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24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오로라 이모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에 딴지 놓는 걸 좋아하는 새내기 연구원이에요.
그림: 오요우 삼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한다면 자전거로 이곳저곳을 갈 수 있다고 말할 거야.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사귀길 바란다면 친구와 속 깊은 얘기 나누는 걸 기대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리고, 앞으로 가능성에 관해 상상하다 보면 두근거리고 가슴이 벅차.
경제학자 ‘아마티아 센’은, 사람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걸 할 수 있을 때 자유를 누린다고 봤어. 그리고 우리를 가치 있는 상태에 도달하게 해주는 걸 ‘역량’이라고 했어. 역량, 말이 좀 낯설지? 우리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악기를 연주하고, 누군가의 친구가 되는 것은 ‘기능’이야. 사람마다 가치 있게 여기는 기능 꾸러미는 달라. 센은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고, 인간이 다양한 기능 꾸러미를 선택할 자유를 역량이라고 정의했어.
‘자전거 타기’를 생각해보자. 이 기능을 달성하려면 우선 자전거가 필요해. 하지만, 균형 감각이 없다면 자전거 타기 어렵지. 자전거 페달을 굴리는 힘, 탈 수 있다는 자신감, 끈기도 필요해. 이 정도면 충분할까? 만약 주변에 자전거 도로가 없고, 길이 비좁으면 타기 힘들어. 위험해서 부모님과 선생님이 자전거를 못 타게 할지도 몰라. 자전거를 잘 타려면 안전한 길, 자전거 타는 걸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도 필요해. 이런 조건들이 모두 갖춰질 때 우리는 자전거를 탈 역량을 갖게 돼.
그런데 왜 역량을 키워야 하지? 내가 원하는 건 자전거 타기니까, 그냥 자전거를 타기만 하면 되잖아. 자전거 하나 타겠다고 균형 감각을 기르고 도로를 바꿔야 하나? 센은 말했어. 역량이 아니라 기능의 확대만을 목표로 삼으면, 힘·권력·지배·식민주의를 통해 기능을 달성할 위험이 있다고. 쉽게 말해, 우리의 목표가 단지 자전거 타기면, 매일 몇 시간씩 의무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방식으로 목표에 도달하게 될 거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고 무조건 자전거를 타도록 강요받는 거야.
사회의 많은 정책이 역량보다는 기능을 달성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어. 건강 정책도 그래. 정책의 목표가 건강할 역량이 아니라, 얼마나 더 오래 사는지,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얼마고, 몇 명이 건강검진을 받았는지가 되었어. 흡연자에게 무조건 담배를 끊으라고 하고, 아픈 사람에게 무조건 약을 주고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 단지 건강만을 목표로 한다면, 사람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신경 쓰지 않고 건강할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거야.
역량을 확대해야 건강하게 살아볼 기회를 만들 수 있어. 왜 담배를 끊지 못하는지, 운동하지 않는지, 영양가 있는 밥을 못 먹는지 살펴보고 사람들과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제시하는 거야. 만약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거라면 돈 내지 않고 다닐 수 있게 하고, 일이 너무 많아서 운동할 시간이 없으면 일을 줄이고. 건강 역량이 커질 때 다양한 환경과 상황 속에 놓여 있는 사람 모두가 건강하게 살 자유를 얻게 돼.
어른들은 흔히 어린이는 아직 어려서 판단할 수 없다면서, 특정한 기능을 강요해. 영어를 잘해야 하고, 성적을 올려야 하고, 키가 커야 한다고 말하지. 하지만, 내 삶에 관한 결정은 내가 내려야 해. 무엇을 할 때, 무엇이 될 때 가치 있다고 생각해? 그것을 하려면, 그것이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