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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죽인 홍준표 vs. 서울의료원 179억 쓴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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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서비스 민영화, 스웨덴으로부터의 교훈

 

정연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지난해 2월 26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누적 적자를 이유로 103년의 역사를 지닌 공공 병원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대통령과 여당 내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도저식으로 폐업을 밀어붙이기 시작했으며, 이 사태를 계기로 공공 병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과 논란은 전국적 이슈로 부상하였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진주의료원 건물을 경남서부청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면서 또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을 마련하고 공공 의료를 강화하라’는 여야의 공공 의료 국정 조사 이행 요구를 묵살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공 보건의료 기능을 강화하는데 앞장서야 할 주무 부처가 오히려 이와는 반대 방향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공 병원 축소 논의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 주장과 논리는 바로 공공 병원이 비효율적인 조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종종 경영 성과, 운영 효율성, 재무 건전성 등을 잣대로 공공 병원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다. 심지어 보건복지부는 이런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등급에 따라 지방의료원에 대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공익적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는 그다지 관심에 없는 모양이다. 이러한 가운데 1990년대부터 의료 민영화 개혁을 계속해서 추진해온 스웨덴의 사례가 보건의료 전문 학술 잡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헬스 서비스(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ervices)> 최신호에 소개되어 관심을 끈다. 저자는 스웨덴의 시장 친화적 보건의료 개혁이 운영의 효율성이나 건강 결과, 형평성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건강보험으로 보건의료 서비스의 재원을 충당하고 민간 병원이 의료 공급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스템인데 반해, 스웨덴은 전통적으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운영하며 공공 보건 센터와 공공 병원에서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대표적인 국가보건서비스(NHS) 운영 국가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의 천국이자 공공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로 유명한 스웨덴도 신자유주의 개혁 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보수 정당과 자본가들은 전통적인 공공 의료 시스템에 민간 영리 병원의 도입 등 시장 친화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효율성 증가”, “공급자 간의 경쟁 도입”, “선택권 증가” 등을 그 논거로 삼았다. 2006년 보수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민간 영리 병원들이 급격히 증가하여 2007~2012년 사이 민간 영리 병원이 56% 증가하였고, 보건 의료 센터의 23%가 민영화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혁이 기대한 바대로 좋은 성과로 연결되었을까? 저자에 따르면 그 결과는 회의적이다. 의료 민영화가 진행되기 이전인 15년 전과 현재의 지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본 결과, 몇 가지 중요한 지표들에서 안 좋은 영향이 발견되었다.

 

우선, 의학적으로 피할 수 있는 사망률로 살펴본 건강 수준의 경우 15년 전에는 거의 모든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좋게 나타났는데, 현재는 중간 정도의 순위로 내려갔다. 또한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역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의료 이용의 접근성 측면에서 지역 간, 소득 간 불평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공공 병원이나 지역 보건 센터의 설립이 지역 주민의 의료 필요도에 따라 결정된 데 반해, 민간 병원의 설립 기준은 오직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진 탓이다. 논문을 보면, 의료 민영화 개혁 이후 스웨덴에 신설된 190개 민간 지역 보건 센터 중 대부분은 이미 의료 서비스가 잘 공급되고 있는, 혹은 이미 과잉 상태인 지역 그리고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의료 민영화를 지지하는 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효율성이나 의료의 질은 어떠할까? 스웨덴 룬드(Lund) 대학의 연구 팀은 스웨덴의 각 지역구별로 보건 의료 시스템의 시장 친화적 정도가 다르다는 것에 착안해 이들 간에 효율성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였는데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영리 병원과 비영리 병원의 효율성을 비교한 317개의 기존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영리 병원이 비영리 병원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인 연구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의료 서비스의 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비스의 질로 측정한 OECD 국가 순위는 의료 민영화 개혁 이후 하락하였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긴 대기 시간의 문제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 흔히 의료 민영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의료 공급자에 대한 선택권이 확장되고 병원 간 경쟁이 도입될 경우 의료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환자들이 의료의 질을 판단하기란 매우 어려우며 의료 서비스라는 것이 일단 먹어보고 선택할 수 있는 감자 칩이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과연 공공 병원은 비효율적이고 민간 영리 병원은 더 효율적이라 주장할 수 있을까? 유럽의 관찰 보고서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그런 주장은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이데올로기적 신념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우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2011년 서울의료원의 적자는 진주의료원이 기록했던 적자의 두 배가 넘지만 2012년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한 곳에만 총 179억 원의 운영금을 지원했다. 같은 기간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과 마산의료원 두 곳에 18억 원을 지원했다. 재정 적자와 비효율성을 이유로 지방 의료원을 폐업한 경상남도와 오히려 지방 의료원에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서울시, 결국은 정치의 문제인 것이다.

공공 병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공공 병원만이 할 수 있고 민간 병원은 할 수 없는 공익적 역할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소외 계층 진료는 말할 것도 없고 에볼라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있으려면 공공 병원이 필요하다. 감염병 격리 병상의 경우 수익성이 낮아 민간 병원에서는 설치를 꺼리기 때문이다.

공공 병원을 없애고 당장에 얻을 수 있는 재정적 이익은 미미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크다. 우리의 세금은 바로 이런 데 쓰라고 내는 것이다..

 

* 본문에 소개된 논문의 서지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Dahlgren G. Why public health services? Experiences from profit-driven health care reforms in Sweden, 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ervices 2014; 44(3): 507-524.

* 참고로 읽어볼 수 있는 자료들
‘서리풀 논평’ 2013년 7월 15일 : 공공 의료의 진정한 효율성

‘서리풀 논평’ 2013년 3월 4일 : 공공 병원과 불평등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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