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 코로나가 알려준 노인 돌봄 ‘공공화’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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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높고 정의로운 사람 중심의 돌봄 체계 구축해야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돌봄”이 이렇게까지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던 적이 다시 있을까 싶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으려는 방역 중심의 사회적 조치들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사회를 받치고 있던 돌봄의 그물망에서 나는 파열음을 듣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들이 길어지고, 부모는 재택근무 실시로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온 가족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재생산 노동인 돌봄의 부담이 가족, 특히 여성에게 가중되고 있다. 가족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돌봄에 기대어 일상생활을 유지해온 사람들에게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예전처럼 돌봄서비스를 받으려면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남들처럼 거리두기를 하고 감염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려면 일상생활 유지 자체가 어려워지게 됐다. 이 딜레마를 안은 채 요양병원, 요양시설, 재가요양, 노인돌봄서비스를 이용하며 지내던 백오십만 명 쯤 되는 노인들의 삶에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노인돌봄제도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으로 우리 사회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큰 사람은 노인이고, 가장 위험한 곳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다. 2020년 일 년 간 약 7만 명을 넘은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70세 이상 노인은 전체의 13%도 되지 않았지만, 전체 사망자의 약 84%를 차지했다. 요양병원과 시설에서 감염된 사람은 전체 확진자의 6%도 되지 않았지만, 전체 사망자 중 40%가 요양병원과 시설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펴낸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미국의 경우 전체 사망자의 41%가 요양시설에서 발생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요양시설 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68%를 차지했으며, 복지 수준이 높다고 알려진 핀란드의 코로나19 사망자의 43%, 스웨덴에서는 50%가 요양시설에 있던 노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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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21.06.17 기사 바로가기)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가 각 분야 전문가의 힘을 빌려 여러 산적한 문제의 대안을 들여다보는 기획 ‘포스트 코로나의 대안’을 마련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가 1년을 넘었다. 그 사이 1억1300만 명이 넘는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50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최대 3%를 죽음으로 몰아간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스페인 독감) 이후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최대의 피해라고 할 만하다.

이런 대규모 피해가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안착했다. 실물 경제를 대신해 금융 자본 위주의 경제 체제가 중요한 한 축을 잡게 됐다. IMF 사태 이전과 이후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인류사를 나눌 수 있다는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글이 가볍게 와 닿지 않는 까닭이다. AC 1년, 관련 논쟁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가 빚을 질 것이냐, 가계가 빚을 질 것이냐는 숙제는 지금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비대한 자영업 비중이 개개인을 대재난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필수적 진료를 받기 힘든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당장은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한 시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떻게 극복할지, 코로나19 이후 어떤 노력으로 더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앞으로 매주 한 편의 전문가 글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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