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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연구소 발간 자료

[PHI 연구보고서 2017-2] 헌법에 건강권을! 10차 개헌과 건강할 권리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건강세상네트워크, 바꿈/세상을 바꾸는 꿈,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과 함께 준비한 연구보고서가 발행되었습니다. 헌법 개정에 시민이 요구하는 건강권 내용이 반영되고, 또 건강권과 관련한 사회적 공론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지난 11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권 시민증언대회 영상도 함께 올렸으니 널리 공유해주시고, 비판과 공감 의견 또한 많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머리말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제10차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치러진다면, 개헌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간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개헌 투표 이전에 개헌안 발의, 공고, 국회 의결과 같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 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의는 선거 때마다 무성했지만, 본격적인 개헌 논의는 2017년 초부터 시작되었다. “제20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이하, 국회 개헌특위)는 2017년 1월 5일, 첫 번째 공식 회의를 열고 개헌 논의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온라인에 공개된 국회회의록 국회회의록이나 국회 운영위원회 자료실 국회운영위원회 자료실 헌법개정특위에서 그 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고 또 온라인 자료를 읽어보는 것만으로 내용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2017년 8월 29일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시작으로 2017년 9월 28일 인천 지역까지 전국적으로 총 열한 곳에서 ‘헌법 개정 국민대토론회’가 열렸고 총 5,600명의 국민이 참석했다는데, 이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얼마 전 온라인 누리집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이 열렸다. 여기에는 그동안 국회 개헌특위에서 이루어진 논의와 활동 관련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다. ‘개헌 주요 의제’나 ‘개헌

연구보고서

PHI 연구보고서 2017-01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

2016년 3분기, 월 소득 하위 10% 이하인 최극빈층의 가처분소득이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들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71만 7천 원이었습니다. 소득에서 세금·연금·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빼고, 의식주 생활을 위해 한 가구가 실제로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이 71만 7천 원이라는 겁니다. 이 와중에 2017년 예산에서 국민건강보험 재정 국고 지원액은 전년보다 2천 210억 원이나 감액 편성됐습니다. 국고 지원액이 줄어들면, 그만큼 가입자의 보험료로 충당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누진적 부담을 원칙으로 하는 조세와 달리, 국민건강보험료는 비례적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담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보험료 부과 체계와 보험료 상한제는 실제 보험료 부담의 역진성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말 그대로 시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입니다. 부담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선정 기준 때문에, 사회적, 개인적 위기 때문에, 취약한 이들이 ‘체납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지원해 주지는 못할망정, 허리띠를 더 졸라매서 보험료 내라고 해야 할까요. 먹을 것 덜 먹고, 입을 것 덜 입으며 보험료 납부하라고 해야 할까요. 보험료 때문에, ‘생계’를 포기하라고 해야 할까요. 정부는 체납을 무조건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수평적) 형평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독촉과 체납처분(압류), 급여제한 등 비인간적 ‘처벌’을 가하고 있습니다. ‘체납자’들은 생존과 건강을 위협당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통계가 생산된 이래 단 한

서리풀 논평

중증외상환자 진료, 청와대 청원으로 해결될까?

  2~3년마다 벌어지는 응급의료나 중증외상환자 사단, 이번에는 귀순 북한군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일의 경과는 따지지 않는다. 중증외상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형편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밝혀진 것에 집중하자.   처음은 2011년 11월 ‘석해균 선장’ 사고였다. 당시 석 선장의 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중증외상 전문병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다음은 한국 사회가 늘 밟는 과정 그대로. 5년도 더 넘은 2012년 7월 9일 우리 연구소가 낸 <서리풀 논평>에서 일부를 옮긴다(논평 바로가기,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2016년까지 2000억원을 들여 전국에 중증외상센터 16곳을 설치한다고 발표한 것이 작년 10월. 이 계획은 사실 역사가 있었으니, 2009년에 세운 응급의료 선진화계획을 고친 것이었다. 처음에는 6개 권역에 각각 1,000억 원을 투자해 외상센터를 건립하겠고 계획을 세웠다. 사건 이후에 내놓은 계획이 처음과 달라진 이유는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이미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에는 으레 단골로 등장하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왔다는 것이 이유다….(중략)…그나마 복지부가 작년 10월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도 속도를 거의 내지 못했다. 지난 5월이 되어서야 우여곡절 끝에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 결과 지금 전국에 모두 16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되었고 병원 아홉 곳이 공식적으로 개소해서 운영되는 중이다. 이 수준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간단한 지표인 인력 현황만 봐도 아직 멀었다.     권역 외상센터의 전담 전문의 인력 기준인 20명을 채운 곳은 권역외상센터 9곳

소식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시민증언대회

  내년 헌법 개정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아쉽습니다. 정치개혁이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기왕 어렵게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면, 이 기회에 인권의 가치를 보다 분명하게 헌법에 담고 싶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바램입니다. 건강권도 그 중 하나입니다. 건강권은 아플 때 병원비 걱정 안하고 병원에 갈 수 있는 권리 그 이상을 말합니다. 위험한 일터에서 일하다가 다치고, 곰팡이가 핀 반지하 방에서 살다가 병에 걸리고, 세균 감염을 막으려고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사망하게 되는 사건들은 모두 건강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헌법 개정안이 법률전문가들만의 논의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에 반대합니다. 새로운 헌법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개헌의 과정입니다. 시민들이 경험하고 요구하는 건강권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시민의 목소리와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헌법은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공통의 가치를 집약하고 기본권을 정의하는 사회적 약속의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 11월 28일 오전 10시에 조금 특별한 행사가 국회에서 열립니다. ‘건강할 권리를 헌법에! 건강할 권리를 외치다’라는 긴 제목의 행사가 그것입니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건강할 권리와 국가의 책무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함께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직접 오지 못하는 분들께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할 권리” 캠페인에 참여하여 글과 사진을 남겨주세요 (캠페인 바로가기)      

서리풀연구통

건강권을 헌법에서 보장하면 어떤 일이?

수많은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의학 기술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관계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루에 ○○ 두 잔 마시면 수명 ○년 늘어나” 같은 것들입니다. 반면 건강과 사회, 건강 불평등, 기존의 건강 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습니다. <프레시안>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풀 연구통通’에서 매주 목요일, 건강과 관련한 비판적 관점이나 새로운 지향을 보여주는 연구 또 논쟁적 주제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건강 이슈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건강의 사회적 담론들을 확산하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 건강권을 헌법에서 보장하면 어떤 일이? [서리풀 연구通] 건강권 보장은 세계적 추세다 김새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1987년 9차 헌법 개정 이래 30년 만에 개헌이 이야기되고 있다. 대통령 권한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이 기회에 헌법에서 ‘기본권’을 확장하고 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 1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개헌에 찬성했고, 개정된 헌법에 안전, 생명, 건강, 성 평등에 대한 권리 등 기본적 권리를 강화하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93.3%에 달했다(☞관련 기사 : “정세균 국회의장실, 개헌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우리는 특히 건강권에 주목한다. 1948년 선포된 세계인권선언은 제25조에서 “모든 사람이 의식주, 의료 및 필요한 복지를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실업이나 질병, 장애, 배우자의 사망, 노령 또는 기타 불가항력의

서리풀 논평

개헌, 과정이 더 중요하다

대통령이 내년 지방 선거 때 개헌을 하자고 제안한 후 개헌 논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국회 개헌특위가 내년 2월까지 개정안을 만든다고 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국회는  분과별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토론회까지 개최하는 중이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누구든 첫째 관심은 새로운 헌법에 무슨 내용이 담길 것인가 하는 것. 우리는 이미 2014년 10월에 사회권적 기본권을 강화하고, 그런 맥락에서 ‘건강권’을 적극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을 주장했다(서리플 논평 ‘새로운 헌법의 조건’ 바로 가기). “우리는 개헌 논의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권은 상세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국가의 의무도 당연히 따라간다….(중략)… 소득, 교육, 고용, 노동조건, 환경, 주거…기본권마다 더 자세한 권리의 목록을 포함해야 하고,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조건과 환경이 바뀌었으니, 권리의 ‘최저’ ‘기본’ 또는 ‘적정’의 수준도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 의견은 지금도 유효하다. 마침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슷한 취지에서 ‘기본권 보장 강화를 위한 헌법개정안’을 만들고 며칠 전 토론에 붙였다(국가인권위원 보도자료 바로 가기). 일단 방향을 이렇게 잡은 것을 환영하고 더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기본권 강화가 개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논의는 또 있다. 지난주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제주인권회의’에서도 ‘개헌과 인권’이 핵심 주제의 하나로 다루어졌다(한국인권재단 공지사항 바로 가기, ‘한국 사회 인권을 말한다…제주인권회의 열려’ 기사 바로 가기). 인권과 기본권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이라야 시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이 논의 배경이 되었으리라. 헌법 개정안은 지금도 ‘구성’되는 중인만큼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 다만, 현재 논의 정도와 수준을 고려할 때 기본권이 얼마나 강화될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기본권 중에서도 이른바 사회적 기본권(또는 ‘사회권’), 그리고 우리의 관심인 건강권은 더 불확실하다. 이 논평은 주로 건강권에 관심을 두지만, 다른 사회적 기본권도 근본에서는 ‘오십보 백보’가 아닌가 싶다.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건강권이 크게 진전되기 어렵다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정안에서도 드러난다. 이 개정안은 건강권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모든 사람은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질병 예방과 보건의료체계의 향상 등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로 정한다.” 개정안이 기존 헌법 조항(“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보다 한 걸음 나아간 것은 분명하나, ‘건강을 향유할 권리’는 여전히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다. 질병 예방과 보건의료체계의 향상 등을 법률로 미루었으니, 국가의 책무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한계가 명확하다. 국회 개헌특위가 마련한 개정안 초안도 건강권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었다 하기 어렵다. 특위의 분과에서 만들었다는 초안의 건강권 조항은 다음과 같다. “모든 국민은 적절한 보건,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이 초안은 건강권을 건강이 아니라 보건,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는 것으로 이해하며, 국가의 책무는 ‘의무’가 아니라 ‘노력’하는 것에(전통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조항만으로는 새로운 헌법도 건강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지침 노릇을 하기 어렵다. 시민사회단체가 제안하는 건강권은 훨씬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가 중심이 된 ‘개헌과 사회권 토론회’(2017년 5월 24일)에서는 다음과 같은 초안이 제안되었다. ① 국내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정신적 및 육체적 건강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의 경제적 부담능력에 따라 건강권이 침해되지 않는 수준의 적절하고 합리적인 의료보장 및 공공 보건서비스 및 관련 제도를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책임 하에 제1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공의료를 확충하여야 한다. ③ 국가는 질병 및 사고를 당한 생활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생명 또는 신체의 중대한 위험에 직면한 긴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절한 의료보장을 실시하여야 한다. 분명히 나아진 것이나 우리는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건강권은 보건의료 서비스나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권리를 넘어 누구나 건강한 상태(결과)를 누릴 수 있는 권리여야 한다. 최근 ‘사회적 결정요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잘 알려진 만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 교육, 노동, 고용 등도 권리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사회적 기본권에 ‘개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다음 글을 참조할 것. ‘개헌과 건강권’ 바로 가기). 국가의 책무도 더 적극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사회권에 대한 국가 책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샌드라 프레드먼의 주장에 동의한다. 권리를 모두 충족하지 못해도 또는 그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의무가 아무리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그것이 의무를 소홀히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즉, 권리가 충족되는지와 무관하게 (국가의) 의무는 존재한다(샌드라 프레드먼 지음, 조효제 옮김. <인권의 대전환>, 교양인 펴냄). 적극적으로 건강권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지금은 건강권이 선언 수준 이상으로 규정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인정한다. 헌법 개정과 그 방향이 상황과 맥락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 건강권을 보장하는 수준은 시민과 대중이 이해하고 참여하며 논의하는 것 이상으로 ‘돌출’할 수 없다. ‘사회적 이해’의 수준을 고려하면 건강권(나아가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강한 지지와 옹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취약한 사회적 이해 또는 기반 때문에라도 내용을 넘어 헌법 개정의 ‘과정’을 다시 꺼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부 집단과 정치인이 아니라, 대중과 시민이 개헌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2016년 7월 18일 <서리풀 논평> ‘시민이 이끄는 개헌 논의를’ 바로 가기). “우리는 개헌이 목표로 하는 헌법 내용보다 그곳에 이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중략)…누가 개헌을 이끌고 과정을 지배하는 주체인가? 형식적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뜻보다는 헌법이 실질적인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 논의가 민주적이고 참여적일 때, 결과로서의 헌법은 비로소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시민이 만들어가고 또 만들어내는 헌법, ‘시민의 헌법’이 필요하다.”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거듭 주장한다. 어떤 형식과 절차든 기본권, 사회적 기본권(사회권), 건강권을 배우고 논의하며 요구하는 것이 더 좋은 헌법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시민회의, 만민공동회, 시민행동, 그 무엇이든 좋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토론하고 요구해야 한다. 농민, 어민, 비정규 노동자, 아동,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어 담지 않고 어떻게 개헌을 논의할 수 있단 말인가? 건강권도 마찬가지다. 삼성반도체 건강 피해 노동자, 핵발전소 주변 주민, 홈리스와 쪽방 거주자, 비정규 노동자, 섬에 사는 노인이 건강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알지 못한 채 건강권을 규정할 수 있을까? 건강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불평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따질 수 있을까? 더 많이 참여하고 어떤 소리라도 내고 듣는 민주적 개헌이 필요하다. 시간이 모자라면? 꼭 내년 4월에 개헌을 해야 할 급박한 이유가 있는가? 필요하면 시기를 늦추고 차분하게 그러나 치밀하게 논의해야 더 좋은 헌법을 가질 수 있다.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장담할 수 없으니, 더 신중해야 한다.

이슈페이퍼

[시민건강이슈 2017-06] 지금, 여기에서 대한민국의 국제보건을 비판한다

지난 연말을 뜨겁게 달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도 국제개발원조는 핫 이슈였습니다. 비빔밥과 K-Pop, 산전초음파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코리아에이드 같은 정체불명의 프로젝트가 시행되었을 때, 국제보건에 종사하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중에서야 그 실체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황당해하고 분노했습니다. 사실,이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해 온 활동가, 연구자들도 화가 나겠지만, 누군가의 돈벌이 도구이자 정치적 선전물의 대상으로 이용당한 현지 주민들에게 끼친 해악과 존엄성 훼손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국제보건이 이렇게 정치적으로 상업적으로 악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국제보건 현장에서 오랜 동안 활동해온 오충현 선생이 그동안의 공부, 활동, 성찰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여기에서 대한민국의 국제보건을 비판한다’는 이슈페이퍼를 작성해주었습니다. 글을 통해서 국제보건의 개념을 정리해 보고, ‘우리’는 왜 국제보건을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국제보건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국제보건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라는 맥락 안에서 전략, 실행, 성과관리, 평가, 교육, 일자리 그리고 연구 측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안합니다. 이번 이슈페이퍼를 통해 활발한 후속 논의와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동안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상임/비상임 연구원이 전담해왔던 이슈페이퍼 집필 방식을 변경하여, 이제는 회원/비회원이 직접 필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견해가 공론의 장에서 논의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러한 집필 방식의 변경으로 인해 [시민건강이슈]에 담긴 주장이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공식’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회원 여부에 관계없이, 제기하고 싶은

서리풀 논평

정신건강복지법을 ‘공공보건의료’ 강화의 기회로

  과거의 ‘정신보건법’을 대신한 ‘정신건강복지법’이 일 년의 준비를 거쳐 5월 30일부터 시행된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처음 만들어졌으니, 20여 년 만에 법이 바뀌는 셈이다. 새로운 이름 그대로, 정신질환과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의 복지가 증진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제목에서, 또는 이 정도에서 이 <논평> 읽기를 멈추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하고는 무관한 일이어서, 왠지 무겁고 답답한 주제여서, 전문가나 관심을 가질 일이어서 등, 여러 이유로 정신질환은 ‘배제’되어 왔다. 지금 그 생각을 잠시 멈추고, 약간의 시간을 내주기 부탁한다. 어떤 질병이나 사회문제인들 그렇지 않으랴. 관심과 논의가 환자와 보호자, 전문가, 공무원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면, 마땅히 사회적, 공적 과제가 되어야 하는 많은 것들이 개인과 시장에 맡겨진다. 어떤 건강문제 또는 사회문제와 비교해도 정신질환과 정신장애는 숨어들고 또 숨겨지기 쉽다.   이제라도 더 드러내고 밝혀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정신장애는 생각보다 많고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정신장애의 평생유병률은 14.4%(니코틴, 알코올 사용장애 제외)에 이르고, 추정 환자 수는 368만 명을 넘는다 (바로가기). 입원 중인 환자 수와 진료비도 엄청나다. (건강보험이 아닌) ‘의료급여’ 대상자에 한정해도 2016년 한 해 약 3만 8천 명이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성 장애’로 입원했고 진료비는 4천억 원을 넘었다. 조현병 진료에 쓰는 건강보험 진료비만 한 해 3천억 원에 가깝지만, 그나마 환자 수(50만 명)의 20% 정도만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가기).   정신질환의 특성상 인권을 둘러싼 논란은 중요한 질병 ‘부담’ 중 하나였고 지금도 그렇다. 새로운

서리풀 논평

‘낙태죄’를 넘어 ‘재생산’에 대한 권리로

  오늘 논평의 주제는 우리 연구소(사단법인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안에서도 논쟁이 끝나지 않은 사안이다. 바로 낙태에 대한 권리와 낙태죄. 논의 중인 일에 논평을 내는 것이 합당한가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결정이 필요한 일을 언제까지 논의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어려운 부분은 그대로 남겨두더라도 우리의 판단을 밝히는 쪽이 옳을 것이다.   먼저, ‘불법’ 인공임신중절(보통 낙태라고 부른다) 수술을 더 강하게 처벌하려는 정부의 조치는 철회하는 것이 맞다. ‘죽은’ 규정을 살려내 낙태를 줄이겠다는 방침이 왜 나왔는지 따져봐야 하겠으나 그건 좀 미룬다. ‘죄’라면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여성과 의사만 처벌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이런 질문도 다음 기회에 따지기로 한다.   정부 방침을 반대하는 첫째 이유는 정책으로서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효과는커녕 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안전하지 못한 불법 시술로 많은 여성이 생명과 건강을 해칠 것이 뻔하다. 불법 시술의 비용은 더 비싸지고 해외원정 낙태도 증가할 것이다. 사문화된 낙태금지법을 그냥 두는 것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법을 바꾸거나 폐지하는 것이 단순 입법기술의 문제가 아닌 다음에야 사회적 판단이 필요하고, 합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는 논쟁을 피할 수 없다. 낙태와 낙태의 권리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낙태의 권리에 대해 우리의 (잠정적) 판단을 말하기 전에 강조할 것이 있다. 권리의 내용 이전에 그 내용을 생각하는 새로운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논의와 논쟁을 해 나가는 접근과