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글목록: 시민건강이슈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07] 박근혜 정부, 무의사결정 전략의 비윤리

시민건강이슈 7월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요약문을 게재하고, 파일을 첨부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박근혜 정부, 무의사결정 전략의 비윤리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 동안 보건복지 분야는 평가할 것이 거의 없었다. 크게 드러날 만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주요 이슈마다 정부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슈, 적극적 정책(의제) 형성이 요구되는 분야, 심지어는 주무부처의 최종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도 정부는 ‘실종’되었다. 진주의료원 폐쇄 묵인, 카프 병원 사태 방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무상보육 재정지원 지연 등이 이런 사례이다. 주무부처가 정책과정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그런데 만일 이슈의 동원과 채택이 정부의 입맛에 들어맞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최근 일련의 사건과 그 경과를 후자의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이 글에서는 정책과정이 정책결정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는 ‘무의사결정 (non-decision)’ 논의를 통해 이를 살펴본다. 무의사결정 전략은 권력집단이 스스로에게 불리한 이슈를 차단하고 안전한 의제들만을 논의하는 것으로, 지난 정부에도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의료의 접근성, 공적보험 강화 등의 사회적 가치들을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는 무의사결정 전략이 사용되었다. 진주의료원과 카프병원의 경우 주무부처가 개입의 근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책개입 – 의료법에 근거한 업무개시 명령 – 을 하지 않았다. 중앙정부가 법 조항과 사회 통념에 근거해 취할 수 있는 합리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 해결의사가 없음을 의미한다. 무상보육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책 최고결정자가 사회적 문제와 관련 논의에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06] 제주 4.3 사건을 통해 본 국가폭력과 건강피해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6월 이슈페이퍼입니다.   파일을 첨부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주 4.3 사건을 통해 본 국가폭력과 건강피해> 요약 역사적으로 국가폭력은 많은 죽음으로 귀결되었으며 유형을 달리하며 지속중인 국가폭력은 현재까지도 죽음, 신체적 건강의 피해, 정신적 건강의 피해를 낳고 있다. 그러나 건강위험 요인으로서 국가폭력에 대한 자각, 국가폭력과 건강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공동체로서의 국가는 공동체의 경계에서 타자로부터 구성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가진다. 이때 국가폭력의 이유는 ‘안보’ 혹은 ‘질서유지’이다. 그러나 타자와의 구분짓기는 ‘폭도’, ‘위험세력’, ‘빨갱이’등의 개념을 사용한 국가폭력의 정당화 근거로도 사용된다. 특히, 분단과 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은 한국 사회에서의 국가폭력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구분짓기의 성격을 갖고 있다. 국가는 국가 폭력에 대한 비난에 맞서,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하고 기억의 일부를 수정하는 ‘부정’, 비난할 대상을 지정하는 ‘책임전가’, 비난받을 법한 이유를 찾아내는 ‘합리화’를 통해 사회의 기억을 억압한다. 한국의 경우 제주 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경우 각각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가가 배상의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가 국가폭력에 대한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두 경우 모두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배상에 집중하는데, 피해자는 존재하나 가해자는 드러나지 않는다. 국가는 배상의 책임을 질 뿐 국가폭력에 대한 인정에서는 물러서있으며, 당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희생자에 대한 대우도 당사자 개인의 생애사를 무시한 채 국가주의 강화의 표상으로 삼거나 침묵하는 행태를 보인다. 국가폭력과 건강에서 인과관계의 입증 문제는 책임 규명과 배상의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05] 국민안전과 규제완화, 양립불가능한 정책지향을 반대한다

2013년 5월의 이슈페이퍼입니다.   이번 이슈페이퍼는 사회공공연구소와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함께 기획, 발간하였습니다.   PDF파일을 함께 첨부합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   박근혜 정부는 ‘국민 안전’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한다. 대선 공약으로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 4대악 근절’을 내세웠고, 인수위원회는 ‘안전과 통합의 사회’를 5개 국정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행정안전부 명칭도 안전행정부로 바꾸면서까지, 국민안전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안전에 대한 대대적 강조와 달리, 정작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거나 그리 될 위험성이 큰 문제에 대해서는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대형 산업재해나 불산 누출 같은 환경피해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대응이 미흡한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민영화와 전격적인 규제완화가 그것이다. 우리는 이 글에서 전기/가스/철도 같은 국가기간시설의 안전사고, 청주의 LG화학 OLED 생산 공장 폭발 사건, 의료사고와 환자 안전법 논쟁 같은, 일견 무관해 보이는 세 가지 이슈를 살펴보았다. 이 문제들은 다루는 정부 부처도 각기 다르고, 문제의 속성이나 사회적 영향, 건강 피해의 규모도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국민안전’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큰 생활안전 이슈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전기/가스/철도는 시민들 개인과 사회가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인프라로서, 드물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건강 피해의 규모가 엄청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대부분의 성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11/12] 쪽방주민의 건강과 삶으로부터 배운다

012년 초 서울시 동자동 지역의 쪽방 주민들은 주민 회의를 통해 ‘건강한 마을 만들기’ 첫 단계 사업으로 동자동의 건강권 실태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 동자동 사랑방,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함께 7월부터 11월까지 실태조사 를 수행했다. 실태조사는 동자동 쪽방 주민 5명과의 일대일 심층면담, 주민 225명에 대한 면 접설문을 통해 이루어졌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쪽방주민에 대한 이러한 실태조사 연구가 보건의료 담론을 넘어서 건강권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슈페이퍼를 통해 그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사 결과, 예상대로 쪽방 주민들은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건강 행동(영양, 흡연) 측면 에서 한국사회 전체 인구집단 평균 수준에 비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의 건강은 왜 나쁜 것일까? 심층면담 결과, 보건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노동, 복지, 경제, 정치가 이들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설문조사 결과에 서도 사회경제적 요인이 건강행동이나 타고난 체질, 노화 그 자체보다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 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에 근거하여 새로운 건강권에 대한 권리 주장을 제안하고자 했다. 새 로운 건강권이란 ‘건강할 수 있는 삶의 기회를 누릴 권리’로 그 내용은 네 가지, 즉 ① 건강 그 자체, ② 사회보장제도, ③ 살기 좋은 동네, ④ 정치적 힘으로 구성된다. 사회의 모든 시민 들이 이 네 가지를 누릴 수 있도록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의무 주체로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쪽방 주민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조건에 처한 주민들의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10]’2012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 시민참여형 정책생산의 가능성을 보다

10월 13일, 시민들이 직접 대선 건강 공약들을 제안하고 토론하는 ‘2012 내가 만드는 건강공약’ 행사가 열렸다. 건강세상네트워크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공동 주관한 본 행사에는 공개 모집을 통해 전국에서 모인 39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기존의 선거에서 유권자는 관객의 위치로만 머물 수 있었고, 정책들은 정당과 전문가들에 의해 생산되어 왔다. 이번 행사는 시민들이 직접 민주주의적 권리를 표현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정책 생산의 긍정적 가능성을 보았다. 시민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경험한 문제들을 주저없이 꺼내었다. 그리고, 반박보다는 경청으로, 대립보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수용적인 자세로 공통의 의견을 도출하고자 노력하였다. 시민들은 한국 사회의 보건의료 정책의 방향성과 함께, 삶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가치’로서의 건강을 고민하였다. 그리고, 시민 참여가 제도의 바탕이 되어야 함을 함께 공감하였다. ‘참여의 자리’는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많은 시민들을 향해 열려야 한다. 정치의 장에서, 시민의 의견은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로 축소되지 않아야 하고, ‘정책적 제안’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참여의 기회를 생산하고 보장하는 주체는 물론 국가가 되어야 한다. 법적 장치를 통해 시민의 참여를 제도화하고, 그 결과를 공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적극적 제안과 개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시민 참여 제도화’에 대한 더 많은 기획과 노력을 요구하고, 함께 ‘실천’할 것을 국가와 시민사회에 제안하고자 한다.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09] 알코올 규제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음주율은 70%가 넘는다.     대다수 성인이 술을 마시고 있고, 고위험 음주의 위험도 상당하다. 이미 새롭지도 않은 ‘주취 난동’은 ‘주폭’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었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 알코올 규제 정책은 그 방향성도 체계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국가의 음주 정책은 홍보 및 교육 등 주로 개인의 행위를 교정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 개인의 의지’에 따라 건전음주와 문제음주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작 술을 생산하고 온갖 마케팅 기법으로 술 소비를 자극하는 ‘주류산업에 대한 규제’는 미미한 실정이다. 사회의 책임도 크다. 관대한 음주 문화는 술을 중독성 물질이 아닌 기호식품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음주로 인한 가족과 사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단순한 일탈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을 위한 사회 안전망의 인프라도 빈약하다. 한국 음주문화연구센터와 알코올 전문 병원인 카프는 재원 출연자인 주류업체의 지원 중단 결정에 결국 해체를 앞두고 있다.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라는 이유에서다. 국가는‘공익적 사업’을 주류 업계의 자발적 ‘기부’에 맡겨 놓은 채, 이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 오늘날의 알코올 문제는 개인의 취향이나 소수 일탈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권의 문제이자 인구집단의 문제이고, 정치경제학적 문제이다. 알코올과 관련된 문제들은 시급한 공중보건의 이슈이다. 보건복지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한국 음주문화연구센터와 카프병원 해체 논란은 사회적 안전망의 책임주체와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알코올 규제 정책 전반에 대한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 2012-여름특집] 다같이, 쉬었다 가자!

뜨거운 여름이다. 바다로, 계곡으로, 누군가는 머나먼 이국으로 더위를 피해 떠나는 계절이다. 신문을 펼쳐도, 온라인 포털에 접속해도, TV를 틀어도, 온통 휴가, 여행, 보양식 이야기들이다. 때마침 런던 올림픽까지 맞아,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교통체증, 바가지요금, ‘물 반 사람 반’의 고통마저도 추억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여름휴가란 바야흐로 전(全) 국민적인 신성한 의식이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와 노동건강연대는 이른 바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우리 사회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휴식은 어떠한지 돌아보았다.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다같이 쉬었다 가자! 그리고 제대로 쉬어보자!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 2012-06] 장기요양보험제도, ‘국공립화’가 답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정부는 새로운 사회서비스 시장을 통해 노인 인구의 삶의 질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도 살리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시행 4주년, 이러한 장담은 결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장기요양기관의 난립과 횡포, 수급자의 인권 침해, 요양보호사에 대한 노동착취라는 쓰라린 현실이다. 시민들의 비용부담을 통해 마련한 공공 재원은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손에 들어가고, 정작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주체인 요양보호사는 새로운 근로빈곤층이 되었다. 중증 노인환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요양시설의 횡포에 노출되어 있거나 혹은 부당청구의 고리 역할로 전락하기도 한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노인들은 빈곤과 질병의 위험 속에서 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이 제도의 첫번째 책임 주체는 정부이다. 따라서 현재의 기형적 상황, 노동환경의 악화와 서비스 질 저하를 바로잡을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시행 4주년을 맞이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핵심 문제들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개혁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바람직한 개혁 – 장기요양시설의 전면적인 국공립화, 국가의 강력한 규제와 관리감독 강화, 민주적 공공성의 거버넌스 확립이 우리 사회에서 공존의 윤리를 실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기이자 기회를 맞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전면 개혁을 요구한다.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 2012-05] 학생 전원 정신건강검사 실시를 바라보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즐겁게 미래를 상상해야 할 시기. 현재 한국사회의 청소년들은 과연 무엇을 배우고 상상하고 있는가?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해야 한다는 생존논리뿐이다. 학교는 친구와 함께 자라는 공간이 아니라, 폭력과 따돌림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투쟁의 장소가 되었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학교폭력 사건과 청소년 자살 사건은 현재 한국 사회 청소년들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청소년기라는 특수한 시절은 폭력을 범죄가 아니라 다툼으로 과소평가하고, 자살을 개인의 그릇된 충동이라 평가절하하게 만든다. 가정, 학교, 사회는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보호해야 하며, 긍정적인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해 국가는 내놓은 대책은 초중고생 전원에게 정신 건강검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폭력과 자살이라는 문제를 전체 청소년의 문제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심각한 ‘고위험군’ 학생들이 저지르는 특수한 사건임을 전제한다. 정부는 대규모 정신건강검사를 통해 위험한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이후의 장기적 대책이나 현 상황을 바라보는 통찰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단순히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 수업시간을 쪼개 본인의 정신건강 수준을 고백하고, 교사에 의해 점수화되어 평가되는 과정이 과연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현재 진행 중인 ‘학생 정서, 행동발달 선별검사’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학교폭력과 자살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 2012-04] 세계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한국사회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국민으로, 때로는 시민으로 호명된다. 만일 일을 하고 있다면 직장인, 혹은 근로자, 아주 가끔은 노동자로 호명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정체성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이 두 가지를 철저하게 분리한다. 물건을 사고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 나들이를 하는 ‘시민’과 일터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는 같은 사람들이지만 평행 우주처럼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는 한 사람의 몸을 시민의 부분과 노동자의 부분으로 세심하게 분리하고 그들 각자의 시간대와 구역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매년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 때문에 죽어가도 보건복지부에서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자칫 한 마디라도 했다가 타부서에 대한 월권행위로 비칠까봐 우려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시민’으로서 아픈 것인지, ‘노동자’로서 아픈 것인지 알아서 판단하고, 건강보험으로 해야 할지 산재보험으로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인위적 구분,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떼어내고 분리하는 접근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체계적으로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무고한 시민’이 다치고 병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노동자’가 다치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일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전체 인구의 절반이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일터의 건강 문제, 일하는 사람의 건강문제를 고려하지 않고는 전체적인 건강 문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문제는 보건학 내부에서조차 ‘주류’가 되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