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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논평

규제는 ‘죄악’이라는 정치

  아무래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 모양이다. 경제를 성장시킬 묘책으로 또다시 ‘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20년 가깝게 같은 소리의 반복이라니 오히려 민망하고 딱하다. 틀은 하나도 다르지 않지만 말이 과격하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암 덩어리에 끝장 게다가 죄악까지, 분위기가 자못 살벌하다. 대박에 이어 이 또한 ‘은유’를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문화’ 정치를 선보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이런 해석대로라면 다음 차례는 온갖 전쟁의 은유가 동원될 것 같다. 전면전이니 불퇴전이니, 나아가 섬멸과 초토화까지 나온다 하더라도 놀랍지 않다.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일 참이라지만, 꼴과 품위가 영 말이 아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 한 가지를 먼저 짚는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충고를 따르자면, 규제라는 말의 프레임에 끌려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규제보다는 안전과 환경, 건강을 앞세우는 것이 맞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온 방송과 신문의 머리말을 동원한 ‘전면전’이 따로 없으니. 진흙 밭임을 알면서도 시시비비를 피하기 어렵다. 늘 그랬지만 이번의 규제 놀음 역시 정책이나 행정이 아니라 정치임이 명확하다. 끝장 토론이라고 이름 붙인 이벤트를 연출했고, 모든 공중파 방송국이 나서서 월드컵 축구 중계를 흉내 냈다. 다른 무슨 증거가 또 필요할까. 이런 저런 사례는 드라마의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쑤시개를 낱개 포장할 때 하나하나 제조연월일을 표기해야 한다는 ‘기막힌’ 경우를 보자. 당연히 다들 혀를 찰 것이다. 그렇지만 이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원된 ‘극적’(드라마틱한) 사례일 뿐이다. 장담하지만 앞으로도 이상한 사례들이 더 발굴될 것이다. 그러나

서리풀 논평

‘시민’과 협상하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16일(일요일) 저녁부터 협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17일 오전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니,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 논평을 쓸 수밖에 없다.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고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정부와 의협이 협상을 마무리하더라도 말끔하게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의협이 회원 투표를 공언했고, 그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을 할 때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 어렵다. 게다가 그 과정도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 벌써부터 누가 무슨 내용을 협상하는지 모른다고 말이 많다. 그러려니 하지만 어차피 ‘밀실 협상’ 소리는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사이 경험으론 협상 후가 더 걱정스럽다. 어찌되었건 짐작으로 이러쿵저러쿵 곁소리를 하려니 민망하다. 하지만, 이 일의 성격으로 볼 때 정부와 의협이 협상을 독점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형식과 외형은 몰라도 내용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충분히 논평할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협상이 일단 어떻게 마무리 되더라도 이번 주 내내 두 당사자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의 협상 상대가 정부 또는 의협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을 착각하면 일은 수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커지고 어려워진다. 결론부터 말하자. 진정한 협상 상대는 ‘시민’이다. 널리 퍼진 용법으로 보면 ‘국민’이라고 해야 하겠으나, 그렇게 하면 바로 ‘국익’을 들고 나올 것 같아 시민으로 바꾼다. 여기서 시민이 서울 시민이나 광주 시민이 아님은 물론이다. 정부와 의협 모두에게 당부한다. 우선 정부. 정부가 시민을 빼놓고 협상하는 것은 그리 생소한 일이 아니다. 며칠 전 타결을 선언한 한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만 봐도 그렇다. 축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