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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은 사회계층에 따라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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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리(시민건강연구소 회원)

 

환경문제는 전 인구가 오래전부터 당면한 문제이지만 최근 바이든 정부가 이전 트럼프 정부 시기의 규제완화 정책을 철회하고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다시금 환경오염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관련 기사).

 

환경오염문제는 한 개인이나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공평하게 그 부담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환경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전 지구적 문제이니 만큼 모든 인구가 같은 영향 아래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카톨릭대학교 사회학과 신희주 교수와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백영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환경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계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논문 바로가기: 환경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계층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 두 저자는 최근 한국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및 중금속 중독과 관련하여 신체 중독 정도 및 건강상태와의 연관성을 사회계층에 따라 분석하고, 각 계층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를 측정하였다.

 

두 저자가 주목한 중금속은 카드뮴으로서 혈중 카드뮴 중독은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 골다공증 등 수많은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저자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제7기 2차년도(2017년) 자료를 토대로 카드뮴 농도 측정 결과와 주관적 건강상태 및 음주, 흡연 등의 건강행태설문이 포함된 건강설문조사와 소득 계층 자료를 비교하였다. 연구에서는 카드뮴 농도를 높음/낮음으로 구분하고, 카드뮴 수치의 상위20%인 혈중 카드뮴 농도1.299㎍/L을 기준점으로 했다. 소득 계층은 1분위가 가장 낮은 소득수준을, 5분위가 상위 20%의 높은 소득 수준을 나타내는 5개 군으로 분류하였다.

 

저자들은 크게 두 가지 결과에 주목하였는데, 먼저 소득 계층에 따라 혈중 카드뮴 농도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고, 동일한 수준으로 카드뮴에 노출되더라도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소득 수준 별로 차이가 있는지를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 1분위의 혈중 카드뮴 농도의 평균값은 1.054㎍/L로 소득 2분위보다 높게 나타나며, 5분위의 평균값인 0.152㎍/L과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주관적인 건강수준 역시 소득 수준이 낮은 1분위로 갈수록 주관적으로 느끼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소득 분위가 높을수록 혈중 카드뮴 농도가 감소하고 주관적 건강상태는 좋아지며, 낮아질수록 혈중 카드뮴 농도가 증가하고 주관적 건강상태 또한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기존의 연구에 근거하여, 소득이 낮은 인구 집단일수록 환경오염 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살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낮은 건강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저자들은 위의 결과를 바탕으로 주관적 건강상태와 혈중 카드뮴 농도 사이의 연관성을 비교하였고, 혈중 카드뮴 농도가 주관적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르게 나타남을 증명하였다. 소득 하위 40%에서는 주요 건강 관련 변수(음주, 흡연 등의 건강행태 등)가 통제된 상태에서도 혈중 카드뮴 농도에 따라 주관적 건강상태를 다르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득 상위20%에서는 혈중 카드뮴 농도가 주관적 건강상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적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집단들을 통제하고도 소득 분위에 따라 혈중 카드뮴 농도가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났는데, 이를 토대로 저자는 환경오염 물질에 같은 수준으로 노출된다 하더라도 저소득 계층의 경우 사회심리적 요인(만성적 스트레스 등)에 의한 생리학적 기제 때문에 환경오염 인자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카드뮴의 혈중 농도가 건강상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흡연, 음주 및 운동 등의 건강 행태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보다는 작기 때문에, 생활 습관이나 생활 환경의 개선으로 인해 그 영향력이 상당 부문 감소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고로 오는 스트레스 및 경제적 원인으로 인해 개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환경오염 문제는 전지구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정 사회계층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본 연구에 비추어 볼 때 건강불평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보편적인 대책 뿐 아니라 소외된 계층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계층적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사회정책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서지정보

신희주 & 백명호. (2020). 환경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계층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 보건과 사회과학, 55(1), 137-163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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