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취약성 개념은 건강권 운동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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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연구소가 2022년 들어 네 번째로 발간하는 이슈페이퍼 <취약성과 사회정의>입니다.

이번 이슈페이퍼에는 지난 5~7월에 건강정책연구센터에서 진행했던 ‘빈곤과건강’ 세미나에서 함께 공부했던 취약성 개념에 대한 이론적 논의들을 정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한국의 보건의료체계, 그리고 사회보장체계는 가난한 이들에게 여전히 가혹합니다. 2015년 ‘송파 세모녀’ 사건’에 이어 얼마전 ‘수원 세모녀’ 사건까지… 비극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제도적 개선은 더디기만 한 현실입니다.

두터운 보장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해야 하고, 여기에는 사회 구성원 다수의 동의와 적극적 지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민의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정의관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지금 사회 속에서는,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들은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이 언제나 제한적이고 시혜적일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실질적인 보편적 건강보장체계란 결국 ‘기여’가 아닌 ‘존재’만으로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물질과 서비스들이 충분히 보장되는 사회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이슈페이퍼에서는 그 길로 가는 데 필요한 대안적 사회 정의를 모색하는 일환으로 ‘취약성’ 개념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고찰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취약성에 관한 이론적 논의가 많지 않다보니 국외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충실히 소개하는 데 목표를 뒀습니다. 그러다보니 제법 분량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지만, 이슈페이퍼를 끝까지 읽으시더라도 아마 취약성 개념이 건강권 운동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취약성 개념이 지닌 양가적 속성 때문입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재난을 겪으면서 실감했듯 우리 모두 취약한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취약성은 개별주의를 넘어서 보편적 연대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약자들을 ‘취약계층’으로 낙인찍고 통제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 문제적 현실 역시 쉽게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비록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했지만, 이 문제를 놓고 두서없이 고민한 흔적을 결론을 대신하여 남겨 두었습니다. 많은 회원과 독자분들께서 이 고민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Abstract

(…)

The modern concept of rights presupposes ‘exchange reciprocity’ between citizens, and the modern social contractual spirit that rights should be balanced with obligations forms the mainstream perception of ‘fairness’ today. Therefore, to fundamentally solve the problem, it is necessary to break through the belief of ‘fairness’ shared by many citizens who agree with the conservative fiscal management stance, that is, the modern liberal justice perspective that justifies excluding those who are unable to meet social obligations from the subject of equal rights.

This paper examines the possibility and limitations of the concept of ‘Vulnerability’ as a philosophical foundation and alternative discourse strategy that can overcome the limitations of this modern liberal paradigm. In recent years, vulnerability has drawn attention as a concept that can unite everyone as a foundation in terms of social justice. In particular, in the field of feminism care ethics, there is a discussion that this concept should be used for the paradigm shift from autonomous subjects to relational subjects. On the other hand, there are also critical views that it is only a tool to pathologize specific groups and cover up structural proble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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