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시민건강연구소의 의견(+카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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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까지 모자보건법과 형법을 개정하도록 하였으나 정부와 의회는 이에 대한 공식적 논의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음. 정부는 지난 10월 7일 별도의 논의절차 없이 형법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입법을 예고. 각 법안에 대한 입법예고기간은 각각 11월 16일과 10월 20일까지로, 모자보건법 입법예고기간은 최소기간인 40일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주에 불과
  • 10월 7일 발표된 형법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은 형법상 낙태죄를 존치하고, 임신을 중단하고자 하는 14주~24주 사이 여성에게 모자보건법이 정한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위기임신에 대한 상담과 24시간의 숙려를 의무화하고, 의사의 진료거부권을 인정하되 여성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의 실질적인 연계책임 의무는 부과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센 상황임

 

<모자보건법개정 정부입법안에 대한 시민건강연구소의 의견>

 

1) 불필요한 숙려절차의무화가 아닌 포괄적 서비스 연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원치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보건소와 보건복지부장관 등에 의해 지정받은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에서 ‘상담사실확인서’를 발급하도록 하고 있음(신설 제7조의3과 제7조의4). 형법 개정안 제270조의2는 “임신 24주 이내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이때부터 24시간이 경과한 후 의사에 의해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낙태를 하였을 때에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
  • 이는 임신 14주 이후부터 임신 24주 이내에 있는 임신을 중지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불필요한 절차와 대기 기간을 강제하는 것 이상이 되기 어려움. 불가피하게 임신중지를 필요로 하는 여성의 생식 건강과 사회경제적 필요에 대한 상담은 필요하며 이를 제공하는 것은 여성건강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 그러나 상담은 여성의 선택에 의한 것이어야 하며, 합법적인 임신중절서비스를 받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상담을 의무화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선택권에 대한 침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세계산부인과학회 등 역시 같은 이유로 임신중지에 선행하는 상담과 숙려기간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임

 

2) 외주화된 하향적-수직적 보건사업으로 생식건강보장은 불가능하다

  • 보건소 또는 비영리기구에 설치되는 ‘종합상담기관’은 상담확인서를 발급하고, 임신중지서비스 요청을 거부한 의사가 안내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필요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됨(제7조의3, 제7조의4, 제14조2). 그러나 중앙과 지역 모두에서 임신과 관련된 위기를 상담하고 가용자원연계 등 여성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은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 정부안은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만으로도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보건소에 추가업무를 부과하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을 지원하기 위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음
  • 「모자보건법 입법안 규제영향분석서」는 정부가 보건소에 설치하고자 하는 임신출산 지원기관(=종합상담기관)이 시설·인력 기준만 충족되면 지정할 수 있으므로 예산증액 등 별도의 재정적 부담 없이 운영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 이는 임신중지 상황의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 없이 절차적 장벽으로만 작동하게 될 상담확인서 발급을 의무화하는 것이며, 정부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임
  •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한 여성에게 성생식 건강과 관련된 상담 뿐 아니라 여성이 필요로 하는 의료·복지·교육 서비스 등에 대한 연계를 포함하는 종합적 보호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해외의 사례를 고려하면 보건소 등에 설치될 종합상담기관 인력은 생식 건강과 이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고 위기에 개입하고 필요한 자원을 연계할 수 있는 전문성과 권한을 갖추어야 함.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하향적・수직적 사업에서 비정규직 인력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실패해 온 오랜 역사를 고려한다면 현재 입법안으로는 여성생식건강증진과 관리라는 법의 취지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함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피임성교육·임신·출산·인공임신중단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제공과 상담, 지원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모자보건사업의 범위를 피임과 임신중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하는 수준을 넘어 전면적인 보건의료정책과 제도의 개편이 필요
  • 공공기관에서는 질을 장담하기 힘든 상담을 제공하고, 임신중지 서비스는 필요한 여성이 민간의료기관에서 알아서 이용하도록 방임하는 방식으로 생식건강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음.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과 청소년, 장애인, 이주여성 등을 포함한 모든 여성에게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 제공 접근성을 보장하기 의한 공공의료 인프라와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

 

3) 실질적 연계책임 없는 의사의 진료거부권 인정은 부당하다

  • “의사는 개인의 신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한 제14조의3 제1항은 의사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진료 거부를 용인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이후 다양한 형태로 의료접근성을 저해할 개연성이 있는 독소조항에 해당. 또한 정부안은 신념에 따라 임공임신중지 요청을 거부한 의사에게 자신이 진료한 여성의 건강상 필요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연계를 제공하는 대신 긴급전화 또는 종합상담기관에 대한 정보 안내하는 의무만을 부과. 이는 보건소와 인구보건복지협회 등 종합상담기관을 설치하고자 하는 기관들이 기존에 의료서비스를 의뢰하거나, 타 의료기관과 연계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우려스러움
  • 임신중절시술이 산부인과 의사에 의해 독점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합법적 임신중지를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제한(형법 개정안 제270조의2)하는 동시에 의사의 진료거부권을 인정(모자보건법 개정안 제14조의3)하는 것은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하거나,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념에 따라 임신중절요청을 거부하는 지역에 사는 여성을 처벌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 여성의 건강권과 의료서비스 접근성 보장을 저해하는 의사의 신념에 따른 진료거부권이 인정은 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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