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종합병원 환자 쏠림,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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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병원과 의사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 종합병원으로, 대학병원으로, 서울에 있는 더 큰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몰린다고 한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큰 병원의 본인부담이 줄어든 것을 이유로 꼽는 사람이 많다. 국민건강보험에서 큰 병원으로 나가는 돈도 그만큼 늘었다(기사 바로가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8년 요양기관종별 진료실적’ 자료에 따르면, 총 진료비 77조 6583억원 중 병원급 의료기관은 약 39조 1007억원을 차지했다. 전년도 병원 진료비(33조 6591억원)와 고려하면 한 해 동안 16%나 급증했다.

 

특히 42개 상급종합병원이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증가를 주도했다. 2017년도와 비교해 총 진료비가 약 3조원, 25%나 늘어난 것이다….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쪽은 의원(동네병원)이다. 국민건강보험이 감당할 수 있는 재정은 한계가 뻔한데, 큰 병원 몫이 커지면 결과적으로 의원에 돌아올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의사협회가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짚어봐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정말 환자 쏠림이 더 심해졌는지 따져봐야 한다. 이런 문제는 늘 어렵다. 여러 가지가 함께 바뀌면, 예를 들어 큰 병원의 수가 늘고 진료비도 바뀌고 고속열차가 새로 다니면, 환자 수나 진료비 쏠림은 여러 요인이 합쳐진 결과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상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당국과 건강보험공단이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해주기 바란다.

 

 

그다음 문제가 더 중요하다. 큰 병원으로 환자가 몰린다고,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고 가정하고, 그것이 왜 문제인가? 의원의 환자와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큰 문제지만, 보통의 환자와 일반 시민은 큰 이해관계가 없다.

 

큰 병원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 않을까? 겉으로는 병원 수입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문재인 케어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건 ‘비급여’가 ‘급여’로 바뀌어서 그렇게 보이는 ‘착시현상’이라는 것. 그 말을 그대로 다 믿더라도, 큰 병원은 환자가 몰려들어 나쁠 까닭이 없다.

 

아, 비수도권, 중소도시에 있는 병원은 사정이 다르다. 광역시와 중소도시도 같지 않다. 군은 영 딴판이다. 환자가 서울과 그 부근의 더 큰 병원을 찾을수록 지역 병원은 환자가 줄어든다. 병원 사이에, 심지어는 대학병원 간에도 영향이 다르고 불평등이 존재한다.

 

정부와 건강보험 당국은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에 온 관심을 집중할 것이다. 진료비가 너무 많이 나가 보험료를 올려야 하면 정부와 건강보험 당국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될 때까지 뭐했느냐는 소리를 듣고 싶은 ‘당국’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신경을 쓸 법한 또 한 가지는 의원의 불만이다. 여기저기서 불만을 이야기하고 정책을 비판하면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를 면했다는 것만으로는 ‘잘했다’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고 말하지만, 환자 쏠림 현상 또는 그것이 점점 더 심해지는 현상을 그냥 보아넘길 수는 없다. 꼭 누구에게 손해가 되어서 그렇기보다, 사회적 현상은 반드시 체제에 압력이 되고 그에 따른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대응에만 급급하면 이 과정이 하나의 ‘위기’로 바뀌는 일도 흔하다.

 

같이 고민해야 할 중요한 사회현상이라 할 때, 뭔가 빠진 것이 없을까?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정책 논리 또는 ‘거버넌스’의 당위는 무의미하다. 제대로 짚지 않으면 현상과 위기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자칫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 왜, 누구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문제의 진단과 해결을 구하는 원칙이 핵심이다. 우리는 정작 환자와 시민, 보통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관점이 보이지 않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 생각한다. 종합병원으로, 대학병원으로, 서울의 ‘빅5’로 환자가 몰려가면, 환자들과 시민은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좋은가?

 

환자들이 더 크고 좋은 병원, ‘명의’를 찾는 것은 어쩌면 합리적 행동일 수도 있다. 병을 치료하는 것만큼, 특히 큰 병으로 병원을 찾을 때보다 더 신중하게 고르고 판단하는 일이 있을까? 하물며 낯선 곳에서 식당을 선택할 때도 고심하거늘, 병원은 더더구나 수소문하고 정보를 모으며 댓글을 챙긴다.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좋은 병원과 의사를 찾으려고 한다.

 

행동을 바꾸는 데는 돈, 인센티브, 비용 부담이 최고라는 것도 신화에 가깝다. 지금 큰 병원의 본인부담이 줄어 더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은 단지 한 가지 이유일 뿐. 과거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을 바꾸어서 환자 흐름을 바꾸려고 했지만, 대체로 효과는 일 년도 가지 못했다.

 

이유를 자세히 따지는 것은 오늘 논평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의 주장은 환자와 비전문가, 시민의 관점과 이해관계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환자가 더 편리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니면, 환자 쏠림이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을 고치는 데는 백약이 무효다.

 

아무리 생각해도 환자 쏠림은 큰 문제임이 분명하다. 도움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환자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 현재 한국의 의료이용 패턴이다. 때로 과잉 진료를 받고 너무 큰 비용을 지출하며, 때로는 엉뚱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기도 한다. 바쁘고 혼잡하며 거대한 병원에서는 ‘과소’ 진료도 흔하다.

 

사회적으로는 손해가 더 크다.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비효율적으로 처리하니, 공동체의 낭비가 극심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관리하느라, 무릎 아픈 데는 어디가 용하다고, 4시간씩 고속버스를 타야 하면 그것이 바로 체제의 비효율이 아닌가?

 

비효율을 고치는 일은 마땅히 필요하되, 환자와 시민의 관점이 아니면 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떤 새로운 제도라도 실패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환자들이 필요한 것, 아쉬운 것, 불만스러운 것, 원하는 것에 응답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동네에 있는 의원을 거치지 않으면 큰 병원을 가지 못하게 하면, 그런데 그 의원이 영 미덥지 않으면? 겉으로는 잠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바닥에서 더 커진다. “믿을 수 있는 좋은 병원”이라는 환자의 요구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환자들의 모든 요구가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희망과 요구를 충족하는 기반이 있어야, 환자의 그 복잡한 질병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정말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일회성, 단발성, 건강보험 일변도가 아니라 장기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도 환자와 시민의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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