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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 수다] 엄마들의 일, 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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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26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문다슬 이모는 젠더 렌즈를 통해 노동자의 건강을 바라봐요
그림: 오요우 삼촌

 

동무들 개학 잘했어? 곧 추석이야. 방학이 끝나서 아쉬웠는데 추석 연휴라니, 이게 웬 떡인가 싶어. 그런데 명절이 모두에게 즐겁고 신나는 날만은 아닌가봐. ‘명절증후군’이라는 말 들어봤어? 명절증후군은 명절 스트레스로 인해 여기저기 몸이 아픈 증상을 말해. 명절증후군은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특히 엄마들이 많이 겪어. 엄마들에게 유독 많이 주어진 ‘명절 미션’ 때문이야. 차례 음식 고민하기, 장보기, 예쁜 옷을 입혀서 우리를 할머니·할아버지 댁에 데려가기, 맛있는 전 부치기, 상 차리기, 설거지 하기, 과일 깎기, 웃는 얼굴로 친척 맞이하기 등등.

 

 

생각해보면 이 미션은 엄마가 평소에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와 아빠가 가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여겨져 왔어. ‘집안’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요리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은 엄마들의 일, ‘집밖’에서 돈 버는 일은 아빠들의 일이라고 말이야. 동무들도 이제는 잘 알겠지만, ‘집안일’과 ‘집밖일’을 성별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아. 엄마도 회사에 나가서 일할 수 있고, 아빠도 집안일을 할 수 있어. 집안일은 주로 대가가 없으니 ‘무급 노동’, 회사 일은 그 대가로 월급을 주니 ‘유급 노동’이라고 구분해서 불러. 실제로 지난 몇십 년 동안 엄마들의 유급 노동 참여와 아빠들의 무급 노동 참여가 증가했어.

 

문제는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의 무급 노동 부담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야. 엄마는 하루 평균 225분, 아빠는 64분 동안 우리를 돌보고, 또 집안일을 한대. 아빠들의 참여가 늘었다지만 아직도 엄마들이 무려 3.5배 더 많은 집안일을 한다는 뜻이지. 이렇게 상대적으로 긴 무급 노동은 엄마들을 아프게 해. 팬데믹 시기에도 엄마들의 정신건강이 가장 나빴대. 엄마라서 감당해야하는 무급 노동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엄마들의 무급 노동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 없냐고? 있어. 그런데 큰 효과는 기대하지 마. 이 정책들이 돌봄, 집안일과 같은 무급 노동을 계속해서 ‘엄마 일’로 여기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테니까. 동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일어난 일을 하나 소개할게. 팬데믹 동안 학교나 학원이 쉬면서 우리 어린이들이 여러모로 돌봄이 많이 필요해졌잖아. 이때 아빠들보다 엄마들이 돌봄 휴가를 더 많이 쓰거나, 회사를 더 많이 그만뒀대. 일을 중간에 그만두면 승진이나, 임금 협상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거든. 이 불이익을 많은 경우 엄마들이 감당한 거지.

 

무급 노동은 ‘엄마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야만 해. 동무들, 그리고 가족들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고, 정부와 국회는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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