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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다시 포스트 코로나 체제의 비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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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주 논평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포스트 코로나 체제의 비전을 찾아볼 수 없음을 지적했다(논평 바로가기). 오늘 논평은 기후 위기와 지역 불평등에 무감각한 정치를 비판하려 한다.

 

먼저 우리 사회의 기후 위기 대응. 지금 대선 국면의 논의는 ‘탈원전’에 집중되어 있다. 좀 더 넓게 봐도 에너지 전환을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에너지 전환은 중요하다. 환경 공약이 미세먼지와 순환 경제로 좁아진 와중에 에너지 전환을 논의하는 것도 시급하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에 가려 드러나지 않은 핵심 의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기후 정의 문제다. 탄소 배출은 고소득층이 많이 하는데, 피해와 위험은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전력과 각종 재화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은 수도권이지만, 온실가스 감축의 리스크는 수도권이 가장 낮다. 여러 석탄화력 발전소가 위치한 충남 지역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이 밀집한 경남, 울산 지역이 가장 큰 ‘위험’을 진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이뿐인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 문제도 심각하다.

 

체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성찰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친환경, 저탄소라 해도 생산 과정에서 반드시 탄소가 발생하고 폐기물이 나온다. 모두 알지만 침묵하는 진실, 더 많은 생산, 소비, 축적을 동력으로 삼는 체제를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다.

 

대선 후보들은 아예 모르거나, 알지만 말하지 않는다. 개인 차원을 넘어 거대 정당이라는 구조 전체가 마찬가지다. 대량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체제는 그대로 둔 채, 이른바 기술 혁신으로 산업을 전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주장한다. 아니, 오히려 녹색 신산업을 발판으로 ‘성장’하겠다며 불가능한 허상을 좇는다. 어떤 관점에서 누구의 요구를 대변하는지에 이르면 더 절망적이다.

 

 

지역 불평등은 어떤가. 거대 양당은 이구동성으로 메가시티를 만들어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한다. 좋게 봐도 선심성 지역 공약, 신판 토건주의 이상의 감동이 없다. 무슨 불평등을 어떻게 줄이겠다는 전망은 불가능하다.

 

‘지역’이 무엇인지부터 틀렸다. 경쟁력 있는 도시를 지원하고 밀어줘서 수도권에도 밀리지 않는 도시로 만든다고 할 때,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그 ‘지역’은 도대체 어딘가. 계획대로 진행된다 해도 그 ‘주변’ 지역에 무슨 변화가 있을까.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자원이 약간 더 가까운 도시로 흡수될 뿐이 아닌가.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약속에는 미래도시, 중심도시, 창조도시, 거점도시 등등 온갖 OO도시로 만들겠단 공약이 가득한 가운데, 경기도를 제외하면 군 단위 지역공약을 찾을 수 없다(바로가기). 윤석열 후보는 메가시티 필수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충청내륙철도ㆍ중부권 동서횡단철도를 건설한다는데, 그동안 수익성이 없다며 사라진 열차들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바로가기). 지역 불평등 문제에 4차 산업이나 국민경제를 운운하고 있으니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모든 것의 경제화”를 벗어나지 못한다. 기후위기 대응도 지역 불평등 완화도 본래의 목적과 가치는 희석되고 결국 경제로 환원된다. 우리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몇 해 전 지역 불평등 문제를 다루며, 새로운 틀과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시 생각해도 삶의 방식과 사회의 작동 원리를 다시 짜지 않으면 어렵겠다. 지역균형 ‘발전’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경제성장이라는 전통적인 의미라면 뾰족한 해답이 없다. 국가와 지역 수준에서 발전의 새로운 틀과 방향을 모색하는 길 말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논평 바로가기)

 

다시 묻는다. 무엇을 위한 에너지 정책이고, 무엇을 위한 지역균형 발전인가. 경제를 위한 에너지 정책, 경제를 위한 지역균형 발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태계와 지역주민의 삶을 위한 공약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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