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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의 좋은 일자리 유치는 건강 문화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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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건강하게 사는 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삶의 모습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지역사회의 인구 감소 문제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각 지자체들은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지난해 전국 동시 지방 선거에서도 지역 내 기업, 공공기관 등의 일자리 유치는 여러 비수도권 지역의 후보들이 일순위로 내건 공약이었다. 국토연구원의 연구보고서(☞바로가기: 청년의 지역이동과 정착)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에서 점점 심각해지는 인구, 특히 청년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지방에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양질의 일자리가 건강 문화의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일 터, 최근 미국에서 그에 관한 연구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여러 중소 규모 카운티(County, 주의 하위 행정구역)에는 “앵커(Anchor) 기관”이 있다. 앵커 기관이란, 그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1,000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이나 비영리기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앵커 기관은 종종 지역사회의 가장 큰 고용주로서,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건강을 유지하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건강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리더십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연구에서는 중소 규모 카운티의 앵커 기관이 일자리 제공 이외에도 코로나19 백신접종과 같은 지역의 건강증진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았다(☞논문 바로가기: 앵커 기관이 있는 지역사회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이 더 높다).

 

연구진은 2021년 8월 1일을 기준으로 미국 중소 규모의 카운티에서 앵커 기관의 유무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 시기는 바이든 정부가 대기업 직원에 대한 예방접종 의무를 시행하기 전이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회사에 다니기 위해 억지로 접종한 시기는 아니었다. 다만 많은 앵커 기관들은 직원과 그 가족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을 것을 권장하였다. 앵커 기관의 영향은 대도시보다는 중소지역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인구가 만 명 이상 50만 명 이하인 중소 카운티를 대상으로 하였고, 총 8,100만 명의 인구를 아우르는 745개 카운티가 연구에 포함되었다(미국 전체 카운티의 약 24%). 

 

앵커 기관은 한 지역에 1,000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 혹은 비영리 기관으로 정의하였다. 연구진은 1) 해당 카운티에 앵커 기관이 있는지 여부, 2) 해당 카운티에 존재하는 앵커 기관의 개수, 3) 해당 카운티의 전체 노동자 가운데 앵커 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각 카운티에서 18세 이상 성인의 코로나19 예방접종률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은 인종 및 정치적인 신념과 큰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카운티의 인종 구성, 정당 충성도, 그리고 의료접근성과 관련하여 비도시성(도시/농촌 여부) 등을 보정하였다.  

 

연구에서 분석한 745개 카운티 가운데 530개 카운티에서 1개 이상의 앵커 기관이 있었다. 앵커 기관이 하나라도 있는 카운티는 인종 구성, 정당 충성도, 비도시성을 보정한 후에도, 그렇지 않은 카운티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2.31% 포인트 높았다. 카운티 내에 앵커 기관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백신 접종률은 0.13% 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카운티의 전체 노동자 중 앵커 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가 앵커 기관이 지역사회의 건강증진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책입안자들이 앵커 기관을 지역사회 건강증진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앵커 기관이 없는 지역들에 더욱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의 관련성을 주로 연구하였지만, 연구진들이 결론 지은 것처럼, 지역에 기반을 두는 기관이 있다는 것은 지역사회에 좋은 건강 문화를 만들어내고, 건강증진 활동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의 주요 결과는 아니었으나, 앵커 기관이 있는 카운티의 경우 비만의 유병률과 흡연율이 낮았다는 것도 그에 대한 증명이 될 것이다. 지역에 앵커 기관과 같은 좋은 일자리 기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일자리 제공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가지고, 지자체가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을 위해 지역 내 기업 유치 등에 더 열을 올려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운티 내 앵커 기관의 존재가 코로나19 예방접종률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앵커 기관이 있다는 것 자체의 영향이 아니라, 앵커 기관이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백신 접종을 권유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앵커 기관이 좋은 건강 문화를 만드는 일과 직원들의 삶의 질에 관심을 보일 때, 좋은 건강증진 효과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서지 정보

Harris A, Maechling CR, Holl JL, McHugh M. (2023). Communities with an anchor institution have higher coronavirus vaccination rates. Journal of Rural Health, 39(1):61-68. https://doi.org/10.1111/jrh.12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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