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 와치 외부 기고문

코로나 팬데믹으로 붕괴되고 있는 필수 의료 서비스

715회 조회됨

윤창교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2020년 1월 30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언된 이후, 1년 7개월이 넘게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다.1) 2021년 8월 18일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2억800여 명이 누적 확진되었고, 이 중 437만 명이 사망하여 치명률 2.1%를 기록하고 있다.2)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나라에서는 집합금지,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은 공중보건 대책 및 개인의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 등이 시행되고 있으며,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을 시작했다. 한국은 2021년 8월 9일 현재, 2400만 명이 1차 접종을 하였고, 이 중 1080만 명은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상태이다.3)

 

이러한 역사상 전례 없이 빠른 백신, 치료제 개발과 전방위적인 공중보건 대응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알파, 베타, 델타 변이에 이어 람다 변이까지 만들어내면서 끊임없이 대유행을 지속하고 있다.4)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필수의료서비스의 지속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이 시작하자마자 각국 보건부는 유행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필수의료서비스의 지속적인 제공을 시급하게 준비했다. 필수의료서비스는 생명 유지와 증진에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는 의료서비스로, 이에 포함되는 서비스의 종류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보건소/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에서 이루어지는 예방, 건강증진, 치료, 재활, 완화치료 등 전체를 말한다.5) 응급/중환자의학, 감염질환, 비감염성질환, 정신건강, 모성건강, 치과 등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서비스도 재화와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나라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폭증한 환자 치료 및 공중보건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필수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원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배분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6)

 

전례 없는 대유행 상황에 대한 보건의료체계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였고, 급격히 증가하는 코로나19 환자 대응에 대부분의 자원을 할당하고, 필수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력, 시설, 장비는 부족한 상황을 공통적으로 겪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 많은 수의 공공병원과 종합병원이 코로나19 대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7) 해당 병원에 있던 환자들은 전원을 하게 되고, 응급환자들은 응급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비(非)전담병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지연이나 불필요한 질병 이환과 초과 사망이 발생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및 의료기관 방문 기피현상에 따른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가 관찰된 바 있다.8), 9)

 

이러한 현상은 에볼라 유행을 겪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관찰된 바 있는데, 이 지역 국가들 에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홍역, 말라리아, HIV/AIDS, 결핵으로 인한 이환율과 사망률이 증가한 것이 보고되었다. 이는 필수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저하에 따른 것으로, 이러한 질병들로 인한 사망은 정작 에볼라로 인한 사망보다 더 높기도 하였다.10)

 

세계보건기구(WHO)의 전 세계 필수의료서비스 피해 현황 조사

▲ 지역별 필수의료서비스 붕괴 비율 (전체 133개 국가). 출처: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필수의료서비스 지속에 관한 국가별 동향 조사(2차 조사). 2021년 1월부터 3월까지.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8월과 2021년 4월 두 번에 걸쳐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필수의료서비스의 지속에 관한 국가별 동향 조사’라는 제목으로 국가별 필수의료서비스 피해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11) 이 조사는 국가별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설계된 조사표를 바탕으로 국가를 단위로 조사하였고, 첫 번째 조사(2020년 8월)에서는 105개 나라의 자료가 수집되었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응답한 105개 모든 나라에서 필수의료서비스의 붕괴 현상을 보고하고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그 응답비율이 높았다.

○ 피해의 규모는 ‘서비스 제공의 부분적 피해(5~50%)’에서 응답이 제일 많았다.

○ 응답한 105개의 나라 중에서 80%가 대유행 이전에 만들어진 필수의료서비스 패키지 정책(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서비스를 정의)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 피해를 받은 서비스는 모든 필수보건의료서비스를 포함하였는데, 특히 감염성질환, 만성질환 관리, 정신건강, 생식/모성/소아아동청소년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가 제일 큰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하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응급의료서비스는 다른 필수보건의료서비스에 비해 비교적 피해의 수준이 작다고 보고가 되었으나 16개 국가는 모든 종류의 응급의료서비스가 붕괴 현상을 보였다고 응답하였다.

○ 가장 심각한 피해를 받은 것으로 보고된 의료서비스는 예방접종, 말라리아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였다.

○ 이러한 필수의료서비스 붕괴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 것은, 수요 측면에서는 대다수의 국가(76%)에서 보고된 큰 폭의 외래환자 감소, 락다운 시기에 환자들이 겪는 의료기관까지의 교통수단이나 의료서비스 이용시의 재정적 어려움 등이 있었다.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급 측면에서는 예정된 치료, 수술 등의 취소,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대응을 위한 보건의료인력의 재배치, 병의원의 폐쇄, 의료물품 공급의 어려움 등이 있었다.

 

135개국이 응답한 두 번째 조사(2021년 1월부터 3월까지)에서는, 첫 번째 조사보다 필수의료서비스의 제공 수준이 상대적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 1차의료, 재활, 완화의료, 장기요양서비스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응답한 국가의 40%에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웠다고 응답하였다.

○ 응답한 국가의 20%는 응급의료, 중환자의료 및 수술서비스가 붕괴되었다고 응답하였으며, 66%의 국가에서는 예정된 수술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응답하였다.

○ 1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받은 서비스는 모든 필수보건의료서비스를 포함하였는데, 특히 감염성질환, 만성질환 관리, 정신건강, 생식/모성/소아아동청소년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가 제일 큰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하였다.

○ 2차 조사에서도 필수의료서비스에 대한 피해는 여전했지만, 2020년에 조사된 수준보다는 감소되었다. 1차 조사에서는 조사 국가 중 절반에서 지표서비스(tracer services)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지만, 2차 조사에서는 조사 국가의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 필수의료서비스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는, 수요 측면에서는 의료시설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57%), 환자들의 병의원 미방문(57%), 락다운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43%) 등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비율은 1차 조사보다는 감소하였다. 공급 측면에서는 보건의료인력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으며(66%), 그 다음으로는 공급 과정의 붕괴(29%)로 나타났다.

 

두 번의 조사 모두 각 국가의 필수의료서비스 붕괴에 대한 대응전략도 조사하였다.

 

○ 87%의 국가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서비스 패키지를 정의하였다고 응답하였으며 이는 2020년 조사보다 20%포인트 증가한 결과이다.

○ 66%의 국가에서 실행되고 있는 필수의료서비스 지속성을 위한 전략으로는, 보건의료 정보 제공의 강화, 보건의료인력의 충원, 환자 분류 및 비(非)코로나19환자 전담 의료시설 제공, 재택 치료 서비스 제공 및 원격의료서비스 강화 등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위하여

 

앞서 살펴본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국가들은 모든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심대한 영향을 받았다. 현재까지의 결과로 보면 2020년보다는 올해가 조금은 더 나아졌다는 보고가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에 대한 두려움,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필요한 경우에도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못하다. 코로나19 유행의 지속으로 인해 보건의료인력의 이탈도 늘어나고 있어 보건의료체계의 스트레스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2030년은 전 세계가 지속가능발전계획(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의 목표를 달성하기로 약속한 시간이지만,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2030년까지 ‘보편적 건강 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UHC)’과 같은 SDG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수의료서비스의 지속적인 제공은 보편적 건강 보장 달성에 필수적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서비스체계를 만들기 위해 보건의료체계의 재정, 의료인력, 보건의료기술, 거버넌스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강화가 필요하다.

 

* 참고문헌

 

1) Statement on the second meeting of the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2005) Emergency Committee regarding the outbreak of novel coronavirus (2019-nCoV).
Site at: https://www.who.int/news/item/30-01-2020-statement-on-the-second-meeting-of-the-international-health-regulations-(2005)-emergency-committee-regarding-the-outbreak-of-novel-coronavirus-(2019-ncov) (searched on 18 August 2021)

 

2) WHO Coronavirus (COVID-19) Dashboard.
Site at: https://covid19.who.int/ (searched on 18 August 2021)

 

3) 코로나19 예방접종 시도별 일일 접종 현황.
Site at: https://ncv.kdca.go.kr/mainStatus.es?mid=a11702000000 (searched on 18 August 2021)

 

4) <프레시안>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Site at: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80222181353927 (searched on 18 August 2021)

 

5) Maintaining essential health services: operational guidance for the COVID-19 context interim guidance.
Site at: https://www.who.int/publications/i/item/WHO-2019-nCoV-essential-health-services-2020.1 (searched on 18 August 2021)

 

6) Health Cluster. Essential Health Services: A guidance note.
Site at: https://www.who.int/health-cluster/news-and-events/news/GHC-COVID-TT-EHS-final.pdf (searched on 18 August 2021)

 

7)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2021년 8월 18일.
Stie at: https://www.korea.kr/news/policyBriefingView.do?newsId=156466727&call_from=rsslink (searched on 18 August 2021)

 

8)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사망과 의료 이용 변화에 대한 탐색적 연구.
Site at: https://www.hira.or.kr/rc/icenter/study/getReportList.do?pgmid=HIRAA030095000000 (searched on 18 August 2021)

 

9) Lee, M.; You, M. Avoidance of Healthcare Utilization in South Korea during the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Pandemic. Int. J. Environ. Res. Public Health 2021, 18, 4363. https://doi.org/10.3390/ijerph18084363

 

10) Essential health services. Site at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global-covid-19/essential-health-services.html (searched on 18 August 2021)

 

11) World Health Organization. National pulse survey on continuity of essential health servic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Site at https://www.who.int/teams/integrated-health-services/monitoring-health-services/national-pulse-survey-on-continuity-of-essential-health-services-during-the-covid-19-pandemic (searched on 18 August 2021)

 

* ‘코로나와 글로벌 헬스 와치’ 1기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2022년 2기 연재로 돌아오겠습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많은 언론이 해외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백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국가별 ‘순위표’로 이어집니다. 반면 코로나19 이면에 있는 각국의 역사와 제도적 맥락, 유행 대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경제·사회적 역동을 짚는 보도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코로나와 글로벌 헬스 와치’를 통해 격주 수요일, 각국이 처한 건강보장의 위기와 그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모두의 건강 보장(Health for All)’을 위한 대안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시민건강연구소 정기 후원을 하기 어려운 분들도 소액 결제로 일시 후원이 가능합니다.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