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연구통

의사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면 인력 부족이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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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민(시민건강연구소 회원)

 

 

그동안 [서리풀 연구通]은 지속적으로 지역의료 불균형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지역의료 불균형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의료인력의 불균등 분포다. 의사, 간호사 등 많은 의료인력이 도시 지역에 거주하기를 선호한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개발도상국은 물론이고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많은 국가에서도 같은 문제로 고민 중이다.

 

비도시 지역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 중 하나는 이른바 기피지역에서 일하는 의료인력에게 더 많은 임금을 줄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으로서 이미 한국에도 비슷한 제도들이 있다. 과연 금전적 인센티브는 더 많은 의료인력을 비도시 지역으로 유인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에 큰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해 호주에서 진행한 연구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논문 바로가기 ☞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 일차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농촌 의료인력에 대한 인센티브의 영향 : 자연실험의 증거).

 

호주에서는 비도시지역에 더 많은 일차의료 의사들을 유치하고 또 그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도시지역 일차진료의사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호주의 공공보건의료체계인 메디케어에서는 정해진 금액 이하의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환자가 일차의료 병원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해당 비용은 의사가 직접 메디케어에 청구하여 받는다.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은 이때 의사에게 추가 지원금을 주는 것인데, 보조금액은 근무량에 따라 비례하며, 도심으로부터 더 떨어진 지역일수록 그리고 그 지역에서 더 오래 근무할수록 높아진다.

 

이 프로그램은 호주의 전지역을 도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RA1에서 RA5까지 5개 지역으로 분류하였다. 예를 들어 도심에서 가장 먼 RA5 지역에 근무하는 경우, 반 년이 지난 후에는 최고 8,000 호주달러(한화 약 718만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받게 되고, 5년이 지나면 매년 최고 47,000 호주달러(한화 약 4,219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 중 RA2 지역과 일부 RA3 지역은 2010년 이전에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이었는데, 2010년 이후부터 프로그램에 편입되어 지원금을 받게 된 곳이었다. 2010-2011년 새로 보조금을 받게 된 의사는 8,000명 가량이었다. 이 제도에 따라, RA2 지역의 의사는 1년 후 최고 2,500 호주달러(한화 약 224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되었고, 5년 후부터는 매년 최고 12,000 호주달러(한화 약 1,077만원)의 보조금을 받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세 개의 집단으로 나누어 각 집단의 추세를 비교하면서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해 보았다. 첫 번째 집단은 2010년에 새롭게 보조금 지원을 받게 된 RA2와 일부 RA3 지역이었다. 두 번째 집단은 2010년 이전부터 계속 보조금 지원을 받던 RA3·4·5 지역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한 번도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은 RA1 지역을 대조군으로 두고, 각 지역에 의사 수가 늘었는지, 환자들이 일차 진료를 받을 때까지 대기하는 시간에 변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보았다.

 

연구 결과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받은 지역에는 의사 수, 환자의 진료 대기 기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0년에 새롭게 지원금을 받게 된 지역은 점차적으로 의사 수가 증가하여 2014년에 의사 수가 프로그램 이전에 비해 유의미하게(11.1%) 늘어났으며, 새로운 환자의 의사 대기시간이 기존 평균 4.93일에 비해 1.46일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부터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의 대기시간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 결과를 보고, 새로 보조금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해당 지역의 의사 수를 늘리고 환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야할까? 새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된 지역은 새로운 환자의 대기시간은 줄어들었으나, 기존부터 진료를 받고 있던 환자의 대기시간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하게 된 지역은(제도가 초반에는 적용되지 않은 만큼) 사실상 시골 지역은 아니다. 1-2시간 거리에 주요 도시가 위치해 있기도 하다. 의료인력이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역에서는 보조금 지원 정책을 지원한다고 해서 의사 인력이 늘어나지도 않았고 환자들의 진료 대기시간이 줄어들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의사 수가 줄지 않고 환자들의 진료시간이 늘어나고 있지 않으니 다행이라 할지도 모르겠으나, 막대한 세금을 들여 특정 직종의 임금을 올려주고 간신히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을 과연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구자들도 비도시 지역의 의료인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이므로, 단순히 금전적으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에 대한 지원, 교육 제도, 개인 편의를 고려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최근 지방의료원의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에 150명 모집에 12명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율이 이렇게까지 낮게 나타난 이유 중의 하나로 정년 보장에서 계약직으로 채용 조건이 변경되는 등 사실상 기존의 보조금 지원 사업과 큰 차별성이 없는 점이 꼽히고 있다. 지원자 12명 중 7명이 서울대병원 지원자라는 사실은, 호주의 연구에서처럼 사업의 효과가 그나마 덜 비도시화 된 지역에서 더 잘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많은 정치인들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는 세심한 정책 지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의료인력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순히 지원금의 액수를 늘리는 정책으로는 의료인력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지정보

 

Swami M, Scott A. Impact of rural workforce incentives on access to GP services in underserved areas: Evidence from a natural experiment. Soc Sci Med. 2021 Jul;281:114045. doi: 10.1016/j.socscimed.2021.114045. Epub 2021 May 20. PMID: 34091229.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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