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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 예산 삭감이 건강에 미치는 불편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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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 (시민건강연구소 회원)

 

이 여름 전국을 강타한 폭우와 태풍은 쪽방촌, 반지하 거주민 등 주거취약계층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이는 다시 한번 건강과 죽음의 위기가 취약계층에게 불평등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유례없는 재난 피해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및 주거복지예산을 삭감하는 모순적 조치를 발표하여 시민사회의 질타를 받았다(기사 바로가기). 또한 주거취약계층 피해 방지를 위해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실현가능성 자체에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사건과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일회성 지원과 정책으로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는 조치들이 때에 따라서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조치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반드시 먼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늘은 섬세한 고민의 부재가 초래한 예산 삭감이 인구집단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논문을 소개한다 (논문 바로가기☞ 공공주택의 예산삭감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준실험설계연구).

 

2013년 영국은 공공임대주택에 살며 보조금을 받는 서민층에게 침실세(Bedroom tax)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임대주택 사용의 효율화를 위해 가족 수에 비해 남는 침실이 있으면 거주기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보조금을 삭감하는 조치였다. 이 조치는 (1) 거주자의 상태(신체건강, 장애 정도 등)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동거자와 반드시 방 한 개를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하여 이동성과 사생활을 제한하고, (2) 많은 침실이 있는 저택을 소유한 부자들은 이 조치의 대상이 아니므로 불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시장에서 침실세는 피하고 동시에 구매가능한 주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연구진은 2010-2014년 영국 가구 패널 조사를 이용해 침실세 도입/시행 전후 국민들의 정신건강 스트레스를 측정했다. 침실세 도입에 영향을 받은 치료군, 영향을 받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누어 정신건강 스트레스 변화 정도를 살펴보았다. 특정 정책 도입의 전후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을 이용했다. 분석 결과, 침실세 도입에 영향을 받은 치료군의 정신건강 스트레스 증가 정도가 대조군에 비해 높았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침실세에 영향을 받지 않은 대조군들은 정신건강 스트레스 정도가 정책 전후에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에, 침실세 제재를 받은 치료군은 정책 시행 이후 정신건강 스트레스 정도가 점차 증가했고 특히 정책 이행 3년 이후에 그 정도가 두드러졌다. 본 논문은 당시 침실세 부과 대상이었던 16세-60세 인구를 중심으로 분석했지만, 침실세는 2016년 노인들에게도 적용하였기 때문에, 이 불편한 효과는 세대를 걸쳐 나타날 수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종합하자면, 취약계층을 위해 운영되는 공공주택 관련 예산삭감은 그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정책과 건강의 밀접한 관계를 규명한 영국의 결과가 새롭지 않은 이유는 한국의 현실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복지지출 수준 자체가 낮은데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될 때마다 “긴축”, “삭감”의 단어는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오늘 소개한 연구가 보여주듯, 주거정책을 포함한 여러 사회정책의 예기치 않은 변화는 건강에 이로운 혹은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전제는 제도와 정책의 설계 과정에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서지사항

-Chungah Kim, Celine Teo, Andrew Nielsen, Antony Chum (2022). What are the mental health consequences of austerity measures in public housing? A quasi-experimental study.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2022. Volume 76, Issue 8. http://dx.doi.org/10.1136/jech-2021-218324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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