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공동성명]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에서 특허청을 제외하고, 치료제·백신의 공공재를 위한 실행방안을 제시하라!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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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에서 특허청을 제외하고, 치료제·백신의 공공재를 위한 실행방안을 제시하라!

 

정부는 4월 24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과기정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코로나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이하 ‘범정부 지원단’)을 구성했다. 범정부 지원단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및 방역물품·기기의 수급 관리를 위한 정부 지원과 산·학·연·병 및 관계 부처의 상시 협업 체계 구축과 범정부 청사진 제시를 목표로 한다.

그런데 범정부 지원단에 2차 회의(5월 8일)까지는 참여하지 않았던 특허청이 3차 회의(6월 3일)에 참여하고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 제73차 총회에서 했던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특허청장은 원래 범정부 지원단의 상임 위원이 아니었고, 안건에 따라 참여가 정해지는 조건부 위원이었다).

 

특허 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WHO 총회 발언을 뒤집는 것

문재인 대통령은 WHO 총회 연설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국경을 넘어 협력”하자고 전 세계에 호소하고,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서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할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 범정부 지원단은 문 대통령의 WHO 총회 연설 후 열린 3차 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의 공공재 약속을 위한 실행방안은 논의하지도 않았다. 논의는 커녕 대통령의 국제사회 약속을 뒤집는 정책을 펴기로 결정했다. 바로 ‘후보물질에 대한 특허전략 지원’(범정부 지원단 3차 회의 별첨자료, 5면), ‘인공호흡기와 진단키트를 포함한 11대 전략 품목에 대한 특허 전략’(범정부 지원단 3차 회의 별첨자료, 9면), ‘이동형 CT 등 신기술 활용에 대한 특허 지원’(범정부 지원단 3차 회의 별첨자료, 10면) 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공공재를 약속해 놓고 특허를 통한 사유화와 기술의 독점화를 추진하는 것은 국제사회를 기만하는 행동이다. 그것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한 연구개발 성과물까지 특허 독점하도록 정부가 추진한다면 국민에게 이중지불의 부담을 안기는 꼴이다.

 

특허권자를 고객으로 삼는 특허청은 ‘특허 지원’이나 ‘특허 강제실시 전략’ 마련에 참여할 수 없어

특허청은 누군가 기술을 독점하려는 경우 독점의 자격이 있는 기술인지 심사하기 위해 만든 행정기관이다(정부조직법 제37조 제4항). 따라서 기업이 특허를 얻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특허청에 맡기면, 특허청은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설령, 코로나19 대응 기술의 특허 전략이 필요하더라도 이는 특허청이 아니라 다른 기관(가령, 대통령 직속의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맡겨 ‘특허 독점 전략’이 아니라 ‘특허/기술 공유 전략’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

한편, 범정부 대응단의 추진 정책에는 “필수 치료제·백신의 국내 수급이 어려운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특허 강제실시 등 대응방안 사전검토(특허청·질병관리본부)”도 포함되었으나(범정부 지원단 3차 회의 별첨자료, 5면), 특허청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여러 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강제실시는 모두 정부사용을 위한 강제실시이고, 이를 위해 특허청장의 처분은 필요없다(현행 특허법 제106조의2). 특허청은 그 동안 강제실시 청구가 있었을 때 특허권자인 다국적 제약사의 이익을 편향적으로 반영한 결정을 내렸고, 정부사용을 위한 특허발명의 강제실시 제도를 개선할 당시에도 어떻게든 적용범위를 축소하려고 애썼다. 이런 특허청에게 필수 치료제와 백신의 국내 수급을 위한 대응방안을 맡기면, 오히려 국내 수급에 방해가 되는 안을 내 놓을 것이다.

 

공공정책을 훼손하는 특허청의 운영 방식을 바로 잡아야

특허청은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는 뒷전에 둔채, 특허권자를 고객으로 삼고 특허권자를 위한 행정을 펼쳐 왔다. 이처럼 특허청을 특허권자의 이익에 복무하는 편향된 기관으로 만든 제도는 책임운영기관법이다. IMF 외환위기 때 공공부문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국내에 도입된 책임운영기관법은 일부 행정기관을 민간 조직처럼 성과 위주로 운영하려는 법률로 원래 특허청과 같은 중앙행정기관은 책임운영기관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산의 독립성, 인사의 자율성, 기관장 임기보장을 노린 특허청은 2005년에 행안부를 로비하여 책임운영기관법을 고쳐 스스로 책임운영기관이 되었다(지금도 중앙행정기관 중 책임운영기관은 특허청이 유일하다). 

특허청이 책임운영기관 자격을 유지하려면 세출을 자기 세입에서 충당해야 하는데, 특허청의 세입은 특허권자가 내는 수수료로 충당되고 따라서 특허권자는 특허청의 고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고쳐야 특허청이 특허권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공기관으로 바로 설 수 있고, 특허청은 그 다음에야 코로나19 치료제, 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에 참여할 수 있다.

 

2020.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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