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이용할 권리는 누가 가져야 할까?
- 들어가며
○ 지난 5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계기로, 정부는 한국의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음.
– 6월 12일 개최된 G7 정상회의 ‘보건’ 세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 세계 수요에 못 미치고 있는 백신의 공급 확대를 위해 한국이 보유한 대량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공언함.
– 현재 정부는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 TF」를 발족한 상태이고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등 국내 백신산업에 대한 각종 정책적·재정적 지원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
○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의 일환으로, 특허청은 향후 1년간 코로나19 백신 분야 특허출원을 우선심사 하겠다고 발표함.
– 국내에서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백신에 대한 특허심사를 우선 처리하여 백신 기업들의 ‘빠른 특허 획득’을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우선심사 대상은 ① 공공 연구개발사업 결과물에 관한 출원, ② (임상시험용 포함) 백신을 생산 중인 기업의 생산기술 관련 출원임.
○ 그러나 지적재산 독점은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한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의 근본적 원인임.
– 백신 생산 역량을 가진 많은 생산시설이 실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부족한 물량을 두고 경쟁하고 있음.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제약사들은 백신의 가격, 구체적인 공급 시기와 물량 등의 정보 일체를 비밀에 부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음.
–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제약사의 지적재산 독점을 앞장서 지지하겠다고 공언한 것임.
○ 지난 2월 26일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으로 현재(6월 28일 기준)까지 약 1,500만 명이 1회 접종, 464만 명은 2회 접종을 완료했음. 정부는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호언장담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백신 수급 불안을 우려하고 있음. 그리고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문제이기도 함.
○ 지난 6월 2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한 ‘mRNA 백신 기술이전 허브’를 남아공 컨소시엄(보건부와 과학기술부가 주주인 공공제약사 Biovac 등)에 출범함.
– 연구기관, 제약사 여러 곳으로부터 기술과 지식, 노하우를 공유받은 뒤, 백신을 생산하고자 하는 중·저소득 국가 여러 곳에 기술이전과 훈련을 제공하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되며, 향후 허브의 추가지정, mRNA 백신 외 다른 플랫폼으로 확대 가능성도 열어둠.
– 앞서 WHO는 4월 16일 ① 기술이전 허브를 유치하고자 하는 생산시설, ② 보유한 기술·지적재산권을 공유하고자 하는 기관의 의향 표명서를 요청함. 이후 총 25개 중·저소득 국가가 기술이전을 받고 싶다고 표명한 데 반해, mRNA 백신을 허가받아 유통 중인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모더나社는 기술이전은 물론 노하우 공유 의사도 표명하지 않음.
○ 잘 알려져 있듯이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에는 상당한 수준의 공적 자원이 투입되었음. 따라서 코로나19 백신은 단순히 제약사의 이윤추구를 위한 상품이 아닌, 전 세계 모든 사람의 공평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글로벌 공공재’라는 주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음.
– 현재 상용화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모더나 백신, 임상시험을 완료한 노바백스 백신이 모두 글로벌 차원의 백신 개발·생산·구매·배분 협력체, ‘코백스(COVAX)’를 통해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가 개발해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전한 것이며, 모더나 백신의 경우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가 개발해 모더나에 이전한 것임.
–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백신 후보물질 역시 공공 연구기관과의 협업, 공공 연구개발 자금 등 지원을 받고 있음.
○ 백신의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에도 상당한 수준의 공적 자원이 투입되고 있음. 그런데도 백신의 생산에 대한 공적 자원 투입, 특히 공적 생산시설의 존재와 활용 현황, 그리고 생산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적 통제에 대한 논의는 공백인 상태임.
○ 공적 생산시설은 국가별 의약품 생산 체계에서 필수의약품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며, 그 형태는 다양하나 국가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존재함.
① 영국 PBL (Porton Biopharma Limited)
– 2015년 설립된 PBL은 바이오의약품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영국 보건부 소유 기관으로, 과거 영국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이 생산하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에르위나제(Erwinase)와 탄저병 백신을 생산 중임.
② 프랑스 LFB (Laboratoire français du Fractionnement et des Biotechnologies)
– 1994년 설립된 LFB는 프랑스 정부 소유 기관으로, 설립 이후 희귀·난치성 질환 의약품을 생산하다가 2019년 2월 LFB 전략적 전환 프로젝트(LFB Strategic transformation project)를 계기로 면역학, 혈액학 및 응급의학에 사용되는 15개 종류의 혈장 및 단백질 치료제의 생산 및 공급을 핵심 사업으로 선정함. 15개 의약품은 80개 질환을 대상으로 하며 이 중 2/3는 희귀·난치성 질환임.
○ 국내에도 안동, 화순, 송도에 바이오의약품의 공적 생산시설이 존재하며 백신의 대량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음. 그러나 현재 한국의 공적 생산시설은 민간 제약사의 백신 생산을 대신 수행하거나 보완하는 기능을 담당할 뿐 사실상 공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임.
– 공적 생산시설 혹은 공적 지원에 기반한 인프라(시설과 장비)로부터 생산된 백신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의 공평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글로벌 공공재’로서 기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적 통제가 필수적임.
○ 본 이슈 브리프는 안동, 화순, 송도에 소재한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공적 생산시설을 개괄하고 각 시설의 생산 역량과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 체결 현황을 소개함. 공신력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정부에 정보를 요청하였으나 얻지 못한 관계로,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를 토대로 작성함.
…
- 결론 및 제언
○ 지금까지 본 이슈 브리프는 안동, 화순, 송도에 소재한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공적 생산시설을 개괄하고, 각 시설의 생산 역량과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 체결 현황을 소개함. 조사 결과, 각 공적 생산시설 모두 백신 원액 생산과 완제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고 있었음.
○ 공적 생산시설은 100% 공적 재원으로 설립되었지만, ‘산업 육성’, ‘경제 활성화’ 등 막연한 목표를 표방하며 민간 기업의 백신 생산을 대신 수행하거나 보완하는 기능을 담당할 뿐, 그 결과물에 대한 공평한 접근성, 저렴한 가격 책정을 보장하기 위한 기전이 없었음. 또한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공적 생산시설에서 생산하기로 계약한 물량이나 생산 단가조차 파악하기 어려웠음. 반면 제약사는 유무형의 공적 지원을 받아 생산된 백신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예정임.
○ 공적 자원으로 의약품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만큼 생산물 또한 공공재로서 기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적 통제가 필수적임. 공적 생산시설의 투명한 정보 공개는 생산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적 통제의 출발이며 정확한 정보에 기반하여 향후 백신의 생산 및 공급 계획을 수립해야 함.
○ 정부는 한국을 글로벌 백신 허브로 만드는 것이 세계적인 백신 수급 차질을 해결할 방안이라며, 국내 제약사의 지적재산 독점을 앞장서 지원하는 중임. 이는 백신의 글로벌 공공재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반하는 결정일 뿐만 아니라, 제약사의 독점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글로벌 백신 허브를 구축·관리·운영함에 있어 필수적인 조건도 아니란 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임.
○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 가격, 접근성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제약사의 지적재산 독점에서 비롯됨. 코로나19 초기부터 국내외 시민사회는 백신의 개발과 생산에 관련된 모든 지식을 공유하는 길만이 감염병의 종식을 앞당길 방법이라 주장했고, 최근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고소득 국가들도 잇달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 면제’에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음.
○ 최근 쿠바 정부는 쿠바의 보편적 의료보장 체계를 위한 보조금 명목의 금액을 지불하면 국영제약사 핀레이백신연구소(Finlay Institute of Vaccines)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지적재산권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상 지적재산권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의미와 같음. 이외에도 쿠바는 백신 생산권을 타국에 내주거나 저소득 국가에 기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백신의 글로벌 공공재 실현을 위해 몸소 실천하고 있음. 남아공 정부는 작년 10월 인도 정부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위원회(TRIPS)에 ‘지적재산권 면제’를 처음 제안했을 뿐 아니라, 중·저소득 국가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mRNA 백신 기술이전 허브’를 공공제약사 바이오백(Biovac)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유치함.
○ 한국 정부도 백신 생산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임. 공적 생산시설이 제약사와 맺은 계약 체결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적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백신이 공공재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함. 나아가 코로나19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지적재산권 면제’를 지지하고 백신의 공평한 접근성을 보장하는데 기여해야 함.
<차 례>
- 들어가며 1
- 국내 공적 생산시설 개요 4
- 공적 생산시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 및 계약 체결 현황 6
- 국내 코로나19 백신 생산 및 계약 체결 현황 6
- 공적 생산시설 별 백신 생산 역량 및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 체결 현황 8
- 결론 및 제언 10
<표 차례>
[표 1] 국내 코로나19 백신 생산 및 계약 체결 현황 7
[표 2] 공적 생산시설 별 백신 생산 역량 및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 체결 현황 9
[PHM Korea Issue brief] Who has the right to use COVID-19 vaccines produced
in public manufacturing facilities? (July 5, 2021)
After the ‘ROK-US Vaccine Partnership’ which was agreed during the ROK-US high-level summit at Washington DC held on 21 May, the SKG has been quickly pushing for a project, so-called ‘South Korea as global vaccine hub’. The SKG announced that they prepared various types of policies to support making South Korea a global vaccine hub, and the Korea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 announced on 22 June that they would enact the accelerated examination for COVID-19 vaccines over the next year. This was the SKG’s official stance to support IP monopolies, and Korean CSOs immediately opposed this drive. Pharmaceutical companies’ IP monopoly is a fundamental cause of the COVID-19 vaccine shortage that the global society has faced. Many manufacturing facilities that possess vaccine production capacities are not being utilized due to the IP monopolies, and all countries have been competing with each other for vaccine purchases. EACT Korea criticized the intellectual monopoly of pharmaceutical companies along with the SKG’s current IP monopoly policy, and insisted the SKG utilize public production facilities for public health for all, not for industrial purposes.
As we all knew, COVID-19 vaccines should function as global public goods rather than as products for pharmaceutical companies’ profit-seeking purposes, since COVID-19 vaccines were developed by a significant amount of public R&D support. Although an enormous amount of public funds has been allocated to build public manufacturing facilities, the very existence of public manufacturing capacity was relatively less well known than public R&D even during this pandemic. There are four major public manufacturing facilities in South Korea, the public CMO for Animal Cell-based Vaccines in Andong, the public CMO for Microbial-based Vaccines in Hwasun, the Biopharmaceutical Research Center in Hwasun, the Korea Biotechnology Commercialization Center in Songdo, and all facilities have mass production capacities of vaccines. However, these public facilities currently served as a CMO for vaccines being developed by pharmaceutical companies rather than performing a public function itself. In short, public manufacturing facilities, which were established with 100% public funds, were producing COVID-19 vaccines being developed by pharmaceutical companies, without public control, under vague aims such as fostering bioindustry and revitalizing the economy.
In order to promote public scrutiny and control over the public vaccine manufacturing capacity, EACT Korea brief, titled ‘Who has the right to use COVID-19 vaccine produced by public manufacturing facilities?’, investigated the capacity of public vaccine manufacturing facilities in detail, and the current contract status of COVID-19 vaccine CMO (Table 2). We used the information available online and also criticized the SKG for failing to disclose full relevant information despite our constant req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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