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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과 다를 것 없는 비정규직 건강 문제

한겨레 2014.02.12 <건강렌즈로 본 사회> (바로가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힘들고 어려운 작업에 내몰리고, 각종 상해에 노출됐다. 낮은 임금 때문에 충분한 휴식 없이 연장 근무를 감당해야 했다. 이들은 장애와 감염성 질환에 가장 취약했고, 이런 이유로 노동력이 떨어지니 일할 기회와 기대임금은 다시 줄어들었다. 가족 또한 피해자였다. 아이들은 굶주림이나 영양부족에 시달렸고, 교육 기회를 박탈당했다. 부인들은 부족한 수입 탓에 의류공장에 취직했지만, 마찬가지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고통받았다. 고용주들은 노동비용을 줄이려 하도급을 서슴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환경은 더욱 나빠졌다. 반복되는 단기고용과 해직 때문에 노동자들이 단체를 조직해서 고용 조건을 향상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는 불가능했다. 이는 마치 오늘날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 같으나, 실제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마이클 퀸란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가 과거 정부와 의회 보고서, 논문집 등을 통해 그려낸 1880~1945년 영국의 모습이다. 퀸란 교수는 <국제 보건의료 서비스지> 최근호에 투고한 논문에서, 복지국가가 태동하기 이전인 19세기~20세기 초 영국의 대표적인 비정규 직종인 항만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건강문제를 분석했다. 오늘날 잘 알려진 것처럼, 그 당시 비정규직 노동은 노동자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과 영양, 빈곤, 교육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들은 1889년부터 1910년까지 세 차례 조사위원회를 설립해 비정규직의 실태를 살폈고, 의회는 1895년과 1897년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때로부터 무려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의 사회발전 수준은 당시 영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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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가난, 노년기 정신건강 해친다

한겨레 <건강렌즈로 본 사회> 2014년 1월 29일자 (바로가기)   현재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국내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 손자·손녀를 돌볼 나이의 노인이 되도록 영향을 미친다면 어떨까? 최근 바르바라 샨 독일 라이프니츠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사회과학과 의학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문은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과 학력이 노년기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유럽의 ‘건강, 노화와 은퇴에 관한 패널 조사 자료’를 이용해, 50살 이상인 2만716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들의 현재 정신건강 상태는 우울한 기분, 비관적인 생각, 자살 성향, 과도한 죄책감, 수면 장애, 식욕 감퇴 등 12개의 문항으로 평가했다.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으로는 10살 때 집에 있던 책의 분량, 방의 개수, 가장 직업의 전문성 수준 등을 조사했다. 또 집안 내부에 욕조나 화장실이 있는지, 중앙난방식인지 등 주택의 구조적 특성도 조사했는데, 이런 가정환경 지표는 부모의 학력과 경제적 수준을 함께 측정함으로써 가정 전체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잘 나타내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분석 결과에서는 유년기 가정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50살 이상에서 정신건강 상태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신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 분석했음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경제적 상황, 취업 여부, 장애 여부, 과거 실직 경험, 성별, 나이, 정신적 장애 여부, 배우자 유무 등을 모두 고려해도 무려 40년 전 어릴 적 가정환경이 영향을 미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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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은 정신줄을 놓게 만든다

한겨레 <건강렌즈로 본 사회> 2014년 1월 15일자 (바로가기) 경제 불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000원 균일가 행사’부터 임금체불 문제부터까지, 일상에서 경제 불황의 심각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 상황들은, 당연히 우리 건강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경제 불황이 사람들의 우울 수준이나 자살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은 여러 차례 나온 데 이어 최근에는 인지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말하자면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 사람들의 총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국제 논문집인 <역학과 지역사회 건강> 최근호에는 룩셈부르크 대학의 라이스트 교수팀이 유럽 11개 국가의 20대 이상 1만2000명을 대상으로 20~40대에서 경제 불황을 경험한 횟수와 이들이 50대 이후 70대에 이르기까지 인지능력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평가 항목은 단기 혹은 장기 기억력뿐 아니라 유창하게 말하는 정도, 현재 상황에 대한 파악능력, 계산능력 등 5가지 항목으로 측정했다. 여기에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3의 요인들도 고려해 분석했는데, 예를 들면 교육 수준, 학생 때의 학업 성취도, 과거 직업, 건강 수준 등이다. 아울러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줬을 가능성이 있는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출생 여부도 고려했다. 그 결과 남성은 40대 중반 이후에, 여성은 40대 중반 이전에 경제 불황을 많이 겪을수록 50대 이후의 인지능력이 감소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연구팀은 경제 불황이 일자리의 불안정성과 관계가 크고, 또 일을 한다는 것이 인지 활동을 자극한다는 점에 착안해 다음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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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양심을 시험하는 투자활성화대책

한겨레 2014년 1월 1일자 <건강렌즈로 본 사회> (바로가기)   지난달 중순 정부는 의료기관이 영리법인 자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하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대책이 결코 ‘의료 민영화’나 의료서비스의 ‘영리화’ 방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의 말을 믿고 싶으나, 이전 연구 결과들을 볼 때 정부의 설명이 오히려 의혹을 더 남긴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지난해 <국제보건의료재정경제지>에 나온 것으로, 경제적 인센티브가 의사들의 진료행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엡스타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팀은 미국의 암등록 자료와 약제비 청구 자료를 이용해, 1992~2002년 전이된 유방암을 진단받은 65살 이상 환자 4503명에 대한 항암제 처방 결과를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의약품의 처방과 투약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의사가 처방에서 얻는 직접적인 이득이 없다. 그런데 항암제는 예외다. 의사가 제약사 등에서 약을 도매가로 산 뒤, 이를 환자들에게 직접 처방 및 투약을 하고 나중에 이를 보험에 청구해 받는다. 의사의 항암제 선택에 따라 경제적인 이익이 생기므로 처방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1997~2004년 미국의 공보험인 메디케어의 전체 약제비가 47% 증가한 데 견줘, 항암제 비용은 267%나 늘었다. 분석 결과 또 약값 마진이 큰 항암제일수록 의사의 선택 경향이 뚜렷해졌다. 약값 마진이 10% 증가할 때마다 최저 11%에서 최대 177%까지 특정 항암제에 대한 선택이 많아졌다. 대신 특허 만료로 약값이 떨어져 의사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줄면 처방이 39% 감소했다. 물론 학술적 근거가 풍부하거나 미국 식약청이 승인한 항암제에 대한 선택 경향도 뚜렷했다. 의사의 항암제 선택에는 임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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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계망’의 부작용

* 한겨레 [건강렌즈로 본 사회] 2013년12월 18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바로가기)   5·18 희생자와 유족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올린 누리꾼이 최근 법정에 섰다. 그는 공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성숙하지 못해 벌인 잘못이며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그의 혐의는 5·18 희생자의 시신 옆에서 오열하는 어머니의 사진에 운송장을 합성해 붙이고 ‘택배 왔다. 착불이요’라는 설명까지 붙여 5·18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홍어’ 운운하며 특정 지역 및 불특정 다수의 인격과 사회적 가치에 침을 뱉고 이를 공개적으로 퍼뜨리면서 즐거움을 느끼던 누리꾼이, 정작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라니. ‘그들’의 공간은 체계적이고 결속이 단단한 듯하다. 비슷한 생각과 가치를 가졌다는 것에 즐거워하고, 이 모임의 일원임을 증명하기 위한 ‘인증’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그들의 결속은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사회적 관계망은 보건학 등에서 인기 있는 주제다. 많은 연구들에서 사람과의 교류가 개인의 소속감 및 정체성을 만들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확인됐다. 많이 교류할수록 우울이나 불안을 겪을 확률이 낮아지고, 종교나 친목단체 등에 참여할수록 정신건강 수준이 높아진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망의 건강에 대한 영향이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너무 큰 사회적 연결망은 오히려 청소년 우울증과 관계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 한국의 결혼이주여성들은 같은 나라에서 온 이민자와 연결망이 있을 때 오히려 우울 수준이 높았다. 즉 사회적 관계망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정서적 지지가 될 때에만 좋은 효과를 미친다. 이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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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대학별로 드러난 건강 격차

한겨레 2013.12.4 <건강렌즈로 본 사회> (바로가기)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학력에 따른 격차, 그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대학 졸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출신 대학교의 서열에 따라 건강 수준도 달라진다. 최근 김진영 고려대 교수팀이 <한국사회학>에 발표한 논문은 이처럼 ‘슬프지만 현실인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팀은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 가운데 직업을 가진 만 25살 이상의 성인남녀 5306명을 대상으로 학력과 스스로 느끼는 건강수준의 관계를 분석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학력이 높을수록 건강 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이들의 건강 수준이 가장 낮았고, 이어서 고등학교 졸업자, 전문대 졸업자,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순으로 건강 수준이 좋아졌다. 그런데 4년제 대학 졸업자들 사이에서도 지방 사립대보다는 광역시 사립대, 광역시 또는 지방 국공립대, 수도권 대학 순으로 건강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했는지 여부만큼이나 어떤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중요했던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이런 연구결과는 또 하나의 절망을 추가하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다지만, 다 같은 ‘대졸자’는 아닌 셈이다. 부모의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유치원, 초ㆍ중ㆍ고교에 이어 대학교는 물론 이제 건강과 수명으로까지 이어지는 운명의 길은 영영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김 교수팀은 사회구조적 측면의 개입이 불평등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육 수준과 주관적 건강 수준의 관계에서 고용 상의 지위나 일자리 및 경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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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스트레스가 흡연 부른다

한겨레 2013.12.20 [건강렌즈로 본 사회]   바로가기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어떤 일의 마감이 닥치거나 인간관계 등에서 속상한 일이 생기면 평소보다 더 많이 이른바 ‘줄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있다. 스트레스와 흡연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당연히 여기지만, 현실의 보건사업에 이를 적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흡연자의 무책임과 무지를 탓하면서 비난하거나, ‘건강 제일주의’에 발맞춰 막무가내로 금연을 강요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연구는 담배를 피우게 되는 이유 가운데 스트레스 특히 차별이라는 부당한 처우가 숨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퍼넬 미국 워싱턴대 교수팀은 최근 <미국공중보건학회지>에 미국인 약 8만5천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퍼넬 교수팀은 설문지를 통해 최근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혹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에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아울러 스트레스와 담배 사용 습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흡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고려한 이후에도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차별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에 견줘 13~18%가량 담배를 더 많이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흡연 확률이 21%나 낮았다. 차별 중에서도 일터에서의 차별 경험이 있는 경우에 흡연 확률이 훨씬 높았다. 연구팀은 근로 현장에서의 차별은 지속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고, 또 생계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차별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렵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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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잠자는 시간 조절하나

한겨레신문 [건강렌즈로 본 사회] 2013.11.06 (바로가기)   대한민국은 항상 깨어 있다. 발전소나 병원만 24시간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나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이나 패스트푸드점, 카페 등도 24시간 돌아간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늘 피곤하다. 이른 아침 지하철은 거대한 수면실이고, 각종 피로회복제 등이 날개 돋힌 듯 팔린다. 이번에 소개할 연구 결과는 현대 사회의 수면이 과연 적절한가를 다루는 것이다. 수면 문제를 주로 탐구해왔던 윌리암스 영국 워익대 교수팀은 올해 간행된 <사회과학과 의학> ‘수면 특집호’에 한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은 ‘의료화인가, 맞춤화인가? 365일 24시간 깨어있는 사회에서의 수면, 기업, 고양’인데, 일터에서의 낮잠을 허용하는 것과 각성제 확대라는 두 사례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잠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사실 잠을 조절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오래된 것이지만, 오늘날의 양상은 매우 특별하다. 잠을 건강, 위험, 생활양식과 연계해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밤이 되었으니 잔다’거나 ‘졸려서 잔다’는 단순함은 사라지고, ‘잠 문제’는 해결해야 할 건강, 안전, 생산성의 이슈가 된 것이다. 서양에서는 어떻게 하면 생산적으로 잠을 조절할 수 있는지, 즉 덜 자고도 어떻게 숙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안내하는 책들이 인기다. 학계에서는 일터에서 잠깐 낮잠을 자는 것이 인지기능과 각성을 유지시키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는 논문들이 속속 나온다. 이 때문에 근무 중 낮잠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일터가 늘어나고 있다. 또 교대근무 일정 배치 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전문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잠을 둘러싼 개인적 시간과 공적 시간, 가정과 일터 사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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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참여와 대인 신뢰가 자살 막아준다

한겨레 [건강렌즈로 본 사회] 10월 23일자 (바로가기)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 심각한 문제라는 점은 명료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회원국 평균의 2.5배나 된다. 또 자살은 이미 한국인 전체 사망원인 가운데 4위에 해당하는 ‘질환’으로 자리잡았다. 자살은 질환 가운데에서도 명백한 사회적 질환이다. 경제·사회·심리적 상태나 지지가 악화될 때 자살률은 어김없이 올라간다. 삶의 존엄의 무게를 생각할 때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왜 한국 사회에서는 하루 평균 42명이 자살로 사망하는가? 자살 문제에 대한 국내의 정책적 대응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180여군데에서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설립해 자살예방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정책과 사업의 운영 현황은 현재 존재하는 문제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180여 센터 가운데 자살예방 전담인력이 배치된 곳은 20군데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자살예방사업의 효율과 성과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 왜 많이 발생하는지 알아내는 작업은 중요하다. 개인의 극단적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경제적 곤궁인지, 사회적 배제인지, 지긋지긋한 질환의 연속인지를 밝히는 것은 예방사업의 효과를 높이는 데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이런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근 경상남도에서 이뤄진 한 사업은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건강플러스 행복플러스 사업’으로 이름이 붙은 이 사업은, 도내에서 표준화 사망률이 가장 높은 40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주민들의 건강 수준 및 삶의 질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했다. 2010~2012년 총 88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조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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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한 동네환경, 소녀들 정신건강 해친다

한겨레 2013.10.09 <건강렌즈로 본 사회> (기사 바로 가기)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학교생활, 친구 및 가족 관계, 사회경제적 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브라우닝 교수팀이 <건강과 사회적 행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동네 환경 또한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중요하다. 이번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미국 시카고에서 6~15살 청소년 2367명을 대상으로 어지럼 등 신체 증상, 우울과 불안 혹은 위축감 등과 같은 정신적 증상들을 측정했다. 또 설문을 통해 성별과 인종, 가족구성, 사회경제적 위치, 부모와의 관계 등 정신건강과 관계 있다고 알려진 요인들도 함께 조사했다. 아울러 이들이 살고 있는 79개 지역과 그에 포함된 460개 동네의 골목들을 영상장비를 단 차량으로 돌면서 찍고 일지를 기록해 거리의 무질서 정도를 점수로 평가했다. 무질서는 거리에 어슬렁거리거나 술 마시는 성인들, 갱스터, 술이나 마약 등에 중독된 사람들, 성매매, 싸우는 사람들이 있는지 여부로 평가했다. 동시에 또 다른 설문을 통해서 동네 사람들에게 느끼는 결속력이나 신뢰감을 평가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길에서 스프레이 낙서를 하면 다른 어른이 타이르거나 아이들이 어른에게 인사를 잘하는지 등 비공식적인 사회적 통제 정도를 측정해 동네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인종이나 가족 구성, 사회경제적 위치 등 개인 수준의 여러 가지 요인을 모두 고려한 이후에도, 동네의 무질서 정도가 심할수록 청소년의 우울이나 불안 등과 같은 증상이 더욱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녀들에게서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