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전쟁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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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252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_ 김성이. 폭력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해 연구해요

그림_ 오요우 삼촌

 

얼마 전, 내가 태어난 날 세상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옛날 신문을 찾아봤어. 그때 신문 1면에 국제뉴스가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어서 놀랐어. 아마도 그 무렵에 국제정치의 긴장 관계나 경제 정책에 대한 문제를 둘러싼 일들이 특히 많았었나 봐.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어떤 거에 관심이 있어?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 동무들은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해서, 음악을 좋아하는 동무들은 팝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겠구나. 그것 말고도 뉴스나 학교 수업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기후 위기로 겪는 큰 산불이나 홍수 피해, 유조선이 좌초되거나 독재자들과 싸우는 시민들 소식을 접했을 거 같아.

 

작년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니? 팔레스타인은 지중해와 닿아있는 서아시아 끝에 있어. 인구는 한국의 1/10인 500만 명이 조금 넘고, 땅도 1/16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라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아주 오래도록 살아왔던 땅에 기습적으로 이스라엘이 세워진 1948년 이후, 두 나라는 여러 번 전쟁을 겪었어. 그 오랜 역사를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땅과 집을 빼앗기고, 안전하고 존엄한 삶의 권리를 크게 위협받으면서 살아왔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지붕 없는 감옥’이라 불릴 정도였지. 그걸 견디다 못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그런데 그날 이후, 이스라엘은 자기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복을 넘어서 팔레스타인 사람을 집단학살하고 있어. 일 년 동안 사망한 사람이 4만 2천 명이 넘고, 부상자는 10만 명이 넘어. 사망자의 40%는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아이들이고, 평생 심각한 장애를 입고 살아야 할 아이들의 슬픈 소식은 차마 말하기도 어려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마을, 학교, 병원 심지어 피난민들이 머무는 난민캠프까지 공격했고, 다른 나라들의 구호물자들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어.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즉각 학살을 멈추라고 하고 있지만 말을 듣지 않아.

 

한국과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왜 우리가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 관련 없는 일이 없을 정도로 ‘초연결’된 사회야. 지금 한국 상표가 붙은 불도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을 부수는 데 쓰이고, 한국에서 만든 무기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데 쓰인다면 우리는 이 집단학살과 상관이 없을까? 한국은 유엔안보리라는 국제기구의 의장국을 맡고 있는데, 전쟁을 끝낼 책임이 없을까?

 

한국은 식민지 역사와 한국전쟁을 겪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데도, 이 전쟁을 끝내려는 데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어른들은 동무들이 자라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책임이 있어.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참혹한 전쟁을 끝내지도 못하면서 먼 미래의 희망에 대해 약속할 수는 없을 거야. 동무들도 이 세상의 주인공이야. 팔레스타인에 대해 부모님과 선생님께 물어보고, 전쟁 없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어른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하자. 동무들이 할 수 있는 일로 전쟁을 끝내는 데 함께 힘 모아 준다면, 너무나 고맙고 든든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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