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논평

‘지역의료’ 대책, 이것으로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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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아니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표현했다.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 의료도 무시할 수 없지만, 우리가 진짜 관심을 두는 단어는 단연 ‘지역’이다. 지역은 무엇이며 지역의료란 무엇인가? 그것을 강화한다는 뜻은?

사실 한국에서 이 말은 늘 마음이 편치 않은, 문제적 용어다. 정치와 경제에 밀접하며 사회와 문화적으로 특정한 의미를 드러내는 곳. ‘지방’이라 해도 마찬가지며 ‘비수도권’이나 ‘취약지’라 하면 더 불편하다.

정부 계획은 모든 곳에 다 해당하는 보편적 과제처럼 썼으나, 무슨 문제와 어디를 겨냥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서울과 대도시에서 멀고, 인구가 적으며, 노인이 많은,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넉넉지 않은, 흔히 ‘의료 취약지’로 부르는 곳들이다.

문제는 금방 이해할 수 있으나 방향과 목표를 잘 잡았을까? 계획대로 하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까? 발표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지역의료 강화대책'(☞ 바로 가기 : 보건복지부 11월 11일 자 ‘꼭 필요한 병원 진료 우리 지역에서 받는다!‘)이 한편 시끄럽고 다른 한편 벌써 관심 밖이다.(☞ 관련 기사 : <라포르시안> 11월 12일 자 ‘지역의료 강화 대책, 성공 관건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메디컬타임스> 11월 12일 자 ‘현실성 떨어지는 지역의료 강화책에 등돌리는 병원들‘)

그 어떤 문제보다 해결이 쉽지 않고 온갖 문제가 집약된, 시대적, 사회적 과제인 탓이리라. 요컨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잘 되리라 낙관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주위를 둘러봐도 냉소와 비관, 패배주의가 더 흔하다.

 

 

정책 내용과 기술이 문제일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지를 알아야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터, 이는 앞서 인용한 정부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우리는 몇 가지 원리와 지향을 바로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며, 정책만으로는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리라 전망한다.

이대로 가면 비슷한 정책을 거듭 구상하고 발표해야 할 터이니, 먼저 정부 당국이 문제의 근본을 파악하기 바란다. 저절로 그렇게 되기는 힘들 것이니, 주민과 시민 또한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고민하고 또 요구해야 한다.

첫째, 효율성에서 권리로, 지역 보건의료 ‘안전망’의 목표(‘원리’이기도 하다)를 전환하는 것이 급하다.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대책에도 인구 몇만당 하나씩 종합병원이 필요하고 응급의료센터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여전하다. 의료보험을 처음 만들고 병원과 보건진료소를 세울 때 적용하던 원리가 완고하다.

가령, 서부 경남은 진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이다.(☞ <경남도민일보> 6월 12일 자 ‘‘응급의료 취약지’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시급‘) 이렇게 된 연유는 한 마디로 과거의 효율성 논리가 아직 핵심 정책 원리이기 때문이다. 효율성 논리를 버리지 않는 한, 인구 200명도 채 되지 않는 섬은 주민 이주를 빼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정 인구보다 많아야 응급의료센터를 설치한다면 인구가 적은 여러 군(지역)을 묶어야 하고 흩어진 많은 주민은 그 센터로부터 멀리 떨어진다. 지역 중심에 ‘센터’를 둔다고 하겠지만, 자동차로 짧아도 1~2시간이 걸리는 그런 센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응급만 그런 것이 아니다. 보건소와 보건진료소, 그리고 무슨 센터란 이름이 붙은 곳이 다 마찬가지, 인구당 의사가 몇 명이니 간호사가 몇이니 하는 기준도 기본 원리는 같다. 적정 규모, 생산성, 경제 규모와 같은 개념이 모두 효율성과 관련이 있으니, 수십 년 적용한 ‘나라 만들기’ 시기의 산물이다. 인구 축소, 지방 소멸의 시대에 주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가?

둘째, ‘시장’에 대한 미련을 접고 더 적극적으로 공공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어정쩡하기 짝이 없다. 일부 공공병원을 강화하고 ‘지역우수병원’을 지정하는 정도로 급속하게 무너지는 지역의 ‘의료시장’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역 의료시장이 붕괴하면 각자도생 스스로 다른 시장으로 변모한다. 이미 지역 사정은 그렇게 되었다. 서울로 환자가 집중하고 ‘빅5’로 더 몰리는 것이나 지역 중소병원이 고사하고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모두 그 결과다, 이 과정에 엄청난 고통과 비용이 동반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부작용이 심각한 의료시장의 재편 과정은 앞으로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방향을 정해야 한다. 어떤 고통과 비용이 뒤따르더라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시장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판을 짜고 공공이 들어갈 것인가?

이번 대책은 이도 저도 아니니, 이 정도로는 시장이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거창-함양-합천을 하나의 진료권으로 정하고 거창으로 모이라며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면 시장을 조정할 수 있을까? 함양, 합천의 환자가 흐름이 달라질까? 비관적이다. 돈만 쓰고 효과는 거의 없으리라 단언한다.

셋째, 사람들의 눈에 맞추어 건강, 의료, 돌봄, 삶의 질 모두를 포함하는 ‘토털 시스템’을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 보건의료, 돌봄, 생활이 조화롭게 작동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살린다. 행정과 정책을 가지런히 맞추는 것보다 품위 있는 삶과 건강을 유지하고 생명을 살리는 쪽이 백배 더 중요하다.

먼저 공공의 역할을 중증 의료, 그중에서도 민간을 보완하는 데서 벗어나라. ‘지역의료’라 하면서도 지금 국가 대책은 민간이 잘 하지 않는 입원과 중증 위주로, 예를 들어 응급, 필수, 중환자, 분만 등에 맞춰져 있다.

이만해서는 비정상적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대부분 주민의 일상과 생활은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치매, 돌봄 등이니 백 퍼센트 시장에 편입되어 있으니, 지금 공공이 개입하려는 곳도 이에서 떨어지기 어렵다.

이른바 ‘지역의료’가 조각조각 떨어져 분열적이면 공공을 더 강화해도 ‘그들’만의 공공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같은 사람을 두고 응급, 중환자, 가벼운 질환 치료, 돌봄과 일상생활 지원, 커뮤니티케어는 어디서 어떻게 연결되는가? 신설한다는 공공병원과 책임의료기관은 이런 점에서 무슨 역할을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현실적 제약과 역사적 경험을 쉽게 핑계 삼지 말라. 의료와 의료시장, 지역과 주민의 필요와 요구, 이를 둘러싼 지역의 사회경제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더 담대한 혁신과 개혁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계획과 선언을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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