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 와치 외부 기고문

아프리카 사헬 지대의 코로나19 위기와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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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범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재난은 불평등을 가속화한다. 사회적 약자가 처한 악조건은 재난에 의해 더 심해지고, 재난과 그 영향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기 힘들게 한다. 코로나19 범유행이라는 미증유의 재난은 전 세계 구석구석 닿지 않는 곳이 없으나, 그 피해는 누구에게나, 어느 나라에게나 공평하게 작용하지는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미 사회적 양극화와 전 세계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나, ‘각자도생’의 분위기 속에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평등과 부정의가 주목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인도적 위기 상황과 그로 인한 건강 영향의 한 단면을 소개하려 한다.

 

아프리카의 사헬 중부 지대 인근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에서는 지난 수년간 최악의 인도적 위기가 일어나고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사하라 사막 남쪽으로, 아프리카 대륙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사헬 지대에서는 인위적 삼림 파괴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사막화가 더 빨라지고 있고, 이로 인해 물이 부족해지고 식량이 부족해졌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홍수와 가뭄으로 인해 직접적인 사상자 및 농업 피해가 발생하고, 간접적으로도 이 지역의 식량난과 분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IS 이후 최근 몇 년 새 이 지역에 발호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을 틈타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무장 분쟁이 심해지며 사회 시설과 민간인에 대한 테러가 빈번해지고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으면서 대규모의 난민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들 3개 국가에서만 140만이 넘는 주민이 테러와 정치적 폭력을 피해 거주지를 탈출하여 타지의 마을이나 구호 캠프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실향민 신세가 되었다.

 

▲ 아프리카 사헬 중부 지대 피해 국가 위치. ⓒ국경없는의사회

 

아프리카에도 닥친 코로나19 범유행은 이 인도적 위기를 여러 경로로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이 지역에도 내려진 여행과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구호물자가 전달되는 게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무장 세력이 인적이 드문 도로와 교통 요지를 공격, 장악하고 물류 이동을 방해하기 더욱 쉬워진 것이다. 무장한 반정부 집단들의 공격은 점점 더 과감해져서 병원, 보건소, 학교, 인도적 구호 캠프 등 사회 시설을 직접 노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현재 위 3개 국가 내에서 긴급한 인도적 구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1340만 명에 달하며, 이는 2020년 한 해 동안 500만 명이나 늘어난 숫자이다. 가장 심각한 상태에 처한 부르키나파소만 하더라도 국제아동기금(Unicef) 추산으로 2000개가 넘는 학교가 문을 닫고 있으며, 170만 명의 아동이 교육, 영양, 보건 등 인도적 구호가 즉각 필요하다. 분쟁이 심각한 지역에 있는 보건의료시설의 90%가 폐쇄되었거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공백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사람이 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헬 지대의 주민들은 기존의 분쟁, 폭력, 기후변화, 정치적 불안정 등 복잡한 상황을 빠르게 악화시킨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건강 피해를 겪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드러난 성과 재생산 건강 영향이 한 사례로 지목된다. 지역 보건의료기관에서 보고된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던 부르키나파소 보건부는 특정 지역의 모성사망률이 전년도에 비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다. 이에 부르키나파소 보건부와 세계보건기구가 협력해 현지 실사를 통해 원인을 조사한 결과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었다. 임산부 건강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고, 의료기관이 아닌 가정에서의 분만이 늘어났고, 심지어 임신 관리나 분만을 위한 의료기관으로의 후송을 거부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대다수의 보건의료기관이 문을 닫았거나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의약품이 떨어지고 수혈 등 필수의료가 불가능했으며, 제대로 훈련받은 보건의료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모든 원인에는 코로나19 및 그로 인해 더욱 심화된 분쟁, 폭력, 경제적 불안정, 영양실조 등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당장의 지원책으로 해당 지역의 보건인력 및 지역사회 보건요원, 환자와 가족들의 자기돌봄 역량 훈련 등이 이루어졌으나, 무장 분쟁으로 인한 위험과 인도적 위기가 지속되는 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재난이 국내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보면, 한국이 이른바 K-방역으로 선진국들보다 대응을 잘 해냈다는 국가적 자부심과, 그 이면에서 경제적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자영업자 등 계층의 억울함과 이를 풀어주기 위한 재난지원금과 방역 완화 조치, 방역 피로감, 백신 안전성과 구매 등, 마치 국내 정쟁을 다루던 것과 같이 집단적 이슈에 그때그때 즉각 반응하는 경마식 보도 행태가 이어지는 듯하다. 선진국들과 끊임없이 확진자수와 사망자수를 비교하면서 때로는 우월감을 느끼고, 때로는 고소득국가들이 하듯 백신을 사재기해서라도 빨리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는 조바심이 주된 정서를 이루고 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또다시 ‘국난 극복’을 했다고 자평하고 지나가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재난에 더욱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IMF 이후 또다시 맞은 초유의 사회경제적 재난이 지나간 후 더욱 심해질 사회적 불평등과 이를 교정할 방법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미얀마와 홍콩의 민주화 열기에 지지를 보내듯, 코로나19로 인해 심해질 세계적 불평등과 지금도 계속되는 인도적 위기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낼 수 없을까?

 

* 참고문헌

– IDMC. (2020). The Sahel: A protection crisis aggravated by the COVID-19 pandemic. https://reliefweb.int/report/burkina-faso/sahel-protection-crisis-aggravated-covid-19-pandemic

– ICRC. (2020). Burkina Faso: in the grip of a triple crisis – armed conflict, COVID-19 and floods
https://reliefweb.int/report/burkina-faso/burkina-faso-grip-triple-crisis-armed-conflict-covid-19-and-floods

– UN. (2020). Violence, COVID-19, contribute to rising humanitarian needs in the Sahel.
https://news.un.org/en/story/2020/10/1075602

– Unicef. (2020). The crisis in Central Sahel.
https://www.unicef.org/wca/reports/central-sahel-crisis

– WHO. (2020). Central Sahel appeal.
https://www.who.int/emergencies/funding/appeals/central-sahel

– WHO. (2020). Review of maternal deaths and the continuity of essential reproductive, maternal, and child health services in the context of COVID-19 and the Humanitarian Crisis in the Sahel, Burkina Faso.
https://www.afro.who.int/news/review-maternal-deaths-and-continuity-essential-reproductive-maternal-and-child-health

– 국제 적십자 위원회. (2021). 말리: 보이지 않는 최전선, 분쟁 지역의 기후 변화.

말리: 보이지 않는 최전선, 분쟁 지역의 기후 변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많은 언론이 해외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백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국가별 ‘순위표’로 이어집니다. 반면 코로나19 이면에 있는 각국의 역사와 제도적 맥락, 유행 대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경제·사회적 역동을 짚는 보도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코로나와 글로벌 헬스 와치’를 통해 격주 수요일, 각국이 처한 건강보장의 위기와 그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모두의 건강 보장(Health for All)’을 위한 대안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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