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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체계 불균형 부르는 의료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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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4년 6월 4일자 <건강렌즈로 본 사회> (바로가기)

 

의료관광이 한류의 새로운 원천으로 떠올랐다. 2009년 국내 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한 뒤부터다. 정부는 진료와 관광으로 얻어지는 수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동력이라 말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학도 의료관광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여는 등 새 수요를 흡수하려고 발벗고 나섰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국가자격시험이 도입됐다.

박근혜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 조처도 의료관광과 관계가 많다.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은 의료관광을 측면 지원하는 조처라고 했다. 심지어 영리병원 허용이 의료관광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의료관광은 한국에 앞서 ‘선배’ 국가들이 있다. 싱가포르와 타이가 대표적이다.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이들 국가를 모범 사례로 꼽아 왔다. 그런데 최근 <캐나다의학협회지>는 의료관광이 타이의 의료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도했다. 타이 정부의 의료관광 활성화 정책이 정작 타이 국민들의 의료 이용을 막았다는 게 기사의 요지다.

기사에서는 의료관광이 타이 국민의 의료 이용을 막은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전문 의료 인력들이 의료관광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민간병원으로 옮겨가 국공립병원엔 질 높은 의사 및 간호사가 부족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관광이 활성화되자 민간병원의 진료비가 올라갔고, 높은 진료비를 낼 수 없는 국민들은 의료기관 이용이 힘들어졌다. 민간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살 수 있는 이들은 높아진 진료비를 내야 했고, 80% 이상의 타이 국민들이 이용하는 국공립병원에서는 의료 인력의 유출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 다만 이런 현상은 학문적 연구를 거친 것은 아니며, 따라서 평가가 시기상조일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타이 정부도 의료관광이 보건의료 체계에 불균형을 초래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기사는 분명히 적고 있다.

타이 의료관광의 국내 경제 기여도는 약 0.4% 정도라고 한다. 의료관광이 분명 국부에 기여하기는 했지만 그 대가가 결코 적지 않다. 아울러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의료자원을 부자 나라의 의료관광 환자를 위해 쓰는 것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로 눈길을 돌려보자. 의료관광이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우리 국민한테 아무런 영향이 없는 사업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세상에 그런 사업은 없다. 의료관광 및 이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여러 조처는 시민들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타이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의료관광 활성화에 앞서 의료관광이 시민들의 건강 및 의료 이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고장 난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반복되는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구호 말고는, 경제적 기여와 이에 따른 대가를 비교하는 근거가 거의 없는 탓이다.

배은영 시민건강증진연구소(health.re.kr)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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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소개된 논문의 서지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Finch S. Medical tourism driving health care disparity in Thailand. CMAJ 2014;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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