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글목록: 공중보건

서리풀연구통

[서리풀연구통] 자율주행차 시대, 건강과 윤리의 딜레마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   인간 운전자 없이 달리는 자동차, 주인의 요구에 맞춰 곡예 비행까지 할 수 있는 자동차의 모습은 미래사회를 그린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소품들이다. ‘무인 자동차’에 대한 꿈은 자동차의 개발과 함께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어서, 1920년대에도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의 기술로 구현되고, 도로 위에서 실제 주행테스트가 이루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5년에는 미국의 5개 주 정부가 공용 도로에서의 무인 자동차 테스트를 승인했다. 미래가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한국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은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관련 자료: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 “정부, 대한민국 미래 책임질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 선정”), 국토교통부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7대 신산업 육성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관련 자료: 국토교통부 7대 신산업 육성) 국토교통부는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서리풀 논평

브렉시트, 더 불평등한 국민국가로의 회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하면서, ‘브렉시트’라는 낯선 말이 모든 뉴스의 중심이 되었다. 주가가 폭락하고 여러 군데서 온갖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방송사는 긴급 좌담에,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도 난리가 났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지는 해라고는 하지만 영국은 명목 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5-6위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이다. 유럽 국가 대부분을 묶은 EU가 차지하는 국제 정치, 경제의 비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꼭 지구화, 세계화를 들먹이지 않고도 ‘극동’의 작은 나라까지 큰 영향을 받는 형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 나머지 대부분은 혼란스럽다. 온갖 해석과 전망이 난무하지만, 명료한 것은 많지 않다. 브렉시트로 결론이 난 이유에는 이런저런 모든 이유가 다 들어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도 ‘점’을 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불확실성의 한복판에서도 관심은 한쪽으로 크게 쏠려 있으니, 그것은 경제다. 브렉시트에 이르게 된 경과는 물론이고, 앞으로 벌어질 사태도 대부분이 경제, 금융, 수출 이야기다. 그래 봐야 결론은 영국과 다른 나라, 그리고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 전부지만, ‘경제주의적’ 해석은 그만큼 힘이 세다. 경제에 추가되는 것이 약간의 국제정치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이 국제정치 판의 ‘동반자’였으니 이도 당연한 일. 미국은 영국이 빠진 EU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국제정치적 위상은 어떻게 변할까,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이나 러시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핫이슈’는 EU 자체의 존립이다. 탈퇴 도미노 현상과 EU의 붕괴(또는 무력화)가 현실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서리풀 논평

새 보건복지부 장관에 바란다

  새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었다. 처음부터 적격인지를 두고 시비가 있었지만 앞으로의 검증 과정도 험난할 것이다. 인사청문회까지 2-3주의 시간이 더 있을 테니 끝까지 견뎌낼지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 정부의 전례를 보면 ‘기정사실’이다. 어지간한 사고나 스캔들로는 여당이나 임명권자의 결정을 바꾸지 못할 터, 당연히 장관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고 몇 가지를 당부하려 한다. 미리 말하지만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는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라는 것은 한 가지, 장관으로 어떤 일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혹시 이전부터 생각하던 것이 있었다면 그런 계획이나 결심을 모두 버릴 것을 권한다.   우리는 현재의 내정자가 선택된 배경과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거듭 생각해도 한 가지는 명확하다. 지금 이 시기 보건복지 정책의 중요한 과제를 잘 풀어나갈 적임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병원 경영을 핵심 국정 과제로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억지로라도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은 원격의료, 무리하게 넓히더라도 의료서비스 산업과 의료수출 정도가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것 역시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백보를 양보해서 그렇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그가 몇 개 병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그리고 서비스가 아닌 정책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고민하고 경험한 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나머지 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연금과 같은 복지 정책은 아예 꺼내지도 말자. 현재 진행형인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인력 정책, 그리고 메르스 사태로 촉발된 공중보건과 방역 정책 등을

서리풀연구통

첨단 의학기술 맹신의 위험성

한겨레 2014년 8월 13일 <건강렌즈로 본 사회> (바로가기)   과학소설에 등장할 법한 최첨단 진단 장비와 다국적 제약기업의 상호가 찍힌 알약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반면 동네의원의 의사가 청진기 하나 달랑 들고 진료하면 마음이 불안하다. 심지어 약 처방도 해주지 않고 술이나 담배를 끊으라는 잔소리만 하는 의사라면 더욱 그렇다. 첨단 의학 기술일수록 질병 예방과 치료에 더 효과적이리라는 기대는 세계적으로 거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카를로스 스페인 나바라대학 교수팀은 지난 6월 국제 학술지인 <역학과 지역사회 건강>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생각을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연구팀은 폐암·자궁경부암을 비롯해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 당뇨, 비만 등 대표적인 공중보건 문제와 관련한 기존의 연구 결과를 종합·검토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우선 핏속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스타틴이라는 약은 일부 심장 및 혈관질환자들한테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심장병이 없는 성인들에게 이를 예방할 목적으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스타틴이라는 약은 임상 지침을 통해 점차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심장병 발생의 80%가 식사습관·흡연·운동 같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음에도, 전체 성인의 거의 30%가 약을 먹게 해 질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사실 난센스다. 메트포민이라는 약과 생활습관 개선이 당뇨 개선에 끼치는 효과를 비교한 결과도 인상적이다. 메트포민을 먹은 집단에서 3년, 10년 동안 당뇨 합병증의 발생 위험 감소 효과는 30%, 18%이다. 반면, 생활습관을 바꾼 집단의 효과는 각각 58%, 34%로 나타났다. 습관 개선이 약보다 월등하게 효과가 좋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이

서리풀 논평

‘사고 공화국’을 고칠 수 있을까

  세월호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대로 한국의 역사가 사건 이전과 이후로 나뉠지 모르겠다. 다른 무엇보다, 시민들이 국가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를 의심하는 상황이 되었다. 모든 사람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에 서울 지하철 사고까지 보태졌다. 이번에는 큰 피해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보통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거듭되었다. 이 또한 세월호와 크게 다르다고 하기 어렵다. 가슴이 철렁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는 것이 그냥 우연일까. 입 밖에 내놓지 않아서 그렇지 모두가 짐작한다. 이 불행한 사건들 모두 ‘사고 공화국’의 한 단면임을.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부스러지기 쉬운 우리의 삶.   며칠 증거 한 가지가 한 신문에 실렸다. 2008년부터 5년간 약 6천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바로가기). 그 가운데 약 2천명은 익사, 타살, 추락, 화재, 중독 등의 사고사다. 또 다른 2천명은 교통사고, 그리고 1천 8백명은 자살. 어린이와 청소년에 주목한 것이지만, 나이가 달라진다고 큰 차이가 날 리 없다. 그 악명 높은 산재 사망을 보라. 한겨레의 신기섭 기자가 꼼꼼하게 찾고 분석한 통계를 보자. 2008년 현재 한국의 수준은 10만 명당 18명,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바로가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세월호- 서울 지하철 – 어린이와 청소년 사고 – 산재로 이어지는 연속성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고 분통이 나지만, ‘사고 공화국’ 소리가 절로 나게 된 데에는 공통의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아프게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