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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복지국가가 여전히 꿈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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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연구>

 우리에게 복지국가가 여전히 꿈같은 이유

 양재진, 정의룡 (2012). 복지국가의 저발전에 관한 실증 연구: 제도주의적 신권력자원론의 타당성 검토. 한국정치학회보 46(5): 79-97

 한 두 가지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 먼저 복지국가 (welfare state)는 그 구성원들의 건강에 좋은 정치체라는 점이다. 한국을 발전한 복지국가로 분류하기 힘들다는 점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복지국가를 뚜렷한 하나의 형태로 규정할 수 없고, 복지국가의 발전을 단선적 과정으로 설명할 수도 없지만, 사회의 어떠한 구조적 요인들이 복지국가를 성장시키는 요인인지는 중요한 질문이다.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이 지체된 이유, 우리에게 부족한 점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경제발전 수준이 유사한 OECD 21개국(한국 포함)의 1990-2007년 데이터를 사용해 복지국가의 발전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하였다. 결과변수로서의 복지국가 발전정도는 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 수준과 복지프로그램 발전 정도로 구성한 지수를 만들어 사용했다. 설명변수로는 1인당 GDP, 노조조직률, 좌파정당의 의석비중, 단체협상 적용률, 노조조직률, 경제부문의 대기업 집중도 등을 사용했다.

패널 회귀분석 결과, 노조조직률과 진보정당 의석비중 및 단체협상 적용률이 높을수록, 대기업 집중도는 낮을수록 복지국가 발전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이 결과는 복지국가의 발전에 대한 기존 이론들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을 요구한다. 대표적인 것이 ‘권력자원론 (working class mobilization)’이다. 이 이론은 노동계를 비롯한 좌파진영이 복지국가 건설을 선도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개별 기업 수준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할 경우, 고용주와 기업별 노조는 사회 전체의 복지수준보다는 단기적 이익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에서도 노동조합의 단체협상 수준이 높아질수록 복지국가가 발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이론의 하나인 ‘산업화 논리 (logic of industrialism)’도 마찬가지이다. 이 이론은 산업화로 형성된 부와 사회적 위험(산업재해, 실업, 퇴직 등)에 대응하려는 욕구가 복지국가를 형성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개별 기업의 요구도는 기업규모에 따라 편차를 보인다. 대기업은 복지비용에 대한 지불능력이 있지만, 다른 기업의 노동자들에게까지 그 혜택을 주는 것은 기피할 수 있다. 반면 작은 규모의 기업은 복지비용 부담을 외부화(사회화)하려 한다. 이 논문에서 대기업 집중도가 높을수록 복지국가 발전정도가 낮은 수준은 보인 것은 이런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왜 한국은 경제여건, 민주화, 좌파정당의 의회진출 등의 요건이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복지국가 발전수준이 낮은가? 새로운 복지정책을 몇 가지 도입하거나, 시혜대상과 수준을 손본다고 크게 바뀔 일이 아니다. 한국의 복지국가 저발전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기업별 노조, 소선거구제 등의 ‘제도적’ 저해요소 때문이다. 길이 멀지만 문제 파악이 정확하다면 첫 발은 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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