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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 지원정책은 주거비 부담도 낮추고 식품불안정도 해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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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령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두 달 전,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관련 기사). 많은 취약계층들이 생계가 어려워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가족 등 부양의무를 진 이들에게 소득과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보장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비로소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이 문제가 왜 그토록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했던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부양의무자 기준 만이 아니라, 취약계층은 삶의 단계마다 다양한 부분에서 제도의 사각지대를 경험하게 된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는 취약계층에게는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그리고 더 깊숙한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해 그들의 삶을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나아가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가 가진 제도들이 “필요한 이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 지금의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지 또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지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2021년 국제학술지 <공중보건 영양학>에 출판된 연구로서, 한국의 취약계층을 위한 현금지원제도가 저소득층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논문 바로가기: 저소득층의 식품불안정과 주거비 부담: 주거급여는 식품불안정을 감소시키는가?).

 

분석대상은 한국복지패널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총 12개년도의 자료에서 소득 하위 40% 미만에 속하는 저소득층 가구였다. 소득 대비 주거비가 30% 이상인 경우를 주거비 부담을 느끼는 가구로 정의하고, 지난 1년간의 식생활에서 “식품이 떨어졌는데도 살 것이 없거나, 균형잡힌 식사를 할 수 없는 경우”를 식품불안정 가구로 정의했다. 마지막으로 주거비 지원 가구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제공하는 현금 지원 사업(예: 주거 급여, 지자체 월세 지원 등)과 현물 지원 사업(예: 임대주택)의 혜택을 받은 경우로 정의했다. 패널 분석 결과, 주거비 부담을 경험한 저소득가구는 식품불안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고(OR: 1.26), 특히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이 많은 세입자에게서 그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OR: 1.41). 다행히 현금지원과 현물지원 모두 식품불안정을 감소시켰는데(각각 OR: 0.54, OR: 0.48), 독립변수(주거비 지원 정책)과 종속변수(식품불안정)의 관계에는 주거비 부담이 위치하고 있었다. 즉, 주거비 지원 정책이 식품불안정을 해소하는 경로에서 주거비 부담의 감소라는 매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주거비는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으로 생활에 필요한 여러 필수재(의료, 교육, 식품 등)의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거지는 한 번 정해지고 나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주거비는 일정기간 동안 지출의 규모가 변화가 없는 비탄력적 요소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저소득층은 고정으로 지출되는 주거비를 지출하고 나면 가용할 수 있는 소득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므로 낮은 가용소득이 야기하는 여러 위험 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들에게 주거비 지원 정책은 주거비 지출이 이후의 가용 소득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필수재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시키고, 전반적인 건강 수준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연구진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비 지원 정책이 주거비 부담 완화 뿐 아니라, 식품 불안정 문제도 일부분 해소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 소개한 논문은 주거비 부담 완화를 목표로 하는 정책적 지원이 주거 외의 영역에도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 취약계층이 겪는 삶의 위기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 등 코로나 19 사태 이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부의 경제 대책이 취약계층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금, 이들을 위한 정책은 광범위하게 검토되면서 동시에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 서지정보

 

Bo Kyong Seo, Gum-Ryeong Park (2021). Food insecurity and housing affordability among low-income families: Does housing assistance reduce food insecurity? Public Health Nutrition, 1-23. doi:10.1017/S1368980021001002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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