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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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강권, 생명 끊을 수 있다

  [서리풀 연구통] 음주 강권, 생명 끊을 수 있다   연두 시민건강증진연구소 회원   탄핵, 대선, 북핵 위기, 지진, 무엇, 그리고 또 무엇.   숨 돌릴 새 없이 사건사고가 일어났던 2017년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날씨는 추워지고 길거리 곳곳에서 연말연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이다. 지인들과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술과의 전쟁’ 시즌이기도 하다. 과음이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은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실천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 만연한 음주문화와 언제 어디서든 술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이 중요한 요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최근 담배업계에서 아주 신선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담뱃갑에는 끔찍한 경고그림을 넣으면서 소주병에는 예쁜 여자 연예인 사진을 넣게 해주는 것이 차별이라는 것이다(☞관련 기사 : 담배업계 “술병에는 연예인, 담뱃갑에는 암환자…차별 커”). 맞는 말이다. 담뱃갑에 연예인 얼굴을 그려 넣을 게 아니라, 이참에 소주병에도 음주 피해 경고그림을 넣어서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 국내에서 음주로 인한 질병 부담은 담배와 막상막하 수준이다(☞관련 자료 바로 가기). 그 중에서도 폭음은 심혈관질환이나 간암, 간경화 같은 만성적 건강문제 뿐 아니라 급격한 건강상의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최근 독일 뮌헨 대학 브뤼너 교수와 시너 교수 연구팀이 <유럽 심장 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한 논문은 한국의 회식, 송년회 자리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폭음과 심장 부정맥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논문 바로 가기).   이 논문의 접근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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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예산 나누기, 이래도 되나

  며칠 사이 국회에서(그리고 청와대에서) 벌어진 일.   “자유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통화에서 “의사, 간호사 인건비 지원과 수도권 헬기 한 대 도입 등을 위해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212억 원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내년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 예산, 즉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8.9%(39억2천만 원) 줄인 400억4천만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다 쓰지 못한 관련 예산이 100억여 원에 달한 데 따른 편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국종 센터장의 북한 병사 치료를 계기로 열악한 권역외상센터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예산마저 줄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국민적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여야는 권력외상센터 예산 증액으로 화답했다.”(기사 바로가기)   한 언론은 이국종이 ‘활약’한 덕분이라 썼다.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기사 제목을 뽑은 사람은 예산 결정 과정을 제법 잘 아는 사람이 틀림없다. 마케팅이든 인맥이든, 하다못해(?) 공무원 ‘빽’이라도 있어야 예산을 딸 수 있다니 ‘활약’이란 표현이 딱 맞다.     광주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에 실린 이런 기사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시나 도 이름과 단체장 이름만 바꾸면 모든 광역자치단체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윤장현 광주시장, 이재영 전남지사 권한대행, 시·도 주요 간부, 시장·군수 등이 국회에서 상주하며 예산의 추가 및 신규 반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기사 바로가기)   예산을 모르고 정치를 모르는 탓인지, 둘 다 도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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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삶에 새겨진 지진의 상흔

수능 무사히 치렀다고 안심할 일 아니다 [서리풀 연구통] 아동의 삶에 새겨진 지진의 상흔 두레 시민건강증진연구소 회원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15일 ‘수능 한파’가 예고돼 있었다. 그런데 이날 저녁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오후 늦게 포항에 일어난 지진 탓에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것이다. 그야말로 초유의 수능 연기 ‘사태’였다. 급작스런 결정에 모두들 놀랐지만, 지진이라는 재난 상황에 처한 포항 지역 수험생들을 생각하면서 많은 이들이 정부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다행히 큰 탈 없이 수능이 끝났다. 학생들이 무사히 수능을 끝냈으니 이제 걱정은 다 내려놓아도 되는 것일까? 지난 주 ‘서리풀 연구통'(☞바로 가기 : 재난 이후 ‘연대’가 노인 인지기능 저하 막는다)은 재난 발생 시 노인 돌봄과 관련한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지진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장기적 건강영향을 다루고 있다. 올해 초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교 리버 교수의 논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어린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바로 가기). 저자는 후쿠시마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 피해가 있었던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초등학생, 중학생 약 1004명을 세 집단으로 구분하여 정신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첫째 집단은 지진 때문에 후쿠시마 해안가에서 고리야마 지역으로 옮겨간 어린이들로, 이 지역은 지진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후쿠시마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곳이다. 둘째, 원래부터 고리야마 지역에서 살았던 어린이들, 셋째, 지진 피해가 거의 없었던 먼 지역에 살고 있는 어린이 집단이다. 이들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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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환자 진료, 청와대 청원으로 해결될까?

  2~3년마다 벌어지는 응급의료나 중증외상환자 사단, 이번에는 귀순 북한군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일의 경과는 따지지 않는다. 중증외상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형편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밝혀진 것에 집중하자.   처음은 2011년 11월 ‘석해균 선장’ 사고였다. 당시 석 선장의 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중증외상 전문병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다음은 한국 사회가 늘 밟는 과정 그대로. 5년도 더 넘은 2012년 7월 9일 우리 연구소가 낸 <서리풀 논평>에서 일부를 옮긴다(논평 바로가기,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2016년까지 2000억원을 들여 전국에 중증외상센터 16곳을 설치한다고 발표한 것이 작년 10월. 이 계획은 사실 역사가 있었으니, 2009년에 세운 응급의료 선진화계획을 고친 것이었다. 처음에는 6개 권역에 각각 1,000억 원을 투자해 외상센터를 건립하겠고 계획을 세웠다. 사건 이후에 내놓은 계획이 처음과 달라진 이유는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이미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에는 으레 단골로 등장하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왔다는 것이 이유다….(중략)…그나마 복지부가 작년 10월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속도를 거의 내지 못했다. 지난 5월이 되어서야 우여곡절 끝에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 결과 지금 전국에 모두 16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되었고 병원 아홉 곳이 공식적으로 개소해서 운영되는 중이다. 이 수준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간단한 지표인 인력 현황만 봐도 아직 멀었다.     권역 외상센터의 전담 전문의 인력 기준인 20명을 채운 곳은 권역외상센터 9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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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에게 더 가혹한 재난, 처방은?

약자에게 더 가혹한 재난, 처방은? [서리풀 연구통通] 재난 이후 ‘연대’가 노인 인지능력 저하 막는다 김새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여 지원을 시작했고(☞관련 기사 : 포항 ‘특별재난지역’ 금주 선포…수능시험장 시설상 문제는 없어), 민간 부문에서도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다. 그렇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이 재난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이번 지진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진, 태풍 같은 자연재해의 건강 영향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자연재해 피해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 장기적으로 물질 남용 장애에 빠지거나, 노인의 경우 인지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재난으로 인한 주거지 파손과 재물 손상 등 물질적 피해는 물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틀어진 삶의 계획은 어떤 식으로든 건강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이 모든 피해자에게 평등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 사례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사망한 이들 중 89%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었고, 일상의 파괴에 적응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발행된 국제 학술지 <랜싯: 지구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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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격차>의 저자가 한국에 오는 이유

  11월 20일 마멋(Michael Marmot)이 한국에 온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 이 분야 전문가나 겨우 이름을 알까, 연예인처럼 유명하지는 않다. 그래도 무려(!) 기사 작위까지 받아 경(卿, Sir)이니, 아주 무명도 아니다.   한국에서는 책 저자로 더 유명할지 모른다. 최근 번역된 책이 <건강 격차>이고(책 소개 바로가기), 10년도 더 전에 <사회적 지위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한다>가 출판된 적이 있다(책 소개 바로가기).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건강과 보건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건강 불평등 전문가다.   그냥 연구만 하는 사람이면 이 분야에서 기사 작위를 받지는 못했을 터, 영국과 유럽, 세계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하다. 정치적으로는 잘 모르겠고, 정부, 학계, 언론, 국제기구가 이 사람의 말에 늘 귀를 기울인다. 물론 역할을 하는 분야는 건강 격차와 불평등이다.   영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는 2008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 불평등 위원회’(정확한 이름은 다르지만, 이렇게 부르는 것이 편할 듯하다) 위원장 일을 한 것이다. 그 위원회가 내놓은 최종 보고서는 각 나라에 건강 불평등의 상황을 알리고 행동을 촉구한 것으로 유명하다(보고서 바로가기). 곧 ‘고전’의 반열에 오를지도 모르니, 사정이 되면 전체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유감스럽게도 번역본은 없다).   2010년에는 잉글랜드 보건부가 의뢰한 건강 불평등 정책 평가를 주관하고 ‘공정한 사회, 건강한 삶’이라는 보고서도 펴냈다(보고서 바로가기). 2013년 영국의 도시 코번트리(Coventry)가 ‘마멋 시(市)’가 되기로 선언한 것은 그와 그가 하는 일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 아닌가 싶다(기사 바로가기). 이 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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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은 건강 정책이다

집값 상승, 세입자 건강에 해롭다 [서리풀 연구通] “부동산 정책은 건강 정책이다” 김 정 우 (시민건강증진연구소 회원) 6.19 부동산 대책, 8.2 부동산 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반 년 사이에 부동산 관련 대책이 벌써 3번 발표됐다. 정부가 이토록 부동산 정책에 열을 올리는 것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사회정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정된 토지와 주택을 소수가 독점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 그 소수는 불로소득을 향유하고, 서민들은 안정된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집’으로 인해 소득 불평등과 자산 불평등이 더욱 심해진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표현도 이제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러한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부동산 문제를 ‘건강’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주거환경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실내 공기, 냉난방, 수도, 소음, 습기와 곰팡이 등 다양한 요소들이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주택 가격 자체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   국제 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 최근호에는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는 논문이 실렸다. 연구진은 호주에서 주택 가격의 변동에 따라 주택 소유자, 대출을 끼고 있는 주택 소유자, 세입자의 건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했다 (☞논문 바로 가기).   학계에서는 주택 가격과 가구의 부/재산, 그리고 개인의 건강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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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폭력’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불거진 성심병원 사례다(기사 바로가기).   소속 간호사들은 짧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선정성을 강조한 춤을 춘다. 이들은 이 같은 의상과 안무, 심지어는 표정까지 윗선으로부터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재단 소속 한 병원의 중견급 간호사 A 씨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규간호사들이 장기자랑의 주된 동원 대상”이라며 “이들은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간호부 관리자급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유혹적인 표정과 제스처가 되는 지’ 등을 얘기 듣는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것, 병원에서 빈발하는 전공의와 하급자 폭력도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진다(기사 바로가기).   A교수의 전공의 폭행은 무차별적이고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상습적으로 머리를 때려 고막이 파열됐고, 수술기구를 이용해 구타하기도 했다. 정강이를 20차례 폭행하거나, 회식 후 길거리 구타,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일 등이 수차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노골적인 신체 폭력은 폭로라도 할 수 있지만, 교묘한 폭력과 은폐는 관행, 개인 특성, 일탈, 일시적 감정, 내부 문제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부터 어렵다(기사 바로가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일부 교수진의 상습적인 폭언, 폭력 및 성희롱으로 인해 전공의 2명이 동반 사직했으며, 남은 전공의들은 여전히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명백히 부적절하고 비윤리적인 교수들의 태도 및 열악한 수련 환경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피해자들에게 더 이상의 가해를 중단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두 군데도 아니니, 병원에 폭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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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임신중절 진료 행태, 완전히 바뀐 까닭?

[서리풀연구통通] 임신중절, 내과적 방법을 허하라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및 도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월 한 달 동안 23만5372명이 참여했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라 이는 현재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답변 대기 중인 청원’으로 게시돼 있다(☞바로 가기). 이번 주 열린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낙태는 중요한 이슈였다. 유남석 후보는 태아의 생명권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낙태죄 처벌에 반대하고 임신 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낙태죄 폐지에 반대한다는 청원도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보건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인 <국제 역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4월호에는 한국의 이런 뜨거운 격론이 다른 세상 이야기인 듯,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결과의 논문 한 편이 실렸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원과 베르겐 대학 연구진이 공동으로 집필한 이 논문은 노르웨이에서 내과적 임신중절 방법이 도입된 후, 임신중절의 양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논문 바로 가기). 내과적 임신중절이란 소위 ‘소파술’이라고 하는 외과적 시술 대신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메소트렉세이트(methotrexate) 등의 약물 투여를 통해 임신중단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세계보건기구가 2012년에 펴낸 [안전한 임신중절: 보건 체계를 위한 기술 및 정책 가이드]가 권고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바로 가기)   연구진은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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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의 진료정보 장사, ‘사고’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민간 보험사에 진료정보를 팔았다고 뭇매를 맞았다(기사 바로가기1, 바로가기2). “’표본 데이터셋’을 1건당 30만 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 52건(누적 6천420만 명분) 제공”했다는 것이 핵심. “’학술연구용 이외의 정책, 영리 목적으로 사용 불가하다’는 서약서를 받았지만, 민간보험사가 ‘당사 위험률 개발’과 같은 영리 목적으로 자료를 활용하겠다고 신청해도” 자료를 주었다는 것이다. 학술연구용 자료만 줄 수 있다는 규정을 위반한 사고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2016년 8월부터는 “정책, 영리 목적으로 사용이 불가하다“는 이용서약서 조항을 삭제했다니, 규정 위반이 아니라 아예 작정하고 그러기로 했던 모양이다. 이 한 가지 일을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건강정보 빅데이터를 팔아넘겨 보험사 이윤창출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국민의 건강정보 보호에 대한 책임을 방기”했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옳다.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 그리고 이 일이 전부인가 하는 점이다. 원인이 구조적이면, 비슷한 일은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고 심평원만 이런 것도 아닐 터. 결론부터 말하면, 심평원이 혼자서 뜬금없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배후는 심평원의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를 훌쩍 넘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운동 등을 통해 가입자의 건강 상태가 좋아진 만큼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건강 증진 보험상품 설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보험사는 가입자가 건강관리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검증해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보험사는 약속한 혜택을 줄 수 있다….가입자가 실제 이런 노력을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