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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지식재산권 유예에 관한 남반구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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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어 이미 고소득 국가들에서는 2020년 말부터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세계적 감염병 위기, 즉 팬데믹은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고소득 국가들의 ‘백신 이기주의’와 글로벌 백신 불평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못했고, 그 사이에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2022년 4월 4일 기준 나이지리아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17.4%, 접종 완료율은 11.6% 수준에 그쳤다. 이는 2021년 10월 13일 기준 한국의 18세 이상 성인 코로나19 백신 접종률(1차 90.9%, 완료 70.7%)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이로 인해 특히 남반구 국가들의 시민들은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위험 상태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백신 불평등, 혹은 남반구에서의 의약품 접근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디그웨와 오투루 연구팀은 나이지리아의 보건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였다(☞논문 바로보기: 코로나19 백신 접근 촉진에 대한 특허 유예와 강제 실시의 역할: 나이지리아 보건의료 종사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설문조사는 2021년 6월부터 7월 사이에 나이지리아의 수도인 아부자(Abuja)에서 이루어졌으며, 조사에 참여한 공공 부문, 민간 부문, 개발 기관의 보건의료 종사자들 총 605명 중 526개의 유효한 답변이 분석에 활용되었다. 참여자들은 지식재산권 유예의 역할과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연구 결과, 나이지리아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대다수는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의 지식재산권 유예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0.6%는 지식재산권 유예가 코로나19 백신 접근권을 향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답변은 긴급한 상황에서 ‘무역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을 우회하거나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음을 제시한 ‘도하 선언’의 의미를 재확인해준다. 연구팀은 의약품에 대한 ‘특허 유예’와 ‘강제 실시*’ 시행이 진지하게 고려되고 시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제 실시: 정치적 또는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정부기관 또는 제3자에 의한 지식재산권의 사용을 허가하기 위하여 정부에 의하여 특허권자에게 부과되는 비자발적인 실시를 의미함)

 

연구에 참여한 나이지리아 보건의료 종사자 10명 중 7명은 지식재산권 유예가 백신 생산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70.0%), 지식재산권 보호는 백신 생산 규모의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고 답변했다(68.4%). 이는 지식재산권이 제약회사의 독점적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값싸게 상용될 수 있는 복제약의 생산을 막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저소득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가 백신 공급량이 적고 그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강제실시권 발동과 복제약 생산 등의 조치는 코로나19 의약품에 대한 전 세계적 접근성을 높이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종사자들은 지식재산권 유예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 가령 의약품 혁신의 감소(56.0%), 의약업계의 R&D 활동 감소(55.7%) 등을 우려하였지만, 이는 정부에 의한 보상을 통해 완화될 수 있으리라고 제시하였다. 이는 역으로, 한국과 같이 공적 자금이 백신 개발에 투입된 경우는 민간 기업이 백신으로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사회에 일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반구의 여러 국가들이 국제무역기구(WTO)에 코로나19 관련 기술의 일시적 지식재산권 유예안을 여러 차례 제시해왔지만, 글로벌 제약업계를 보유한 고소득 국가들의 거부로 인해 관련 논의는 여전히 정체되고 있다. 이 연구는 고소득 국가들의 백신 선구매와 특허로 인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반구 국가들의 시민들, 특히 이 문제의 주요한 관계자인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지식재산권 유예가 중요한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가장 어려움에 처한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그래서 전 세계의 인류가 공평한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받을 때, 그때 비로소 팬데믹의 시대가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서지사항

Adigwe, O. P., & Oturu, D. (2022). The role of patent waivers and compulsory licensing in facilitating access to COVID-19 vaccines: Findings from a survey among healthcare practitioners in Nigeria. PLOS Global Public Health, 2(7), e0000683.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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