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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는 생활체육을 어떻게 달라지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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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지난 8일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시작은 할 수 있을까 싶었고, 코로나19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비롯한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니 올림픽 경기를 보며 잠시나마 장기화된 코로나19의 괴로움을 잊고 스포츠 경기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올림픽은 엘리트 체육인을 위한 축제일 뿐, 생활체육을 육성하는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올림픽 개최는 생활체육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운동을 멀리하는 인구집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영국의 연구진들은 2012년 런던올림픽 전후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비교하여, 이 효과를 측정해보고자 하였다(논문 바로가기: 대형 스포츠행사를 통한 스포츠 진흥. 2012 런던올림픽 종목별 분석).

 

이 연구는 유럽에서 스포츠와 레크레이션 활동에 관해 시행되는 조사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인 액티브 피플 서베이(Active People Survey) 자료를 이용하였다. 이 조사는 매년 영국의 16세 이상 성인 16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종목들 가운데 43가지 종목에 대해 1) 주 3회 이상 참여하는지, 2) 주 1회 이상 참여하는지, 3) 월 1회 이상 참여하는지 질문한 항목을 검토하였다.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12년 올림픽 개최 전까지의 자료를 이용하여 계절성과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여 2012-2014년 운동에 참여할 사람의 수를 예측해 보았다. 그리고 그 예측치와 실제 2012-2014년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 사람의 수를 비교하여 이 차이를 올림픽의 효과로 정의하였다.

 

연구 결과, 전체 올림픽 종목에 대해 매주 3회 이상 활동에 참여했다고 답한 사람은 예측치보다 5.87%p 높았고, 주 1회 이상 활동에 참여한 사람도 예측치보다 2.3%p 높았다. 바꿔 말하면, 올림픽의 효과로 인해 주 3회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2012-2014년 사이 150,000명이 늘었고, 주 1회 이상 참여하는 사람은 186,000명 늘어난 셈이다. 월 1회 이상 운동에 참여하는 것에는 특별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운동 종목별로 분류하였을 때는 월 1회 활동참여자가 격투 종목(권투, 펜싱, 유도, 태권도, 레슬링)에서 8.23%p, 단체 종목(야구, 골볼- 소리가 발생되는 공을 이용하여 상대편의 골에 공을 많이 넣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시각장애인 경기, 핸드볼, 하키, 배구, 휠체어 농구, 휠체어 럭비)에서 20.66%p, 수상 종목(카누, 조정, 요트)에서 16.98%p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개인 스포츠인 수영, 육상, 사이클, 승마에서는 월 1회 참여자 수의 증가는 보이지 않았고, 주 1회 참여자 수와 주 3회 이상 참여자 수의 증가 폭도 5%p 이내였다. 즉, 비교적 덜 알려진 스포츠 종목에서 새로 운동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크게 증가하였고, 올림픽 개최의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또한 인구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분류하였을 때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는데, 일반적으로 여성에 비해 남성이, 장애인에 비해 비장애인이, 나이가 젊을수록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그런데 올림픽 개최의 효과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서, 젊은 사람보다 나이든 사람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면을 고려할 때 올림픽과 같은 큰 스포츠 행사가 스포츠 활동의 불평등을 전복시킬 수 있는 주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국가주의, 상업주의, 환경 파괴, 도시 빈민에 대한 강제 철거, 재정 적자 등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올림픽이 계속 이어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러나 ‘젊은’ ‘비장애인’ ‘남자’ 선수들이 ‘인기 종목’을 경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구 구성원들이 여러 종목을 경기하는 것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스포츠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 도전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여성 연예인들이 축구 경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더 많은 여성들이 축구 경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그에 대한 사례가 될 것이다. 운동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로 누릴 수 있도록 폭넓은 경험들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 서지사항

Kokolakakis T, Lera-Lopez F. Sport Promotion through Sport Mega-Events. An Analysis for Types of Olympic Sports in London 2012.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20;17(17):6193.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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