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시민건강논평

사라진 질병, 사라지지 못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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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환자들이 사라졌다.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코로나19 초기 유행이 한창이던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초과사망과 의료이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관련 자료 바로가기). 같은 기간 응급실 방문 건수가 예측대비 약 28% 줄었으며, 입원환자, 외래환자, 중환자실 입원 수도 약 10% 감소했다.

 

코로나 유행 시기 초과 사망에 대해서는 분석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데, 방법과 시기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다르다. 통계청은 지난해에 초과 사망이 없다고 발표했다(기사 바로가기). 심평원의 보고는 통계청과 비슷하지만, 일부 시기(8월)에는 초과 사망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국 연구자가 분석한 국제비교에서는 한국의 초과 사망이 다른 나라보다 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관련 자료 바로가기).

 

초과 사망이 없거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 조금 낫다고 해서 그냥 지나갈 일은 아니다. 전체 크기만큼이나 원인별 사망도 중요하다. 초과 사망의 크기가 큰 국가들에서는 코로나가 중요한 이유인 것과 비교하여, 한국의 초과 사망은 코로나가 아닌 다른 원인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원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유행과 대응 때문에 필수 의료 이용이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필수 의료 이용이 줄어든 것은 다른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질병의 의료 이용이 줄어들었는데, 특히, 호흡기 질환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많은 사람이 호흡기 질환 감소를 마스크와 거리 두기 때문이라고 추정하지만, 그 영향만으로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결핵이다. 작년 한 해 상대적으로 긴 잠복기를 가진 결핵 환자신고율은 사상 최대로 감소했다. 최근 5년 사이 결핵 환자 신고율은 일 년에 약 10%씩 줄었으나 작년 한 해는 그 두 배인 19%가 줄었다(관련 자료 바로가기). ‘만성’ 감염병인 결핵이 마스크와 거리 두기 때문에 감소했다고 보기는 무리다. 질병이 줄고 따라서 고통이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질병 숫자만 사라지고 고통은 그대로 남은 건 아닌지 걱정이다.

 

감염병 대유행 시기 많은 자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필수 의료와 필수 서비스의 공백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최근 한 공공기관의 연구는 코로나19 유행 동안 돌봄 서비스 중단을 경험한 장애인 비율이 5명 중 1명이라고 발표했다(관련 자료 바로가기). 응급의료도 마찬가지, 작년 대구 유행 당시 전국을 안타깝게 했던 정유엽 군의 사망을 모두가 기억하리라. HIV 감염인, 홈리스, 장애인, 이주노동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병원의 필수 의료 공백이 심각하지만, 이러한 ‘부재’ 문제는 좀처럼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한다(관련 자료 바로가기).

 

우리는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필수 (의료)서비스의 유지 또한 코로나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논평 바로가기). 백신 접종이라는 공중보건 자원을 모두 동원해야 할 과제 앞에 같은 취지로 지난 3월 발표한 <논평>의 한 대목을 그대로 옮긴다(논평 바로가기).

 

“백신 접종과 필수 서비스 유지를 동시에 ‘제도화’하는 데 필요한 사항은 딱 한 가지만 당부한다. 여러 보건의료 인력에 더 많은 노동과 노력을 강요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 더 사람을 구하고, 지원하며, 더 많이 비용을 써야 한다는 것. 당연히 정부가 일차 책임자다.”

 

하반기 백신 접종 예상 인원은 상반기보다 훨씬 많고, 따라서 더 많은 자원이 백신 접종에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공중보건인력의 획기적 충원 계획은 들리지 않는다. 그 자리 대신 정치권의 주장은 하반기 경기 활성화에 집중한다. 이미 내년에 있을 대선을 둘러싼 논의가 등장하고 있지만, 그 공간에 백신 접종과 필수 서비스 유지를 동시에 ‘제도화’ 하려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동전의 다른 면과도 같은, ‘공공보건의료’의 공백을 메우는 손쉬운 전략으로 등장하는 공중보건 서비스의 민영화 또는 민간위탁의 가능성을 경계한다. 보건의료의 공공성 강화와 건강 불평등 완화라는 목표를 제시하고도, 인력과 재정 등 공공의 강화 없이 ‘협력’과 ‘활용’만을 되뇌는 모든 논의는 사실상 ‘민영화’와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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