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잘 읽기 위한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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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13호 ‘건강한 건강수다’>

글: 김유미 이모, 그림: 김일경 이모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 들어봤지? 우유를 섞은 커피 말고 ‘나 때는 말이야’의 입말을 유사한 발음의 다른 단어에 빗댄 말장난이야. 어린이와 청소년이 말을 줄이고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낸다며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새로운 말을 동무들만 만들고 쓰는 건 아닌 것 같아. ‘학세권’이나 “라떼는 말이야” 같은 말을 어린이·청소년이 만들었을 리 만무하잖아?

 

말과 글은 바뀌고, 말과 글을 담는 그릇과 나누는 수단도 바뀌어. 지금 사람들은 라’떼’와 라’때’를 구별하여 발음하지 않아. 이러다 언젠가 라떼를 ‘라때’로 쓰는 날이 올 지도 모르지. 바뀌는 속도도 엄청나. 불과 20년 전 아홉 시 뉴스 자료화면 속의 아나운서 말투를 지금 들으면 너무 어색해.

 

동무들은 지난 1년 반 동안의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서 디지털 기기로 말과 글을 익힌 세대야. 화상으로 수업을 받으면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때 보다 공부를 더 잘할까? 컴퓨터로 글을 읽으면 책으로 읽을 때보다 더 많이, 더 효과적일까? 검색엔진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유튜브로 검색하는 것이 이해에 더 도움을 줄까? 얼굴 보며 하는 대화나 전화보다 ‘페메’나 ‘카톡’으로 사람 관계를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동무들은 어땠어?

 

 

인터넷이 막 퍼질 때, 학자들은 사람들이 더는 읽지 않을 거 같다며 걱정했었어.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사람들은 하루에 더 많은 단어·문장·정보를 접하고 있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글자로 적어놓으면 기억을 안 하거나 못 해서, 책에 반대했다고도 하니까, 변화는 항상 소란스러운 것 같기도 해. 여하튼 요즘은 문장이 단순해지고, 정보가 작게 쪼개지고,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야. 이러한 변화가 사람의 인지와 발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결론 내리지 못했어.

 

동무들도 책 볼 때보다, 컴퓨터로 여기저기 인터넷 세상을 쏘다닐 때 집중하기 힘든 경험을 해 봤을까? 화상으로 수업을 받을 때, 핸드폰이나 다른 창으로 게임 하거나 수다 떨기 얼마나 쉬운지 알지? 왜 이렇게 주의가 산만하고, 주의력이 결핍되어 있느냐는 야단을 맞지만, 오히려 우리는 주의를 너무 많이 해야만 하는 시대에 산다고 할 수 있어. 왜냐면 인간이 쓸 수 있는 주의력의 전체 양은 정해져 있는데, 이것과 저것을 동시에 혹은 연달아서 보다 보면 너무나 피곤해지기 일쑤인 데다, 중요한 맥락과 이야기를 되새길 짬이 부족해지거든. 게다가 동무들의 뇌는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산만의 뇌 회로가 형성되기 너무나 좋다고.

 

한정된 주의력을 아껴 쓰고, 산만한 정보를 이야기로 꿰기 위해서 나름의 규칙을 정해 보았어. 우선 인터넷 시간을 제한하는 건데, 이건 진짜 어렵더라. 그래서 인터넷 안 쓰는 시간을 정하기로 했는데, 오전의 몇 시간과 자기 전 몇 시간을 정했어. 또 다른 규칙은 어떤 주제나 글을 인터넷에서 읽거나 볼 때 중간에 하이퍼링크(다른 사이트로 넘어가지 않고)하지 않고 진득하게 읽는 거야. 그리고 일기를 쓰기로 했는데, 이번 방학에 열심히 해볼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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