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문

[고래가 그랬어: 건강한 건강수다] 다른 곳에 관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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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192호 ‘건강한 건강 수다’>

글: 오로라 이모, 그림: 박요셉 삼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는 걸 바란 적 있니?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각박할 때면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해. 다른 집·다른 학교·다른 나라·다른 행성·다른 은하에서는 지금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헬조선(지옥을 뜻하는 ‘헬(hell)’이라는 영어 단어와 한국을 뜻하는 ‘조선’의 합성어)’과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의 줄임말)’이라는 말이 있어.

아마 한 번쯤 들어본 동무도 있을 거야. 현재의 삶에 대한 좌절과 절망, 분노가 담겨 있어. 지금보다 괜찮은 삶은 한국이 아닌 곳에서, 이번 말고 다음 생에나 기대할 수 있다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 지금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정말 우리의 삶이 달라지는 걸까?

슬프고 화나는 일이지만 정말 그래. 환경은 삶의 모습을 바꾸고 심지어 차이를 만들기도 해. 사는 곳에 따라 수명도 달라.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나라인 일본에서는 84번째 생일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야. 하지만 아프리카의 레소토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지. 그곳의 평균 수명은 53세야. 레소토에서 태어나서, 31년을 덜 산다고 볼 수 있어.

이런 차이는 한 나라 안에도 있어. 미국은 동네의 빈부에 따라 기대 수명이 달라. 미국 워싱턴의 배리팜(Barry Farm)이란 동네 주민의 기대 수명은 63세야. 그런데 근처에 있는 프렌드십 하이츠(Friendship Heights)라는 곳은 평균 96세까지 살아. 두 마을의 거리는 30분이지만, 사람들의 수명은 33년의 차이가 있어.

한국도 비슷해. 시·군·구,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 단지 오래 사는 것 말고 사고나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건강 수명이라고 하는데, 가장 긴 곳과 짧은 곳의 차이가 약 14년이나 나. 같은 한국이지만,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반면, 어떤 곳에서는 덜 건강하고 짧게 살아.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는 곳의 환경은 나에게 크게 영향을 끼쳐. 지역에 따라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필요한 자원이 고르게 나뉘어 있지 않아. 세계에서 22억 명가량은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없어. 어떤 아이들은 6차선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건너면서 학교에 다녀야 해. 쌩쌩 달리는 차를 피해서. 더 가까운 예를 들어볼게. 한국의 고등학교 중에는 조건 없이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돈을 내야 하는 곳도 많아. 급식비를 부담하기 어렵다면 점심을 잘 챙겨 먹을 수 없겠지. 밥을 제대로 못 먹으면 영양 상태가 나빠질 테고. 사회 곳곳에 자리한 불평등은 우리 몸에 흔적을 남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여기는, 때 이른 죽음과 불필요한 고통은 생활 조건이 바뀐다면 충분히 변할 수 있어. ‘이 커다란 환경을 대체 어떻게 바꾸란 거야!’라고 말하는 동무들도 있을 거야. 맞아. 환경을 바꾸는 건 어렵고 복잡하고 우리 힘만으로는 불가능해. 하지만 어떤 어려운 일이든지 처음의 순간이 있잖아. 지금 여기를 바꾸는 시작은 ‘더 괜찮은 삶을 바라는 것’인 거 같아. 그러니 우리, 여기보다 괜찮은 어딘가를 꿈꾸는 걸, 멈추지 말고 계속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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