 독감) 이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최대의 피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안착했다. 실물 경제를 대신해 금융 자본 위주의 경제 체제가 중요한 한 축을 잡게 됐다. IMF 사태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인류사를 나눌 수 있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가볍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이다. AC 1년, 관련 논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는 숙제는 지금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비대한 자영업 비중이 개개인을 대재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필수적 진료를 받기 힘든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당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코로나19 이후 어떤 노력으로 더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 매주 한 편의 전문가 글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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