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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논평

길을 잃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문재인 정부가 건강과 보건 분야에서 무엇을 할지, 대체적인 구상이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문재인 케어’로 표현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그리고 ‘치매 국가책임제’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끝이라고 하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이것 말고도 계획이 많고, 아직 준비 중인 것도 여러 가지라고. 시시콜콜한 ‘작은’ 정책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무리 허술한 정부라도 대통령 공약만 신경 쓰는 데는 없다. 그 많은 공무원이 그냥 놀고 있을 리 만무하니, 뭔가 열심히(!) 하고 있을 터.   그래도 진짜 중요한 것은 골격, 국정 원리가 아닌가? 아무리 많은 정책을 늘어놓아도 백년대계가 없으면 새로운 정권이라 말하는 의미가 없다. 정치는 현재와 일상을 관리할 뿐 아니라 미래를 꿈꾸고 개척한다.   적폐와 새로움을 말하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정책, 보건과 의료가 어디로 가려 하는지 확실하지 않으니 걱정스럽다. 이미 내놓은 브랜드인 ‘문재인 케어’와 ‘치매 국가책임제’는 비용 부담을 줄이자는 것 빼고는 말하는 바가 많지 않다.     다른 것을 그대로 두고 보건의료의 ‘경제’를 바꾸자는 셈이어서 더 걱정이다. 있던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더 복잡해져 고질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일차의료나 지역 보건을 강화하지 않고 건강보험 급여만 늘리면,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더 몰리고 동네 병원의 의료는 더 왜곡될 것이다.   그 중에도 오랜 숙원, ‘공공보건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묵묵부답인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다시 말하지만, 무슨 실무나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땅히 그래야 할 것 같은데도

서리풀 논평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4월 16일이 세월호 참사 3주기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아직 찾지 못한 이들도 금방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이제라도 사고 원인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다음 정부가 바로 해야 할 일이다. 오늘 우리는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가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지 다시 물으려 한다. 참담한 사고를 겪고도 달라진 것이 없으면 그보다 허망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세월호의 진실과 함께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 사회를 크게 흔들고 국가적 대응이 있었다고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초대형 재난이었던 메르스 사태와 경주 지진이 부정의 증거다. 최근 일인 구제역과 AI는 또 어떤가. 혼란과 부실, 무능력을 다시 경험했고 시스템의 부재를 확인했다. 시민이 체감하는 (무)변화는 설문조사로도 확인할 수 있다. 며칠 전 경향신문과 국회의장실이 의뢰하고 갤럽이 조사한 결과, 세월호 참사 후 안전이 얼마나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1.3%가 ‘변화 없다’고 답했다. ‘악화된 편’ 8.3%, ‘매우 악화된 편’ 6.6% 등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한 사람도 14.9%였다(http://bit.ly/2pEgYoX).   비난과 비판을 듣는 당사자, 특히 정부 당국은 억울할지 모른다. 2004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유명무실한 상태로 있던 ‘재난관리체계’를 많이 정비하고 개선했다고 항변한다. 공무원들이 위기관리 시스템, 매뉴얼, 훈련을 실적으로 내놓는 이유도 지난 3년의 성과를 알아달라는 뜻이 아닌가. 아마도 맞는 말이겠지만, 옳은 답변은 아니다. 해경이 해체되고 중앙정부 부처가 하나 새로 만들어질 지경이었으면, 그

서리풀 논평

지진까지 보탠 ‘위험 사회’

경상북도 경주에 지진이 발생한 후 일주일이 다 되도록 여진이 계속된다고 한다. 우선, 피해를 보거나 불안에 잠 못 이룬 모든 사람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있을 큰 지진에 대한 공포가 보태졌을 터이니,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후유증을 줄이고 새롭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진이 자연재해인 한, 지진이 일어난 후 대처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 있었는가는 모두가 알고 비판한 그대로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에서 달라진 것을 찾기 어렵다. 국민안전처는 물론이고 대통령과 행정부 전체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을 잘못 했느냐고? 지진 후에 빨리 회의를 소집해 보고를 받고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휴대전화 문자 통보는 늦어졌고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먹통이었다. 생방송 중이던 경주 주민이 2차 지진이 생기자 방송 진행자에게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시스템은 아예 구축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다고,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가상 훈련을 한번 했다고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보건대, 이 땅에 ‘재난 대비 시스템’은 아직 없다! 공중 보건 위기 대비 시스템은 있을까? 그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다시 요구한다. 제대로 된 대비 시스템을 구축하라. 이번에는 지진이니, ‘지진용’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지 말라. 대규모 화재, 또 다른 감염병, 비행기나 배의 사고, 홍수, 제2의 삼풍이나 성수대교 사건,

연구보고서

[연구보고서] 인권 중심의 위기대응: 시민, 2015 메르스 유행을 말하다

지난 메르스 유행 과정에서 ‘공중’의 보호를 위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안전과 건강을 유보했고, 또 일부는 원하지 않는 위험과 차별, 배제,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경험했습니다. 상황의 긴박함이라는 해명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만일 앞으로 발생하는 있는 공중보건 위기 혹은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도 그러한 인권 침해가 반복된다면 위기 대응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중보건 위기 대응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폭넓은 수용성, 시민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윤리적 고려이자 실용적 고려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정부와 학계, 언론의 평가들이 메르스 유행의 원인, 대처가 부실했던 이유를 규명하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우리는 인권과 사회정의라는 측면에서 국내의 메르스 유행을 되짚어보고 문제의 구조와 기전을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메르스 유행이 시작된 이래 일관되게 시민적 관점에서의 평가와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우리 주장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이기도 합니다. 재난은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보다 나은 체계로 이행하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향후 또 다른 공중보건 위기나 재난 상황에서 좀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적 대응을 하기 위한 교훈을 찾고자 했습니다. 우리의 분석에 대한 비판과 더 나은 대안을 위한 활발한 토론이 촉발되기를 바랍니다. 보고서와 동영상을 널리 공유해주시고,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들을 제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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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유행,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명정은 담론의 온상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설날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이유라고 한다. 그만큼이 될 수는 없으나, 이번 설에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지카’)도 자주 입길에 오르지 않을까 한다. ‘지카(Zika)’라는 낯선 이름이지만, 충분히 그럴 만하다. 서른 개가 넘는 나라에 퍼진 데다, 감염 방법도 자꾸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가 문제라고 했으나, 성 접촉, 침, 소변으로도 옮길 수 있다니 문제가 간단치 않다. 어렵고 생소한 병 이름 때문에 두려움이 더 큰 것 같다. 임산부가 감염되면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수 있다고 한다. 콜롬비아에서만 3000명 이상의 임산부가 감염되었다니, 소두증이 뭔가 찾아본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신경을 마비시키는 길랭-바레 증후군 이야기도 나온다(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응 방법도 막연하다. 예방주사가 없고 병이 나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대증적’, ‘일반적’ 방법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경로가 모기 한 가지라 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말라리아나 뎅기열, 뇌염을 봐도 모기를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오는 여름이 걱정인데) 혹시 ‘박멸’은 꿈도 꾸지 마시라. 이쯤에서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러 가지가 닮은꼴이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낯선 것인 데다, 아직 불확실한 것이 적지 않다는 점이 그렇다. 이 병에만 해당하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도 비슷하다. 물론 다른 점이 더 많다. 병의 원인과 특성이 다르니 당연하다. 여러 가지지만, 예방과 대책의 측면에서는 원인과 전파 경로가 다르다는 것이 중요하다. 메르스는 주로 병원 안에서 전파되었지만, 지카는 모기에 물리거나 성관계 등을

서리풀 논평

동네 병원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간단한 퀴즈 하나. 다음 두 뉴스에 같이 등장하는 말은?   “의료보험제도 실시 이후 보험가입자들이 의원급을 외면하고 종합병원으로만 몰려들어 큰 혼란을 빚자 대한의학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이와 같은 부작용을 의료계 자율적으로 시정키로 하고 「의료전달체계연구소위원회」를 구성, 앞으로 의원급에서는 원칙적으로 응급 및 외래환자만 취급하고 병원급에서는 입원환자만을 취급토록 한다는 조정원칙을 세웠다.” (동아일보 1978년 6월 14일)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날랐다. 환자가 다닥다닥 붙은 병실 환경, 가족이 모이는 병문안 문화, 대형병원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려들게 한 의료전달체계 모두 이번 메르스 사태를 키운 원흉으로 지목됐다. 결국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못 돼 메르스 감염자 수는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 (연합뉴스 2015년 6월 18일 바로가기)   정답(또는 그 가운데 하나)은 ‘의료전달체계’. 30년 이상의 시간 간격을 뛰어넘어 같은 말이 또 나왔다. 같은 ‘문제’가 지속된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의 시간 감각으로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닌데, 끈질기다. 병으로 치면 고질병이라고나 할까. 더 들어가기 이전에 우선 의료전달체계라는 말부터. 단어 하나하나는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 의료, 전달, 체계,…세 마디 모두 익숙하고 알 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셋을 합해 놓으면 ‘악명 높은’ 개념이자 제도로 바뀐다. 내용이 어려우니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   우리는 이 말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의료는 ‘전달’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전달이 무엇인지, 누가 주고 누가 받는 것인지 모호하다. 환자를 짐이나 서류처럼 주고받는 것도 아닌데, 환자가 중심이

서리풀 논평

메르스 감사를 다시 하라(하자)

  감사원이 메르스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 누리집에 공개된 보고서만 500쪽에 가까운 엄청난 분량이다 (감사원 보고서). 제대로 보기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조사할 일이 많았다는 뜻일 터.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잘못된 일의 책임자를 찾고 책임을 묻는 것은 더 그렇다.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질병관리본부장이 모든 책임을 졌다. 징계를 받을 다른 공무원도 모두 실무자다. 한참 전부터 이렇게 되리라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책임을 둘러싼 투쟁의 뻔한 결과. 세월호가 그랬고, 메르스에서도 진작부터 예상되었던 바다(관련 서리풀 논평.바로가기1, 바로가기2). 용한 점쟁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감사원이 ‘책임의 정치’를 둘러싼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보건소 직원까지 징계하라고 했지만, 장관은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장관의 사퇴, 새로운 공직 취임과 감사결과 발표는 시점도 절묘하다. 그뿐만 아니다. 당시 기자회견에 총리, 부총리가 나섰던 것은 홍보용 보여주기라 해도, 이들을 비롯한 최고 권력층이 실제 정책 결정에 간여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들은 책임과 징계는커녕 감사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감사원 감사에 무얼 기대하느냐는 소리가 나오지만, 이젠 이런 비판조차 새삼스럽다. 과거는 물론이고 최근에도 비슷한 시비가 여럿이다. 지난 정권이 저질렀던 자원외교나 4대강 사업을 이제야 감사한 것, 그리고 그 결과는 기억에도 생생하다. ‘책임의 정치’는 감사원의 본래 업무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하지만 행정과 기술, 실무를 탓하는 것으로 ‘책임 묻기’는 끝나지 않는다.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는 죄를 법률적인 것, 형이상학적인

서리풀 논평

메르스와 영리 병원 그리고 국가

이번이 2015년에 내보내는 마지막 논평이다. 인위적인 구분이라 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전혀 무용하지는 않을 터. 지난 한 해를 잠시 뒤돌아보는 것은 어찌 보면 형식이지만 또한 성찰이고 (자기) 비판이다. 올해 초 우리는 건강과 보건의 렌즈로 한국 사회를 전망하면서 네 가지를 지적했다. (☞관련 기사 : 건강과 복지 후퇴에 맞설 준비) 재정 압박과 보건 복지의 ‘국지적’ 긴축, 끈질긴 의료 산업 성장 전략, 공공 부문에 대한 압박, 그리고 보건 복지 요구의 증가가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크게 빗나가지 않았을 뿐더러 대부분이 아직 진행되는 중이다. 점쟁이여서 그런 것이 아니라, 경향성이 굳어져 구조가 되었다. 장관이 바뀐다고 달라질 것이 아니며, 현실 정치권력의 입맛을 따르는 것도 아닌, 이미 단단한 틀! (미리 말하면, 내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도 있었다. 그 중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메르스 사태가 두드러진다. 한 해가 끝나가는 며칠 전에야 공식 종료 선언을 할 수 있었으니, 2015년은 ‘메르스의 해’였다고 해도 과장이라 할 수 없다. 새로운 대비 태세를 만드는 일은 해를 넘길 참이다. 하지만 메르스조차 큰 틀에서는 예외라 하기 어렵다. 흔히 신자유주의 국가라고 부르지만, 지난 한 해 국가는 그 말 그대로였다. 국가는 (어떤 곳에서는) 계속 후퇴했고, 또한 (어떤 곳에서는) 계속 진입했다. 막상 국가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곳에서는 국가를 찾을 수 없었고, 지금까지 그랬던 적이 없는 곳에서는 가장 강력한 국가의 모습을 과시했다. 종잡을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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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실 폐렴과 메르스의 교훈

  한 대학교의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0월 19일이었다. 그 사이 수십 명의 환자가 생겨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될까 걱정이 많았다. 2주가 좀 더 지난 지금, 더 번지지 않고 마무리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남은 문제는 아직 원인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환자의 유전자와 혈청항체검사를 했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음성이고 다른 감염병일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화학물질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나 잘 들어맞지 않는다. 끝내 ‘괴질’로 남을 수도 있다. 방역 당국이 어떻게 대응했고 그 결과가 어떤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이 늘어났다. 이번 일만 놓고 보면, 겉으로는 큰 잘못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원인을 못 찾았다는 것이 걸리지만, 어떤 질병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급한 불은 꺼졌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겉보다는 속, 어떤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갔는가 하는 점이다. 보고와 결정의 흐름을 추정하면 간단해도 이 정도는 거치지 않았을까. 환자를 진단한 병원 → 신고를 받은 보건소 → 보건소의 보고를 받은 질병관리본부 → 보건복지부 → ?? 속을 들여다보지 않았으니 정보가 충분치 못하다. 다만, 메르스 사태 때 학습한 것이 이번 대응에 중요한 지침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의식하지 못한 채 그럴 수도 있다). 지식이 늘고 훈련이 되었으니 과거보다는 빠르고 체계적이었을 것이다. 엄청난 비용을 치렀으니 개선되는 것이 마땅하다.   경험에서 배우는 것에

서리풀 논평

카트리나 10주년, 세월호와 메르스는?

  2005년 8월 29일, 강력한 허리케인인 카트리나가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즈를 휩쓸고 지나갔다. 2015년 8월 29일, 이제 꼭 10년이 지났고 미국 전체가 10주년을 기억하느라 분주하다. 8월 27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고 연설했다. 대통령까지 나설 정도니 이 일이 얼마나 큰 ‘국가적’ 사안인지 짐작할 만하다. 카트리나 10주년에 오바마 대통령까지. 그 바쁜 미국 대통령이 거의 하루 종일 한 가지 행사에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딴 나라 이야기인 것이 맞다. 흔하고 흔한 미국발 뉴스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번 카트리나 만큼은 좀 다른 것이, 몇 년 사이 우리의 현실이 저절로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 사상자 수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세월호와 메르스는 끊임없이 카트리나를 불러낸다. 그들이 재난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방식에서 우리의 현실과 할 일을 성찰하려 한다. 사소한(?) 것부터 먼저 보자. 백악관이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은 이렇다.   12시 20분 현지 도착 12시 45분 주민과 청소년 면담 2시 55분 지역주민센터에서 열린 ‘회복원탁회의’ 참석 3시 55분 원탁회의에서 발언 5시 현지 출발.   대통령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예외 없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방식은 우리와 좀 다른 것 같다. 백악관이 홈 페이지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연하다(바로가기). 대통령이 원탁회의에 참석하는 것과 같은 형식도 놀랍지만, 기념과 행사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국가적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 왔는지에 이르면 우리의 현실과 직접 이어진다. 작년과 올해, 세월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