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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천국’ 캐나다, 코로나19 위험 최전선에 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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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에 의지한 장기요양시설 제도의 민낯

두레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 2년째로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에서 백신 확보와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캐나다는 인구 대비 코로나19 백신 확보량이 가장 많은 국가로 1인당 9회까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을 확보했다[1]. 하지만 2월 중순까지 전체 인구의 3%만이 백신 접종을 받았고, 이는 같은 날 접종을 시작한 미국(14%)이나, 더 늦게 접종을 시작한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매우 느린 속도다[2]. 캐나다 내에서는 지금의 백신 접종 속도를 유지할 때 정부가 약속한 9월까지 집단 면역 형성을 완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이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백신 접종 속도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캐나다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장기요양시설의 집단 감염이다. 지난해 1월 캐나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확인된 이후로 봉쇄령이 지속되는 지금까지, 이 문제는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캐나다 전체 확진자의 18%, 그리고 전체 사망자의 80% 이상이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이며, 심각한 주(州)는 사망자의 97%가 시설 거주 노인이었다[3]. 이는 OECD 국가 평균(전체 사망자의 38%가 시설 거주 노인)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높은 수치로, 세계보건기구도 캐나다의 시설 거주 노인 감염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인구 고령화 대응을 위해 일찍부터 준비해왔고 공적 의료보장 제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해 온 캐나다가 왜 이러한 국가적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일까. 이 글에서는 캐나다가 왜 복지 선진국에서 노인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이 되었는지를 짧게나마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영리 시설의 낙후된 환경과 운영 지배 구조의 문제

 

캐나다는 노년을 보내고 싶은 대표적인 나라로 꼽혀왔다. 잘 발달된 의료복지 시스템이 그 이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캐나다에서 처방의약품과 치과, 그리고 장기요양 서비스는 공적 의료 제도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정부 보험 혹은 직장보험으로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들에 대한 높은 경제적 부담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어 왔다. 선거 때마다 끊임없이 “공적보험으로의 전환”이 정치적 화두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재가 서비스가 제도화 되어 있지 않은 탓에 많은 노인들이 퇴직 후 시설로 입소하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로, 꽤나 많은 노인이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캐나다 전체 장기요양시설 중 54%는 민간 영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요크 대학의 팻 암스트롱(Pat Armstrong) 교수는 공적 보건의료 제도에서 분리된 채 운영되어 온 장기요양 제도의 문제가 장기요양시설의 집단 감염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4]. 장기요양시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영 시설이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다보니, 낙후된 시설, 감염 통제에 대한 인력 훈련의 미비 등 고질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코로나 19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캐나다 의사협회지에 발간된 논문에 따르면 온타리오 주 장기요양시설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영리 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비영리 시설에 비해 1.96배 높았으며, 사망자 수도 1.78배 높았다. 연구진은 영리 시설의 병상 당 시설 면적이 낮고, 시설 자체도 낙후되어 있었던 점이 높은 감염률과 사망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5].

 

실제로 CBC 뉴스는 1998년 건물 안전 진단 기준이 개정되었음에도 개정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시설이 온타리오주 전체 병상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보도했다[6].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한 기업이 다수의 장기요양시설을 소유하는 일명 체인 소유형(Chain ownership) 시설에서 더 많은 감염자가 속출한 것이다. 해당 시설들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환자 당 인력수를 적게 고용하였고, 한 명의 인력이 많은 환자를 관리하다 보니, 환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대응, 그리고 시설 관리를 둘러싼 연방정부-주정부 간의 갈등

 

사실 정부가 장기요양시설에 무관심했던 것만은 아니다. 해마다 정부 예산에서 장기요양 관련 예산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산을 받은 기관들이 예산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은 부족했고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민영 시설은 관리의 완전한 사각지대였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 수준도 시설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장기요양시설의 코로나19 감염을 두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민영 시설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있었기 때문이다.

▲ 캐나다 토론토 세인트조지 장기요양시설에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들.(☞ 관련 기사 : 1월 10일 자 ”Please help’: Protest held outside Toronto long-term care home with deadly outbreak”)

 

시설 집단 감염이 곳곳에서 확인되자 연방정부는 온타리오주와 퀘백주의 장기요양시설 조사에 나섰다. 밝혀진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악하고 충격적이었다. 현장을 조사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여러 장비들을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계속 사용하고 있었고, 감염 보호 장비 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았다. 또한 노인들의 기저귀도 제때 교체하지 않고 바퀴벌레와 썩은 음식이 즐비해 있는 취약한 위생상태가 곳곳에서 확인되었다. 조사를 통해 부실 운영이 드러난 시설 몇 곳은 즉시 운영권 박탈 조치가 내려졌고, 주정부가 즉각 해당 시설들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연방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장기요양시설의 국가적 표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최근에 연방정부가 발표한 장기요양시설 대책안에 따르면, 국가적 표준을 충족한 시설에 한해서만 연방정부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7]. 단, 이 대책이 연방정부가 주정부에게 명령을 하달하는 하향식 접근은 아니며,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협력해서 장기요양시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방정부의 발표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썩 긍정적이지 않다. 캐나다의 대표 진보정당인 신민주당(NDP) 대표 자그밋 싱(Jagmeet Singh)은 현 상태가 지속되면 시설을 소유한 대기업들과 주주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장기요양 예산 확대는 물론이고, 10년 이내로 모든 영리 시설을 비영리 시설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퀘백 주지사는 “지금은 노인들의 삶과 생존, 안전에 대해 이야기할 때인데 예산으로 압박을 해서는 안 된다”며, 장기요양은 엄연히 주정부의 관할권에 있는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주지사들도 연방정부가 어떠한 조건 없이 주정부에게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아직도 예산안을 가지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장기요양시설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남겨진 노인들’

 

캐나다는 최근 몇 개월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봉쇄 수준이 강화되었다. 다행히 전체 확진자 수는 조금씩 감소했지만 장기요양시설의 집단 감염은 여전히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토론토 한 장기요양시설은 시설 인력들의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노인들만이 남겨졌고 임시적 방편으로 토론토 대학병원 연합(University Health Network)에서 당분간 해당 시설의 운영을 책임지기로 했다. 남겨진 노인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보기가 어려워졌고, 심지어 시설 안에서 혼자 쓸쓸히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들리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앞으로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를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보다 종합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해결책을 찾자는 자성의 목소리는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더딘 상황에서 시설 거주 노인들이 언제 집단 면역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팽배하다.

 

불평등 바이러스라고도 불리는 코로나19. 우리는 질병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가혹하지 않다는 사실을 오늘 소개한 캐나다의 사례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먼 나라 이야기같이 들릴지 몰라도, 한국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의 방역지침에도 불구하고 노인요양 시설의 집단 감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고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어 코로나 19에 감염되면 중증환자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확진자가 전무한 요양 시설은 있어도 한 명만 확진된 시설은 없다는 이야기는 요양 시설의 감염은 시설 거주 노인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병과 사망의 위험과 공포는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적으로 그리고 더 강하게 나타난다. 비단 노인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 약자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노력은 언제나 중요했고, 2년째로 접어든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만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제2, 제3의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시설 거주 노인들은 위험의 최전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5221

[2]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56035306

[3] https://www.cihi.ca/en/long-term-care-homes-in-canada-how-many-and-who-owns-them

[4]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21)00083-0/fulltext

[5] https://www.cmaj.ca/content/192/33/E946

[6] https://www.cbc.ca/news/health/covid-19-coronavirus-long-term-care-homes-ontario-1.5604009

[7] https://www.ctvnews.ca/politics/no-funds-for-provinces-that-don-t-agree-to-improve-long-term-care-standards-pm-hints-1.5234252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많은 언론이 해외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백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국가별 ‘순위표’로 이어집니다. 반면 코로나19 이면에 있는 각국의 역사와 제도적 맥락, 유행 대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경제·사회적 역동을 짚는 보도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코로나와 글로벌 헬스 와치’를 통해 격주 수요일, 각국이 처한 건강보장의 위기와 그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모두의 건강 보장(Health for All)’을 위한 대안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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