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글목록: 불평등

서리풀연구통

[서리풀 연구통] 자연재해의 트라우마, 물질남용으로 이어져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영펠로우 박여리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진도 5.8의 지진은 한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한반도만큼은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생각해왔던 통념이 무너졌다. 적절한 후속 조치 없이 여진만 500회 이상 계속된 채, 경주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서리풀 논평: 지진까지 보탠 ‘위험 사회’) 많은 학자들과 언론은 피해지역 주민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경주지역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포함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주지역 뿐만 아니라 인근 포항, 대구, 울산 등지의 주민들 역시 지진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연재해의 트라우마에 대처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지진 트라우마 컨트롤타워 마련 시급) 지난 10월, 미국의 ABC news는 자연재해가 물질 남용 장애(substance

서리풀 논평

GMO의 ‘정치경제’를 드러내는 것

    유전자변형생물체(GMO)가 다시 말썽이다. 몇 가지 일이 겹쳤는데,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며칠 전 농업진흥청이 유전자변형 벼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것을 적극 변호하고, 이에 반대하는 농업, 환경, 시민, 소비자 단체는 큰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바로가기). GMO가 환경과 건강, 농업에 유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런 행동의 논거다(가장 최근의 글로는 다음을 참고).   GMO를 찬성하는 주장도 여전히 강하니 혼란스럽다. 10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게 GMO 반대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에 속한다(그린피스의 반응을 포함한 좀 더 자세한 기사 바로가기). 한국의 어떤 과학자 단체는 “일부 반대론자들이 유전자변형생물체(GMO)에 대한 근거 없는 우려와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도전이며 방해 행위”라고 대놓고 비난했다(http://bit.ly/29eALal).   GMO 표시기준을 규정한 법안(고시)을 개정하는 문제도 시끄럽다. 식약처가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을 바꾸려고 하는데, 사실은 GMO 표시제를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 간장, 식용유, 당류, 증류주에 대해서는 GMO 표시를 제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NON-GMO’와 ‘GMO free’ 표시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마침 GMO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GMO 표기를 둘러싸고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시작은 작은 주인 버몬트 주. 이달(7월)부터 이 주 안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품에는 GMO 표기가 의무화되었다. 거대 식품회사의 반대를 이기고 법 시행에 성공했다는 점도 이목을 끌지만, GMO의 본국에서 틈이 생겼으니 중대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전과 이후의 경과는 생략하지만, 일이 전국으로 번져 의회가 나섰다는 것은 빼놓을 수 없다.

세미나, 소식

[취소 안내] 특별 초청 세미나 ‘기본소득과 건강’

  긴급 공지합니다 초청 연자인 에블린 포르제 교수가 건강 문제로 이번 방한 일정을 취소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저희 연구소에서 개최하고자 했던 특별세미나도 취소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편으로는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자본의 전략으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유력한 수단으로써,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에서는 제 16차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대회를 맞아 방한하는 보건경제학자 에블린 포르제 (Evelyn L. Forget) 교수를 초청하여 ‘기본소득과 건강’이라는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단,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사전 신청 15명에 한해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일시: 2016년 7월 11일 (월) 오후 2시~5시 장소: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세미나실 프로그램 (1) 에블린 포르제 (캐나다 마니토바 대학교, 경제학) “기본소득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 이론과 사례” (2) 김창엽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보건정책학) “기본소득과 건강보장” (3) 질의 응답과 토론 참가신청: phikorea@gmail.com (선착순 15명까지) 한글 슬라이드와 함께 발표는 영어로 진행됩니다. 질의응답은 참석자들의 ‘품앗이’ 통역 지원을 통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서리풀 논평

브렉시트, 더 불평등한 국민국가로의 회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하면서, ‘브렉시트’라는 낯선 말이 모든 뉴스의 중심이 되었다. 주가가 폭락하고 여러 군데서 온갖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방송사는 긴급 좌담에,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도 난리가 났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지는 해라고는 하지만 영국은 명목 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5-6위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이다. 유럽 국가 대부분을 묶은 EU가 차지하는 국제 정치, 경제의 비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꼭 지구화, 세계화를 들먹이지 않고도 ‘극동’의 작은 나라까지 큰 영향을 받는 형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 나머지 대부분은 혼란스럽다. 온갖 해석과 전망이 난무하지만, 명료한 것은 많지 않다. 브렉시트로 결론이 난 이유에는 이런저런 모든 이유가 다 들어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도 ‘점’을 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불확실성의 한복판에서도 관심은 한쪽으로 크게 쏠려 있으니, 그것은 경제다. 브렉시트에 이르게 된 경과는 물론이고, 앞으로 벌어질 사태도 대부분이 경제, 금융, 수출 이야기다. 그래 봐야 결론은 영국과 다른 나라, 그리고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 전부지만, ‘경제주의적’ 해석은 그만큼 힘이 세다. 경제에 추가되는 것이 약간의 국제정치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이 국제정치 판의 ‘동반자’였으니 이도 당연한 일. 미국은 영국이 빠진 EU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국제정치적 위상은 어떻게 변할까,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이나 러시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핫이슈’는 EU 자체의 존립이다. 탈퇴 도미노 현상과 EU의 붕괴(또는 무력화)가 현실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서리풀연구통

5㎏ 날씬한 여성이 500만 원 더 번다!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通’에서 격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당신의 사이즈가 사회 경제적 지위를 결정한다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오래 살고 건강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대체로 키가 크고 비만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는 잘 사는 사람들이 못사는 사람들보다 어린 시절부터 더 좋은 영양 상태의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고, 운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영국 의학 잡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반대로 키가 크고 날씬한 사람들이 삶의 전반에 걸쳐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자신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위가 외모에 영향을 미치는 것 뿐 아니라 외모가 지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관련 자료 : Height, body mass index, and socioeconomic status :

소식

제4회 불평등연구회 학술 심포지엄 초록 제출 안내

  제4회 한국불평등연구 심포지엄 준비위원회는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불평등 연구자들 간의 연구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4회 불평등연구회 학술심포지엄을 6월 30일 – 7월 2일 연세대학교에서 개최합니다. 사회계층, 교육, 젠더, 결혼과 가족, 인구 변동, 건강불평등, 노사관계, 사회조직과 네트워크, 이민과 이주노동, 복지제도와 사회정책 등 다양한 주제 영역에서 한국의 불평등 현상을 다루는 연구 혹은 한국을 포함한 비교연구 논문들을 모집합니다.     2015년 중앙대에서 개최된 제3회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70여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한국사회의 불평등 현상을 인구변화와 불평등, 계급/계층 및 교육, 젠더와 가족, 문화와 제도 등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논문들을 발표하고 토론했습니다. 또한, 심포지엄에 앞서 진행된 방법론 워크샵에서는 인구학적 방법을 불평등연구에 적용하는 방법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016년도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연구성과들을 공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에는 두 가지 특별한 기획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Inequality in Korea: Trends and Puzzles’ 특별세션으로 한국사회의 불평등 양상의 추이를 탐색하고 이에 바탕을 둔 새로운 연구주제를 개발하기 위한 세션을 기획하여 한국 불평등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매년 인기리에 진행되어 온 방법론 워크샵으로 올해는 특별히 질적 방법론 워크샵을 기획하였습니다. University of Toronto 사회학과의 주해연 교수님께서 질적 방법론에 대한 강의를 해주실 예정입니다. 질적 접근을 활용한 불평등 연구에 관심있는 연구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지난 세 차례 심포지엄과 마찬가지로 기존 연구자 및 대학원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불평등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바랍니다.    Different Forms of Inequality in Korea and Beyond    일시 : 2016년 6월 30일(목)~ 7월 1일(금) 장소 : 연세대학교 연희관 이만섭홀   발표신청 : 제목과 요약문(A4 2-4매) 발표신청 마감: 3월 31일 결과선정 통고: 4월 15일 논문제출 마감:

서리풀 논평

‘연명의료법’에 대한 기대와 걱정

  오랜 산고 끝에 ‘연명의료’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었다. 1월 8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긴 이름의 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줄여서 ’연명의료법‘이라고 부르자. 법의 내용은 금방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누구나 한번은 읽어 보자고 권한다. 법이 만들어진 경과와 법안 내용은 국회의 ’의안정보시스템‘을 참고하기 바란다). 다 읽기 어렵다면 언론이 보도한 요약이나 핵심정리도 괜찮다(라포르시안 관련기사 , 한국일보 관련기사). 법이 만들어졌으니 이미 지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법이 공포되고 1년 6개월이 지난 후부터 시행되게 되어 있고 일부 조항은 2년이 지나야 한다. 2018년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법이니, 본론에 해당하는 논의는 이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이 법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요소를 인정하고 환영한다. 편안하고 품위 있는 죽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새로운 법과 제도가 이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간 점이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삶과 죽음을 규정하는 데에 현대 의학이 깊이 개입되어 있고, 그런 의미에서 죽음의 의료화는 돌이킬 수 없는 현대 사회의 현상이다. 이제 누구나 병원에서 죽고, 그것도 치료받는 도중에 죽음을 맞는다.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 아니라 의료의 한 과정으로 이해되게 되었고, 그마저 ‘반생산적(counterproductive)’이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는 정도가 더 심했다. 역설적이지만, 이 법은 죽음을 다른 방식으로 ‘의료화’함으로써 비인간적 의료화를 줄이려 한다. 변화의 의미는 분명하다. 지금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쓸모없는 의료비가 많이 든다든가 가족이나 주위

서리풀 논평

불가능한 권리(건강권)를 꿈꾸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데도 ‘새해’라고 부르는 것이 꼭 좋을까. 갑자기 새해를 따질 일이 아니라, 매일 새로워진다는 뜻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옳다는 주장이다. 그의 말대로 새해조차 상품이 된 것처럼 보인다. 물건값이나 공공요금 인상, 다시 시작하는 일 년의 계약, ‘2016’이라는 숫자가 박힌 수첩,…혹시 세상과 우리의 삶은 일 년 단위로 쪼개져 팔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을 허구라 할 수는 없다. 시간과 진보 모두 근대 이후에 구성된 개념이라는 말이 옳겠지만, 그리하여 상당 부분 상품이 된 것이 맞겠지만,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은 그 개념에 영향을 받고 스스로 삶을 다시 구성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반론을 무릅쓰고 새해는 실재하는 ‘리얼리티’다.   이번 <서리풀 논평>으로 2016년 한 해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는다. 다만, 우리는 그 무엇이라도 새로움을 보태야 상품을 넘어 실재하는 진보의 뜻이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더 넓고 정확한 이해와 새로운 실천이 ‘우일신’하려는 핵심이다. 다짐을 말하기 전에 정치사회적 환경 한 가지를 먼저 지적해야 하겠다.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대로, 2016년 전반기는 현실 정치, 좁게 보면 총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것이다. 좋은 싫든 거부할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한다.   객관적 환경이라 했지만 희망과 요구가 왜 없을까. 우리는 정당을 매개로 한 현실 정치가 제대로 ‘정치적’이어야 함을 늘 주장해 왔다. 먼저, 현실 정치는 이념과 지향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가

서리풀 논평

기후 변화, “우주가 도와주니” 한국은 무풍지대?

기후 변화 논의, 이렇게 둔해도 되나   지난 11월 30일 파리에서 시작되어 2주간 진행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끝났다. 다행히 ‘파국’은 피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도로 묶어놓고자 195개국 모든 나라가 온실 기체(온실 가스) 감축에 기여하자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되었다. 이 정도의 합의가 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온실 기체 감축 목표와 재원 분담금을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폐막을 앞둘 때까지 미국과 중국이 막판 협상을 하고 있어서 합의가 과연 나올지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이 논평의 관심은 어떻게 합의가 이루어졌는지가 아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는 그 이전 단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가 기후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논의해야 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 초점이다. 지난 2주간 계속된 회의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한국의 현재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온 세계가 이 회의를 주목했지만, 한국 사회는 달랐다. 회의에 참석한 대통령과 환경부장관, 그리고 한 국회의원이 논란을 일으켰을 뿐(☞관련 기사 : “박 대통령, 파리 기후변화 총회에서 국제 망신”, 박근혜 따라서 나경원도 파리에서 ‘국제 망신’) 국내에서는 꼭 필요한 반응과 논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여당과 제1야당이 그 흔한 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실상이자 실력이다(발표했지만 언론이 전혀 다루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달라질 것이 없다). 기후 변화가 역사적 도전이자 시대적 과제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 언론은 이

서리풀 논평

삼겹살과 스팸을 어떻게 할 것인가

  1969년 5월 9일 발행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암-처마 밑의 실마리(Cancer: A Clue from Under the Eaves)”라는 기사를 실었다(기사요약). 한국에 있는 전주예수병원 연구팀이 메주에 들어있는 ‘아플라톡신’이라는 독소를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지목했다는 것이었다. 인터넷도 SNS도 없던 시절이라 요즘 같지는 않았지만, 한국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언론이 이 소식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그대로다. 정설은 없다는 차분한 기사도 보이지만, 이 독소가 간암의 45%를 유발한다는 ‘겁나는’ 내용도 있다(예를 들어 <경향신문> 1969년 7월 2일, “식품 속에 도사린 발암독소 아플로톡신”). 별 관계가 없다는 다른 연구가 발표되고 전문가들도 확실하지 않다고 거들면서 더 큰 사태로 번지지는 않았다. 그 정도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된장에 항암성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정은 뒤바뀌었다. 위험하지 않은 식품을 넘어 “OO 된장 암 억제 99%” 같은 글귀까지 등장했으니 변덕스럽다고 해야 할까.   한참 지난 ‘된장 사건’을 꺼낸 이유를 짐작할 것이다. 이번에는 햄과 소시지, 육포, 그리고 소고기, 돼지고기가 말썽이다. 10월 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발암물질 1군(群)으로, 붉은 고기를 발암물질 2A군으로 분류해 발표한 덕분이다.   먼저, 우리는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내용이 엉터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어떤 큰 나라의 육류협회가 모든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이해관계에서 나온 반응일 뿐, 설득력은 없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한 (잠정적) 결론이므로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본론은 아니지만, 1군, 2군 식의 분류를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은 지적해두고자 한다. 1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