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영리 의료 또는 의료 영리화 시도를 멈추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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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로 회귀(?)하면서 의료를 경제화·산업화·영리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점점 강해진다. 그동안 숨죽이며 추이를 살피던 의료 영리화 추진 세력이 한꺼번에 목소리를 높이는 형세라고나 할까. 바야흐로 다시 때가 온 것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7일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규제 및 집단 간 이해관계 갈등에 가로막혀 진행하지 못하던 ‘원격진료’와 같은 핵심적 신성장 산업도 그 대상으로 삼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관련 기사)

 

“12개로 제한된 유전자검사 기관 유전자 검사 허용 항목 확대 여부도 검토된다…신기술·서비스가 규제로 인해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가 17일 본격 시행됐다.” (관련 기사 )

 

“개인정보가 포함된 빅데이터를 가명정보로 변경해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전문기업에는 최대 75%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금융·통신·에너지·유통·의료 등 5개 분야에서 개인 동의를 바탕으로 정보를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마이데이터 시범사업’에 97억 원을 투입한다.”(관련 기사)

 

아직 풀리지 않은 제주도 영리병원의 그 ‘영리’는 영리화의 일부일 뿐이다. 원격 진료, 유전자검사, 빅데이터를 말하지만, ‘기술’, ‘첨단’, ‘성장동력’, ‘혁신성장’, ‘일자리’ 등은 허울일 뿐 기어이 돈을 벌고 이익을 남기겠다는 소리. 결국 본질과 추세가 영리화와 다르지 않다.

 

그 핵심에 의료(서비스)가 있으니 합해서 그 체제를 영리 의료라 부른다. 검사든 기계든 또는 인공지능이든 결국 의료(서비스)를 통해야 하고 체제 전체가 합작해야 가능한 이야기다. 영리 의료가 아니면 이 종합적 현상과 추세, 동력을 무엇이라 이름 붙일 수 있겠는가.

 

의료 영리화의 사회적 효과를 (비슷한 내용으로) 몇 번이나 말해야 하는 처지가 서글프지만, 스스로 가다듬기 위해서도 하는 수 없다. 한 가지 더, 피로감을 떨치고 이번에 다시 배울 것도 있다. ‘적폐’를 말하는 지금 정부가 결국 의료 영리화의 길을 되풀이하는 데서 문제의 근원과 메커니즘을 물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정권 차원 이상의 구조, 또는 사회경제 체제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자연스러운 결론.

 

의료 영리화를 둘러싼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건강과 보건에 미치는 효과, 다른 하나는 산업과 경제 효과다. 국민들의 비용 부담은 전자에 속하고, 산업이 발전해서 일자리가 늘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건강과 보건 효과에 대해서는 이제는 정부도 포기한 듯하니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의 고통을 줄이며 환자가 더 편리하게 하는 것이 건강 효과라면, 지금 정부가 강박적으로 되풀이하는 의료(바이오) 기술 혁신은 이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아무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정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단적인 예. 유전자 검사 자유화를 주장하는 인사가 말하는 건강 효과가 겨우 비타민 고르기 정도다. 비전문가가 알아들으라고 그저 비유법을 썼다고 믿고 싶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유전자 검사의 효과가 설득할 만한 근거의 수준이 이렇다.

 

“유전자 검사가 등장하기 전에는 종합비타민만을 먹어야 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하면 내 몸에 필요한 비타민만 골라서 먹으면 된다. 비타민B 대사 부족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비타민B 영양제만을 골라 먹으면 되는 식이다.”(관련 기사)  

 

과학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주장하지만, 검사 마케팅하는 사람이나 할 법한 소박한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적 결정이나 정책 수립에는 과학적 근거가 축적된 수많은 다른 대안들이 존재한다. 그걸 안 하거나 못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요 해결 과제다.

 

그럼 경제 효과는? 초보적이지만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이 분야 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혔다. 잘 되어도 한두 가지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 뿐, 국가 경제, 국민 경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한 내용이다. 2018년 7월 30일과 8월 6일의 <서리풀 논평>에서 일부를 옮긴다(바로가기, 바로 가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의료기기는 생산 5조6000억 원, 수출 3조4000억 원, 수입 3조6000억 원 내외 규모다. 어느 정도 크기인지 잘 모르겠다면,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된다. 건강보험은 2016년 기준 건강보험료 수입이 약 48조 원, 정부지원이 약 7조 원에 이른다. 아예 다른 산업, 반도체 수출액은 100조 원을 넘고 심지어(?) 농림축산식품 수출도 7조 원에 가깝다.”  

 

“바이오시밀러만 해도 세계 시장 규모가 약 4조5000억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자 검사 DTC는 2026년이 되어도 세계시장 규모가 6천억 정도라고 한다. 이게 어딘가 싶지만, 성장과 일자리에 관심을 두는 한국의 국가 경제는 이미 충분히 크다.”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본사를 옮기겠다고 위협(?)하는 유전자 검사 업체 대표가 말하는 경제 규모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세계 DTC 검사 시장은 1000억 원 정도였는데 2020년 무렵에는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중 한국 시장 규모는 5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관련 기사

 

그의 시장 규모에 대한 진단인즉슨, 급성장(?)하는 외국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뜻인지, 국가가 나서서 국내 시장을 키워 달라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현재 한국 시장이 세계 시장의 약 1/20 규모라는 것도 그렇다. 이 정도 규모면 인구나 경제 규모로 그렇게 이상한 것인가?

 

경제 규모가 이 정도면 연관 효과나 파급효과도 그저 그런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혁신이고 지식기반 산업이면, 특히 일자리 효과는 미미하다. 직종별로도 연구자나 기술자 자리가 좀 있을 뿐, 대부분 사람에게 큰 해당 사항이 없을 것이다.

 

건강 효과와 경제 효과가 이렇다 치면, 손익 계산이 더 중요해진다. 핵심은 영리 드라이브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앞으로는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효과와 비교하여 비용 부담의 주체를 묻는 일이다.

 

먼저, 국민이 내는 세금. 바이오나 제약, 빅데이터 등과 관련된 ‘혁신’ 산업의 상당 부분이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의존한다는 것은 공공연하다. 업체 상당수는 매출이 없거나 미미하고 민관의 투자에 의존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한다.

 

“참석자들은 바이오는 혁신적 기술이 매출 발생까지 이어지려면 임상, 인허가 등 긴 시간을 거쳐야 하는 만큼 민·관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관련 기사

 

신기루처럼 미래를 약속하면서 투자를 받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금융 자본주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전형적인 영미 자본주의 모형이다. 지금은 금융 자본주의에 한 발 더 보태 ‘생명 자본주의(biocapitalism)’인지도 모른다(바로 가기). 세금으로 영리 의료를 밀어붙이는 경제 당국이 기대하는 성장 동력, 그 암묵적 모형이 결국 이런 것인가? 세금이 제 값을 다하고 있는가?

 

영리화-자본화의 또 다른 원천은 건강보험이다. 현실에서 의료-바이오 산업과 기업이 추구하는 영리는 건강보험 재정(자본 또는 시장) 없이 성립하기 어렵다. 시장, 거래, 매출, 수익, 투자는 자본이 축적되어야 가능하고, 지금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 자본 축적은 건강보험 재정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줄기세포 산업이 경제 한 축으로 자리 잡으려면 대량 생산체제가 중요하다. 줄기세포 산업이 성장하려면 미봉책이나마 출시된 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관련 기사

 

모든 영리화가 추구하는 미래 시나리오다. 어느 것 할 것 없이 건강보험이 부담해야 성장하고 발전한다니, 그 늘어나는 비용은 결국 보험료를 내는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그만큼 수명이 늘고 질병의 고통이 줄어들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으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왜마다 하겠는가.

 

효과가 불확실하고, 혹시 효과를 본다 해도 아주 일부만 누리는 것이면, 당연히 이런 식은 안 된다. 그런데도 누가 무엇을 위해 밀어붙이나? 다음 주에는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과 태도, 그를 연결하는 관계의 구조를 생각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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