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촬영범죄, 여성혐오살인, 데이트폭력, 스토킹 살인 등 신종 범죄들로 인한 불안과 공포는 여성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여성대상폭력은 사회구조적 차별과 편견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폭력의 결과가 더욱 장기적이고 파괴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시민건강이슈에서는 여성대상폭력의 새 호명으로서 젠더폭력의 의미 그리고 젠더폭력의 현황에 대하여 개관하고, 보건학적 관점에서 젠더폭력에 대한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대응실태를 조사한 파일럿 스터디 결과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젠더폭력의 예방 및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건강보장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젠더폭력에 대한 보건학적 심층연구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독자들의 비판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들어가는 글>
2016년 봄을 지나면서 그동안 ‘폭력 가장’이나 ‘흉악한 연쇄 성폭행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던 여성대상폭력에 대한 인식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상적으로 그리고 누구에게든 공개된 장소에서’ 생길 수 있는 일로 바뀌게 되었다. 여성들은 사회적 차원의 성별 불평등과 차별이 개인 차원에서 안전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로 직결될 수 있음을 체감하고 크게 분노했다. 또한 그동안 여성이기에 경험했던 차별과 불안에 대해 호소하고 이 사회가 좀 더 안전하고 성평등한 사회로 달라지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서도 가정과 학교, 직장과 거리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물리적 폭력과 성적 괴롭힘, 통제와 간섭들에 대한 폭로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폭력”으로 새롭게 호명되고 있다. 여성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나 간혹 사용되었던 “젠더폭력”이라는 용어는 새 정부의 (가칭)<젠더폭력방지기본법>(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제정 발표를 계기로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한편 점점 많은 국제기구와 국가들은 젠더폭력 예방정책이 사법제도 기반 접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공중보건접근(public health approach)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젠더폭력은 근본적으로 성별 권력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불평등에 원인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개별사건에 대한 사법적 접근보다 ‘젠더 레짐(Gender Regime)’(Sylvia Walby, 2009)의 재구축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이때 공중보건접근은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의 처벌을 넘어서서 젠더레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포괄적인 개입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
<목차>
- 들어가며
- 젠더폭력에 대한 개관
- 파일럿 스터디 :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젠더폭력 대응 평가
- 젠더폭력 피해자의 건강보장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