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연구통

재난 시기의 엄마와 아동의 정신건강

229회 조회됨

이오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2022년부터 저출생 정책이 확대 시행된다. 육아휴직 급여가 증가하고, 1세 이하 영아 수당이 신설되었으며, 출생아 1명당 2백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생애 초기 양육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바우처와 수당을 신설한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하여 재정지원을 주 유인책으로 삼았을 뿐, 노동 시장에서 고용과 급여에 나타나는 성별불평등 해결이나 아동이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에 대한 개입에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아동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아동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정책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오늘은 이탈리아 다누시오 대학의 트루멜로 박사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아동심리와 인간발달>에 발표한 COVID-19 판데믹 기간 동안 엄마와 아동의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 가기 ☞ COVID-19 판데믹 봉쇄 기간 동안 엄마와 아동의 정신 건강: 양육 스트레스의 매개 역할). 연구팀은 코로나19 발생이 첫 정점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봉쇄가 이루어진 2020년 봄에 봉쇄기간 동안 엄마와 아동의 정신건강을 조사하고, 엄마의 개인적 고통이 아동의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에서 양육 스트레스의 매개 효과를 확인하고자 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COVID-19 판데믹은 다양한 연령대에 차등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여러 면에서 혼란을 야기했는데, 특히 어린이들은 감염병의 장기적인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돌봄 제공자는 스트레스 요인이 많은 사건에 대해 어린이들이 부적절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돌봄 제공자가 높은 양육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 자녀의 요구에 덜 민감하고, 자녀와 역기능적인 상호작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의 우울, 불안 등의 개인적인 고통은 어린이의 우울, 불안 등의 정신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으며, 정서 심리 문제뿐 아니라 학습에서도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연구팀은 향후 재난 위기 상황에서 엄마와 아동의 정신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연구팀은 206명의 27~60세의 이탈리아 엄마와 7~18세 자녀를 대상으로 2020년 4월에 웹 기반 자가 응답 설문을 시행하였다. 특이점은 자녀의 응답은 엄마가 대신 응답하지 않고, 아동이 스스로 설문지에 응답하도록 하여 대리 응답으로 인한 자료의 편향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엄마의 개인적 고통은 14개 항목의 ‘병원 불안 및 우울 척도(HADS)’를, 육아 스트레스는 36개 항목의 ‘양육 스트레스 지수(P-CDI)’ 단축형을, 아동 우울은 ‘환자 자기 보고 측정 정보 시스템(PROMIS)의 감정적 디스트레스-우울-아동 항목’ 14문항을 활용하였고 모든 측정 도구의 신뢰도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엄마의 개인적 고통과 양육스트레스, 아동의 우울이 표준 집단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엄마의 개인적 고통은 엄마의 양육스트레스, 아동의 우울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엄마의 양육스트레스 또한 아동의 우울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추가 분석을 통해 엄마의 개인적 고통은 직·간접적으로 아동의 우울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으며, 엄마의 개인적 고통이 아동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엄마의 양육스트레스가 유의한 매개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양육 스트레스는 부모의 인지된 요구와 가용한 양육 자원 사이의 불일치로 인한 부모의 부정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재난 위기 상황에서 아동의 심리적 적응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충하는 데 엄마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이 연구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위한 개입에서 엄마의 개인적 고통과 양육 스트레스에 대한 중재가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아동의 정신 건강 문제를 평가하고 중재하는 전략과 함께 경청을 통해 부모, 특히 대부분의 주양육자인 엄마를 지원하고, 아동과 부모의 안녕을 위한 사회적 연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출생아 수를 높이기 위한 재정적 유인책에 초점을 둔 정책은 지양되어야 한다.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서 검증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호주의 산전·조기아동기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한 서울시 임산부-영유아 가정방문건강관리 사업과 생애초기 건강관리 시범사업처럼(☞바로 가기: 영유아 어머니의 지속적인 가정방문 간호 서비스 참여 경험), 아이가 출생 후 안전하고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를 둘러싼 가족(부모), 환경 개입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서지 정보

-Babore, A., Trumello, C., Lombardi, L., Candelori, C., Chirumbolo, A., Cattelino, E., … & Morelli, M. (2021). Mothers’ and children’s mental health during the COVID-19 pandemic lockdown: The mediating role of parenting stress. Child Psychiatry & Human Development, 1-13.

-전경자, 이지윤, & 조성현. (2021). 영유아 어머니의 지속적인 가정방문 간호 서비스 참여 경험. 한국모자보건학회지, 25(1), 31-41.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 정기 후원을 하기 어려운 분들도 소액 결제로 일시 후원이 가능합니다.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