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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일하다 다치는 것은 ‘부주의한 노동자’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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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18호 ‘건강한 건강수다’>

 

글: 이주연 , 그림: 박요셉 삼촌

 

하루 평균 5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 왜냐면, 일하다가 죽기 때문이야.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가장 높아. 대부분 막을 수 있었던 거라서 안타까움이 커.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건설 현장에 안전 발판이 튼튼하게 설치됐더라면, 노동자들이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비를 바르게 착용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어.

 

2021년 11월 18일 경상남도 김해시 한 공사 현장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높은 곳의 작업대에서 떨어져 사망했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해. “안전모만 쓰면 되는데, 간단한 실수 하나가 비참한 사고로 이어졌네.” 그런데 이 사고가 발생한 이유가 정말 노동자의 ‘간단한 실수’ 때문일까?

 

 

오늘 이모는 ‘노동자 탓’만 하면 산업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걸 말하고 싶어. 왜 아저씨는 안전 발판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일해야만 했을까? 왜 안전모를 제대로 쓸 수 없었을까?

 

안전 발판을 설치하는 것도, 안전모를 제공하는 것도 모두 돈이 드는 일이야. 기업은 발판을 설치할 시간과 돈을 아껴서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유혹을 받게 돼. 노동자들의 안전을 희생해서라도 말이야. 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회사가 지켜야 할 법과 규정을 정하는 것은 이 때문이야. 회사가 이윤을 앞세워 노동자들의 안전을 희생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니까.

 

학교에서 학급 규칙을 정해본 적 있지? 규칙만 정한다고 저절로 즐거운 교실이 되진 않아. 규칙을 친구들이 다 함께 지켜야 해. 일터에서도 마찬가지야. 정부와 노동자는 회사가 법과 규정을 따르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해. 그리고 정해진 법과 규정을 어겼을 때는 걸맞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해. 법을 어겨도 가벼운 책임만 묻는다면 아무도 법을 지키려고 애쓰지 않을 거야.

 

노동자가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해. 법을 만드는 국회, 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정부,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았을 때 걸맞은 책임을 묻는 법원까지. 그리고 노동자가 얼마만큼의 힘을 가졌는지도 중요해. 기업의 힘이 노동자보다 훨씬 세면 기업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힘이 약한 노동자가 자신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을 고치라고 요구하기 어려워. 사람의 어떠한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근본적인 힘을 ‘구조적 원인’이라고 해. 이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아주 중요해.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일하다 다치고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높은 빌딩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 건설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 모두 일을 통해 보람을 얻길 바라고, 노동으로 얻은 소득으로 괜찮은 삶을 꾸려가고 싶어 해.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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